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급진2013년 출간, 원톄쥔 저
돌베게
한국 사회에서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인식된다. 그러나 그의 사유 속에서 중국은 국가 중심의 자본축적 모델의 경로를 밟은 우파적 발전모델 국가이다. 국가 중심의 한국 자본주의 산업화 발전 모델과도 친자본적인 면에서 유사성이 높다. 이와 같은 그의 사유는 기존 이데올로기 중심의 중국 현대사 통념과는 거리가 멀다. 정통 마르크스주의 역사 발전론 해석과 달리 중국 혁명은 좌파적 과정이었다기보다 우파적 자본축적의 과정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원톄쥔 교수는 강의 도입부에 남북 분단의 정치경제적 정세부터 짚었다. 오늘날 남북 분단의 정세를 낳은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2차 세계대전을 마주하게 된다. 그렇다면 2차 세계대전은 왜 일어나게 되었는가.
바로 자본주의 경제발전의 모순 때문이라는 것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생산과잉, 산업과잉, 금융과잉의 모순은 지속 가능한 체제를 위협한다. 서구사회에서 불균형과 경제위기를 돌파하고자 선택한 것은 새로운 시장의 개척이었다. 과잉된 생산력을 새롭게 생성된 시장에서 해소하고자 했다. 이것이 제국주의 정책의 정치경제적 동기였다.
생산과잉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서구식과 중국식의 차이
서구사회는 제국주의적 외부 식민지 시장의 확장을 통해 과잉 문제의 해결을 도모했다. 그러나 국가 수립 직후부터 미국의 봉쇄 전략에 맞서야 했던 중국은 다른 방법을 동원해야 했다. 제국주의 해양으로의 시장개척이 아닌 내륙의 농촌을 개발하며 과잉 문제의 위험과 비용을 계속해서 농촌에 전가한 것이다. 중국이 현재까지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중요한 배경에는 중국 농민의 희생이 있었던 것이다.
원톄쥔 교수가 주목한 중국 농촌의 현실은 바로 중국 농민들은 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농민공으로 일하더라도 자신들의 농토에 대한 권리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농민이 도시로 나가 공업 부분에서 일자리를 찾는 동안에도 고향의 토지에서 산출되는 곡물에 의지해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급격한 도시화와 공업화가 진행되었음에도 지금까지 도시의 대규모 슬럼화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 원톄쥔 교수의 분석이다. 중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친자본적 농업의 발전이 아닌 친민생적 협업 농업을 통해 생태적 문명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에게 있어 선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필수 요소이다.
친자본적 농업발전인가, 친농민적 농업발전인가
자본 중심의 농업발전에서 농지의 사유화와 자유로운 매매가 허용되면, 그 순간 소농들은 지방 권력과 결탁한 자본에 의해 대규모로 토지를 빼앗길 위험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소농들은 농촌의 생활 기반을 잃게 될 것이고, 그런 농민들은 안정적으로 도시에 정착하기도 힘들어질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농촌, 농민, 농업은 죽게 되고 그 결과는 전체 체제의 위협이 될 수 있다. 농촌이 죽으면 그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1980년대 이미 북한은 중국보다 앞서 소련식 빠른 공업화를 이루었다. 당시 북한은 산업화와 도시화 및 농촌 기계화가 높은 수준으로 진행되어 전체 인구 중 농민의 비율은 30%에 불과했다. 기계에 의존한 석유 중심의 북한 농업은 1991년 구소련 해체에 따른 원유 공급 중단으로 큰 식량 위기에 봉착한다. 이후 계속된 미국의 봉쇄정책에 맞서 북한은 효과적인 정책수단을 발휘하지 못하고 대규모 기아문제까지 초래했다.
같은 미국 봉쇄정책의 위기 가운데 쿠바의 선택은 북한과 달랐다는 것이 원톄쥔 교수의 설명이다. 쿠바는 미국의 장기간 경제봉쇄에도 불구하고 2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식량위기를 극복하고 생태농업으로 전환하였다. 반면 북한은 여러 차례의 농촌경제관리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지 못하다. 가장 큰 원인은 북한은 이른 시기의 기계화 농업을 이루어 30%의 농민 비율로 소농 중심의 자급자족 생태농업의 전환이 쉽지 않았고 경로의존성의 영향으로 기조 전환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톄쥔 교수는 현재 북한은 개혁개방을 통해 기회가 열리면 어느 나라보다 생태농업의 전환이 빠를 것으로 예상했다. 긴 시간 동안 발전이 지체된 북한은 오히려 산업화로 오염되지 않은 자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어서 이를 활용한 생태농업 중심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유기농품은 품질이 우수하여 해외 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판매가 가능하며, 판매 수입으로 베트남, 중국, 한국 등에서 생산된 저렴한 식량을 구입하여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원 교수는 분석했다.
동아시아 생태문명을 상상하라
친민생적 유기생태농업의 전환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본이 지배하는 농촌이 아닌 농민, 사람이 중심이 되는 농촌을 건설하는 것이다. 각 개개인 농민은 자본에 대항하기 어렵다. 원톄쥔 교수가 제시하는 방안은 공동체 지원 농업(CSA)이다. 공동체 지원 농업은 풀뿌리 조직들을 중심으로 농민이 직접 생태농업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