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해녀협동조합 유진호 이사장
오시내
해녀가 물질을 마치고 물 밖으로 올라와 가쁘게 내쉬는 숨소리를 숨비소리라 한다. 바다가 품은, 자연이 만든 귀한 해산물을 채취하기 위해 해녀들은 숨을 참은 채 바닷속을 탐험한다. 우리가 흔히 들었던 '해녀'라는 이름 앞에 '육지'라는 단어가 붙었다. 19세기 말부터 제주를 떠나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 전라도 등지로 출가 물질을 나가 생계를 이어 가고 있는 여인들이 바로 육지해녀다. 육지해녀들은 지금은 가쁜 숨비소리를 내쉬며 물질하고 있다. 육지해녀협동조합은 육지해녀가 내쉬는 숨비소리를 담아 사회와 함께 공유하려 한다.
건강한 유통구조로 사회와 소통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이 꼭 들어맞았다. 육지해녀협동조합을 만나기로 한 날 마침 유성장이 열렸다. 생기 있는 시장 골목을 찬찬히 걸으며 육지해녀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엄마가 해녀' 간판을 찾았다. 오래지 않아 흰 바다에서 물질하는 해녀 그림을 만났다.
유성시장 안에 자리한 육지해녀협동조합은 건강한 해산물 유통구조로 해녀와 소비자가 함께 웃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안승현 초대이사장의 어머니가 정말 육지해녀세요. 자연스레 육지해녀의 처우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어떻게 하면 육지해녀들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건강한 유통구조로 사회와 함께 소통해 보자고 생각하게 됐습니다."유진호 이사장이 또렷하지만 차분한 목소리로 육지해녀협동조합을 설명했다. 지난 2016년 제주해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하지만 제주 지역 외에서 활동하는 육지해녀는 같은 해녀임에도 유산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제주해녀가 유산으로 인정받으며 잠수복 등을 지원받는 반면, 육지해녀는 어떠한 지원도 없이 오로지 혼자서 모든 경제적 부담을 떠안는다. 안승현 초대이사장은 어머니의 상황을 보며 의문이 들었다. 이를 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인 사람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고 그렇게 육지해녀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육지해녀의 처우를 개선하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육지해녀가 채취한 수산물을 구매하고 판로를 개척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는 거죠. 유통구조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여 합리적으로 건강한 재료를 소비자에게 전달해 육지해녀와 소비자가 함께 소통하는 특별한 가치를 만들고 싶어요." 육지해녀협동조합은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해녀들이 고질적으로 겪는 잠수병을 치료하는 병원 협의체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이와 함께 심리 상담을 진행해 나가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