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그리나팀왼쪽부터 백재열 씨, 임승주 씨, 송진경 씨
김태우
-가장 먼저, 어떤 계기로 강뉴부대에 대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는지 말해주세요.송진경(아래 송): "강뉴부대를 처음 접한 건 굉장히 오래전이라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중학교 때로 기억해요. 학교에서 역사선생님이 관련 영상을 보여줘서 알게 됐는데 우리들을 위해 싸워주신 용사분들이 오히려 그 이유로 힘든 삶을 살게 되셨다는 게 참 죄송스러웠고, 우리들이 용사분들을 위해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러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사진을 찍어드린다는 것을 생각하셨나요?임승주(아래 임): "참전 용사분들이 힘든 삶을 살고 계시지만 학생들인 저희가 당장 금전적으로 큰 도움을 드리기는 힘들었습니다. 때문에 저희는 비물질적인 부분에 신경을 썼고, 용사분들의 사진을 찍어드리며 용사분들과, 가족 분들에게 추억을 남겨드리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사진과 함께 전달될 액자에는 후원해주시는 한국분들의 이름과, 우리들이 참전 용사 당신을 기억하고 조금이나마 보답하겠다는 각인을 새겨 용사분들께서 더 자긍심을 느끼실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 준비 과정에 힘들었던 적은 없었나요?백재열(아래 백): "아무래도 참전 용사분들의 명단을 정리하는 부분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에티오피아참전용사후원회에서 도와주시긴 했지만 몇 년 전의 자료였고, 우리가 현실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지역, 그리고 가지고 있는 명단에 기록된 주소가 맞는지에 대한 확인 작업, 혹시 명단에 있지만 돌아가신 분은 없는지, 또 새로 추가된 용사님은 없으신지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일일이 명단을 비교해봤지요."
임: "개인적으로는 이 작업을 통해 느끼는 점이 더 있었는데요, 바로 참전용사님들을 기억하고, 감사를 표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기획할 땐 용사분들을 대한민국에 초청하려 했어요. 하지만 그분들의 연세가 너무 많아 장기간 비행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에티오피아에 방문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습니다. 명단 작업을 진행한 3개월간 약 10여 명의 용사님께서 돌아가셨어요. 남은 생존자분들도 고령이신 만큼, 더 빨리 용사님들을 뵙고,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 팀원 중에 에티오피아 청년이 있다고 들었어요.송: "네, 오늘 인터뷰에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지금 서울에서 공부 중인 에티오피아 친구가 프로젝트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에스티파노스라는 친구인데요, 본인의 조국과 대한민국의 역사적 혈연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습니다. 에스티파노스는 구체적인 핵심 동선을 비롯해 프로젝트의 세세한 사항들을 짚어주고 언어 문제라든가, 현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돌발상황에도 대처해줄 예정입니다."
-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어떤 것을 이루고 싶으세요?백: "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행할 수 있는 사회를 이룩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연고도 없는, 잘 알지도 못한 이 먼 타지에 와서 아무 대가 없이 도와주신 참전용사분들께서 현재 매우 힘든 삶을 살고 계십니다. 우리가 마땅히 이분들을 도와드려야 하지만,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을 대표하여 저희가 용사분들께 감사의 뜻을 전하고, 한국에도 강뉴부대에 대한 정보를 더 알리고 싶습니다."
임: "에티오피아를 넘어 다른 곳에도 이런 참전 용사들을 기억하고, 감사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콜롬비아에서도, 그리스에서도 생존한 용사분들께서 계시는데요, 이분들 또한 나이가 많이 드셨습니다. 가급적이면 빨리 이러한 활동을 통해 우리가 그분들을 기억하고, 항상 감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사진을 찍어드리면서 단순히 사람의 모습만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의 기분과, 그때의 분위기 등도 함께 사진에 담아드리고 싶습니다. 그 사진을 보는 사람들, 용사분이나 가족, 우리나 대한민국 국민들이 무언가 감정 또한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 혹시 기대되거나 걱정되는 건 없나요?임: "아무래도 훗날 에티오피아에 다시 돌아와 사진을 찍어드리기 현실적으로 힘들다 보니 한 번에 베스트샷을 찍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습니다. 주변 분들이 치안을 많이 걱정해주시는데요, 다행히도 에티오피아의 수도이자 우리가 활동할 아디스아바바시는 아프리카에서도 손꼽히는 안전한 도시라고 해서 걱정을 조금 덜었습니다."
백: "저는 기상상태나 급격히 바뀔 수 있는 현지 상황 때문에 사업을 모두 마치지 못하고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걱정입니다. 되도록이면 용사분들과, 그분들의 가족사진을 모두 찍고 돌아오고 싶습니다."
송: "저는 망고요! 망고 말고도 마지막 사진을 인화해서 전달해드릴 때 그 분들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고, 가장 기대하고 있습니다."
- 참전용사들을 뵙게 된다면 가장 먼저 어떤 말을 드리고 싶으세요?송: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이 말을 가장 드리고 싶어요. 물론 에티오피아 언어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말이 제가 할 수 있는 말이자 하고 싶은 말의 전부라고 생각해요. 말도 말이지만 포옹도 함께 해드리고 싶고요."
임: "존경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경진이가 한 말대로 잊지 않겠다는 말도 좋지만, 제가 만약 참전용사라면 '당신의 선택이 멋지다, 존경한다'라는 말을 더 듣고 싶어 하고, 들었을 때 뿌듯할 것 같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