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작가의 작업실에서. 판화와 함께 읽는 소설 "칼로 새긴 장준하"에 들어간 판화들이 한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김미진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에서 조금 걸어서 도착한 이동환 작가의 작업실. 들어서자마자 벽 한 면 가득히 장준하 선생의 삶이 있었다.
- 이동환 작가님 작업실 방문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업실이 궁금했어요. 어떤 공간 속에서 장준하 선생님과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전시회를 준비하셨는지…."별 거 없어요. 기자님 오신다고 청소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이쪽 벽면에 있는 것들이 제가 판을 깎아 찍어 내어서 확인하느라 해 본 것들이에요. 처음에는 별로였는데 하다 보니까 좀 되는 것 같더라고요."
이동환 작가가 환하게 웃으며 벽면 통째를 내어준다. 이야기의 첫 장면이 된 판화부터 끝 장면이 되는 판화까지 넘버링이 되어 있어 눈으로 따라간다. 그의 이야기대로라면 처음에는 별로였지만 나중에 좀 더 좋아졌다 했는데, 아니다. 그냥 겸손인 듯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좋았다.
80년대 판화에서 보여주던 울림이 있었다. 그것은 색채나 선, 공간 구성의 문제보다 더 먼저인 무엇이 있을 때 느껴지는 것들이다. 바다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날름 삼켜버렸을 때 뱃속에서 느껴질 듯한 그런 뜨거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