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의 부모님과 동생로빈은 미국으로 입양되었지만, 자라면서 부모님과 한 번도 이질감을 느낀 적이 없었다. 남동생과는 둘 도 없는 친구처럼 우애가 깊다.
정현주
정말로 그는 입양인으로서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던 걸까?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에서 동양인인 그가 자라나면서 차별의 경험이 없다는 게 선뜻 믿어지지 않았다.
"저는 매사츠세츠주 보스턴의 교외에 있는 마을에서 자랐습니다. 주로 중산층 가정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지요. 물론 그곳에 저와 같은 동양인은 적긴 했지만, 그 마을에는 워낙 다양한 인종들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다르다'라는 시각으로 보지는 않았어요."그는 가슴에 깊이 각인될만한 인종차별의 경험이 없다. 그래도 굳이 차별의 경험을 기억해 보라는 주문에 그는 어릴 적에 있었던 일을 기억해냈다. 사람들이 자기들 눈을 양옆으로 찢으면서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말을 썼던 일이 있었다. 성인이 된 지금도 낯선 사람들이 그가 이해하지 못하는 아시아의 언어로 말을 걸기도 한다. 그리고 그가 영어를 하는 것에 놀라곤 한다.
"사람들은 (낯선 사람들이건 저와 친한 사람들이건) 일반적으로 아시아인이나 아시아의 문화에 대해 좋지 않은 농담을 하는 경향이 있어요. 나이 들면서 나는 그런 상황을 농담으로 웃어넘길 수 있는 센스를 터득하게 되었죠."그러나 그런 소소한 경험들을 무시해도 좋을 만큼 그는 안정적인 사랑 속에서 자랐고,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누렸다.
로빈은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했고, 대학 졸업 후에도 두 개의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저는 매우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어요. 학업을 마친 후에는 좋은 직장에 들어갔고, 세계 여행을 했고, 집을 세 채를 가지게 됐죠. 그리고 사랑도 했고, 많은 우정도 쌓았어요. 이 모든 게 이곳 미국에서 가능했죠."그렇다면 그는 지나온 삶에서 자신이 입양된 것이 언제나 만족스럽고 행복하게만 느껴졌던 걸까?
로빈이 어렸을 때는 입양되었다는 사실이 그를 당혹스럽게 만들곤 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입양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 싫었고, 그 질문에 자신이 설명하고 대답해야 한다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인이 된 지금, 그는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떳떳하게 여기며, 부모님께 감사한다고 했다.
"입양은 제 삶을 불행으로부터 구했습니다. 또 여기 미국에서 가족과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게 해주었죠. 제 삶이 저를 입양해주신 부모님에 의해 깊은 영향을 받은 만큼, 그분들의 삶은 제 영혼에 깊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사람들 사이의 인연이란 아름다운 것이고 놀라운 거죠. 결국 서로를 사랑한다는 게 모든 것의 중심이라고 생각해요. 나의 삶은 인연과 사랑으로 가득 차 있죠. 이 모든 게 해외 입양을 통해 가능했어요."
당연히 그는 해외 입양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우리는 모두 커다란 세상의 자녀들이죠. 그러니까 서로 사랑해야 해요.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그 사랑을 실천하는 게 중요하죠. 모든 아이들은 가족의 사랑을 받고 가정의 돌봄을 받아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이를 낳든, 입양하든 간에 더 많은 가정들이 아이가 생기는 것을 환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만약 어떤 가정이 기꺼이 아이를 사랑으로 기르려 한다면,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요? 아이가 사랑받을 기회를 빼앗을 이유가 말이죠."
로빈은 백인인 부모와 겉모습이 많이 달랐어도 자라면서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다고 했다. 그만큼 그는 가족적인 친밀감 속에서 자랐다.
"미국에서 상상할 수 있는 이상의 많은 기회를 얻었죠. 저는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친생가족을 찾을 생각이 없다는 로빈에게 혹시라도 생부모님을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할지 물었다.
그는 자신의 입양에 동의해 준 것에 감사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또 그들에게 현재 그의 멋진 가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줄 것이며, 자기가 친절하고 사랑이 넘치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으로 잘 자랐고, 너무나 행복하다는 것을 알릴 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