▲발자크 동상 앞에서 포즈를 취한 1929년의 사르트르와 보부아르 둘은 상대방에게 충실하되 각자 생활의 자유와 연애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계약결혼에 합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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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보부아르는 그해 10월, 사르트르가 제안한 2년간의 계약에 합의한다. 이것은 장차 두 사람이 펼치게 될 실존주의 철학에 입각한 계약결혼이기도 했다. 인간은 고독한 존재이지만 최대한의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는 존재라 믿었고 이를 위한 방편의 하나로 계약결혼을 한 것이었다.
"대단하네요."
내가 말하자 아빠도 고개를 끄덕이셨다.
"대단했지. 그 계약을 한 게 1929년의 일이었다니까."
"보통 결혼을 하면 다른 이성을 용납하기 힘든데 두 사람은 어떻게 대처했어요?"
"서로 간에 완전 자유를 허락했지."
"그럼 바람도 피웠겠네요."
"그렇지. 사르트르도 보부아르도 각각 바람을 피웠어. 보기에 따라선 난잡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시대에 연애의 자유와 결혼을 결합시켰다는 점에서는 정말 대단해요. 하지만 그게 진짜 결혼이었을까요?"
나는 아빠의 논지를 마일드하게 반박했다. 그러자 아빠는 기존 논지를 고수하셨다.
"계약결혼이었다니까."
"자유의 대가도 있었겠죠. 상대방에 대한 질투와 분노 같은."
나의 재공격.
"있었겠지. 그래도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했고 또 자유를 즐겼다더라. 보부아르가 남긴 말이 있어. '나는 내 인생에서 재론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성공 하나를 말할 수 있다. 그건 사르트르와의 관계다'라고."
"가식이 아니었을까요?"
"아니, 사르트르도 비슷한 말을 남겼어. '나는 보부아르가 없었다면 수많은 소중한 경험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라는."
"점점 더 가식 같이 느껴져요. 자신들의 존재감을 대중한테 어필하려고 만들어 낸 말일 수도 있어요."
거듭되는 반격에 아빠는 대화의 판을 엎을 것 같은 말씀을 하셨다.
"정말 그런 거였다면 지금 우리 대화도 시간낭비겠지."
"그러게요. 전 메르시(Merci) 매장에나 들려야겠어요."
나도 판을 깨는 발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