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홍정순(95) 할머니가 북측에서 온 조카 홍선희(74,) 림종선(57)씨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유성호
[금강산 공동취재단 신나리 기자]남북한의 이산가족들이 환영만찬에서 다시 만났다. 20일 오후 7시 17분,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1일 차의 마지막 행사인 환영만찬이 금강산호텔 연회장에서 시작됐다.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금강산호텔에서 첫 단체상봉이 끝나고 두 시간여 몸과 마음을 추스른 후 모인 것.
북측이 주최한 이 자리에서 89명의 남측 이산가족과 동반가족 등 197명이 모여앉았다. 북측 가족 185명 역시 빼곡하게 테이블을 채웠다.
닭튀김, 오곡밥, 청포종합랭(냉)채, 돼지고기 완자탕이 식탁 위에 차려졌다. 금강산 샘물과 사이다 같은 음료부터 인풍술, 대동강 맥주도 자리에 놓였다.
어느새 형님, 아우김한일 (91) 할아버지는 그동안 못 챙겼던 밥을 다 챙겨주려는 듯 여동생(김영화·76)의 숟가락에 연신 반찬을 얹었다. 자신의 팔이 닿지 않은 곳에 놓인 음식은 아들을 시켜 동생의 접시에 덜어놓기도 했다. 아흔 넘은 오빠의 챙김이 싫지만은 않은지 동생은 괜찮다면서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
첫 만남인 단체상봉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했던 세 자매는 긴장이 풀렸다. 문현숙(91) 할머니는 기자에게 같이 "한잔하자"라고 말을 걸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할머니의 북측 여동생(문영숙·79)은 "조카 좀 많이 먹어"라며 음식을 나르는 북측 접대원에게 "우리 조카 많이 좀 달라"라고 남측의 조카를 챙겼다.
차제근(84) 할아버지는 북측 동생과 조카의 잔에 술을 채웠다. 할아버지의 북측 조카(차성일)와 할아버지의 아들(차성태)도 서로 음식을 떠주고 술잔을 부딪쳤다. 이들은 어느새 서로를 '형님', '아우'로 불렀다.
할아버지의 북측 조카가 "건강하십시오"라며 술잔을 들었다. 할아버지는 "건강이 최고야"라며 활짝 웃었다.
두 시간 전에 보고 또 봤지만, 눈물이 마르지 않은 가족도 있었다. 한신자(99) 할머니는 북측의 딸들(김경실·72, 김경영·71)을 만나자마자 다시 손을 꼭 부여잡고 손등에 입을 맞췄다. 북측 두 딸도 은은한 미소로 엄마를 바라봤다.
할머니는 지난 세월 동안 속으로만 삼켰을 이름을 만찬장에서도 연신 불렀다. 독백하듯 "경영아", "경실아"를 부르며 얼굴을 바라보고 다시 이름을 되풀이했다. 엄마의 마음을 다 안다는 듯 두 딸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 할머니의 남측 딸(김경식·69)도 북측 언니를 챙겼다. "피곤하지 않으세요?"라며 남측 동생이 묻자 북측 언니는 "괜찮아요"라고 답했다. 남측 남동생(김경식·60)은 북측 누나의 머리에 작은 먼지가 묻자 떼어내며 누나를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