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황우석(89) 할아버지가 북측에서 온 딸 황영숙(72)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며 과자를 건네주고 있다.
유성호
오후 2시 55분, 남측 가족이 행사장으로 들어왔다. 자신의 테이블을 찾아가는 이들은 새어 나오는 탄식을 숨기지 못했다. 유관식(89) 할아버지는 예순이 넘은 딸을 보며 글썽였다. 사실 할아버지는 딸이 있다는 것을 이번 상봉에서 알게 됐다. 아내가 딸을 임신하고 있었던 걸 모른 채 헤어졌기 때문이다.
딸(유연옥·67)은 아버지 대신 품고 살았던 아버지의 사진을 꺼내 펼쳤다. 할아버지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할아버지와 동행한 남측 아들 유승원(53)씨가 사진 한 장 한 장을 설명했다. 할아버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금섬(92) 할머니는 일흔이 넘은 아들(리상철·71)의 목을 끌어안았다. "상철아" 이 이름 한마디를 부르기 위해 68년을 기다린 엄마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아들이라고 달랐을까. 볼 수 없었던 엄마, 만질 수 없었던 엄마를 품에 안고 아들도 한참을 울었다. 모자의 상봉을 지켜보던 며느리는 "어머니(의) 남편 사진입니다"라며 시아버지의 사진을 꺼내어 보였다.
형제는 의자에 앉지도 못했다. 눈앞에 동생이 있었다. 조정일(87) 할아버지는 동생의 얼굴을 보고 마냥 울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형제는 서로를 부여잡았다. 동생의 아들이 '앉아서 이야기하자'라고 형제를 달래고 나서야 자리에 앉았다. 북측 동생이 가족사진을 꺼내며 설명하자 그제야 할아버지가 웃었다. "나랑 닮았잖아" 할아버지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자신의 얼굴이 조카의 아들과 딸에 묻어있었다.
"살아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