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0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가 끝난 자리에 공공성강화 법안 통과 시 유치원 운영 희망을 조사하는 설문조사에 '폐원하고 싶다'가 앞도적으로 많이 투표되어 있다. '공공형 유치원을 운영하고 싶다'에는 단 한표가 투표되어 있었다.
이희훈
"'박용진 3법'이 통과되면 폐원하고 싶다."
지난 10월 30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유치원총연합회(아래 한유총) 대토론회에 참석한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은 정부의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과 '박용진 3법'이 통과되면 폐원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실제 이날 행사 전후 전국 곳곳에서 사립 유치원 폐원 소식이 알려지면서, 집단 폐원에 따른 교육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관련 기사 :
'폐원 몰표' 만들고 단체행동 없다? 한유총의 이상한 결론).
교육부가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을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달 26일까지 폐원 의사를 밝힌 전국 사립유치원 수는 9개 정도에 불과했지만, 지난 2일에는 28개로 늘었고, 12일 60개로 점차 증가 추세다. 19일 현재 폐원 의사 유치원은 70개로 1주일 사이 10개가 늘었고 원아모집 중단 의사를 밝힌 곳도 5개로 늘었지만, 전체적인 증가폭은 한풀 꺾인 상태다.
교육부는 유치원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를 사립유치원으로 확대하는 한편, 폐원 신청시 학부모 2/3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등 사립유치원 집단 폐원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다만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등에서는 현재 학부모들에게 폐원을 통보한 사립 유치원들이 대부분 원아 수 감소 등 경영난을 겪었던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숫자 역시 예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3년간 폐원한 사립유치원 수가 2015년 68개, 2016년 60개, 2017년 71개로 점차 증가 추세라고 밝혔다. 권지영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장은 19일 "유치원 원아 수가 2016년에 정점을 찍었고 2017년 이후 감소 추세로 돌아서면서 폐원하는 사립 유치원 수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 "2016년 이후 사립유치원은 자연 감소 추세"
실제 전국 사립유치원 숫자와 원아 수는 최근 몇 년 사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운영하는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전국 사립유치원 수는 지난 2016년 4291개로 정점을 찍은 뒤 2017년 4282개, 2018년 4220개로 줄었다. 그 사이 공립유치원은 2016년 4693개, 2017년 4744개, 2018년 4798개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2년 사이 사립유치원은 71개 줄어든 반면, 공립은 105곳이 늘어난 것이다.
사립유치원 원아 수도 2016년 53만 3789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8년 50만 3628명으로 2년 사이 3만 명이 줄었다. 그사이 공립유치원 원아 수는 17만91명에서 17만2121명으로 2000명 이상 늘어났다.
사립유치원 원아 수 감소는 특히 지방에서 두드러진다. 서울과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지만 서울 지역에서도 폐원 유치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9일 현재 폐원을 추진 중인 전국 사립유치원 70개 가운데 서울시가 23개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창화 서울시교육청 학교지원과장은 "매년 평균 20곳 정도가 자연 폐원하고 있어 현재 폐원을 추진하는 곳이 모두 폐원 인가를 받더라도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사립유치원 원아 충원율이 보통 80~90% 정도인데 현재 폐원을 추진하는 유치원들은 70%에도 못 미치는 곳이 많았고 50% 미만인 곳도 있어 원아 수 부족에 따른 경영난이 주요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19일 현재 학부모와 폐원 협의 중이라고 밝힌 서울시 사립유치원 23곳 가운데 15곳이 운영 악화, 경영 악화, 원아 모집 어려움 등 경제적 이유를 들었다. 이밖에 임대유치원 건물주의 퇴거 요청, 주변 공사로 통학여건 악화 때문이라고 밝힌 곳도 있었다. 설립자 사망이나 건강 등 개인 사정을 내세운 곳도 4곳 있었는데, 이 가운데 1곳은 지난 16일 폐원을 철회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에는 최근 시도교육청 감사에서 비리가 적발, 이름이 공개된 유치원이나 이른바 '박용진 3법'을 비롯한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 정책을 피해 문을 닫으려는 곳도 적지 않다.
실제 충북지역에는 회계 위반 문제로 폐원하겠다고 밝힌 유치원도 있었다. 경기도 하남시의 한 사립유치원은 설립자의 건강 문제와 건물 노후화로 폐원을 추진한다고 학부모에게 통보했지만 이미 교육청 감사에서 설립자 비리가 적발된 곳이었다. 또 서울의 한 사립유치원은 경영상 문제가 없는데도 폐원 후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놀이학교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진 3법 탓에 폐업?... '원아 모집 중단' 확산 우려도
▲하남 예원유치원 학부모들과 임미화 원장이 7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동조합형 유치원 설립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예원유치원은 임미화 원장이 고용되어 운영 비리에 대해 내부고발을 하자 설립자가 학부모에게 폐원 통보를 한 상태다.
이희훈
다만 한창호 과장은 "(사립 유치원 대토론회 직후인) 지난달 말 20군데 정도 유치원에서 한꺼번에 폐원 문의를 했는데 그 가운데 실제 폐원을 신청하거나 추진한 곳은 몇 군데 없었다"면서 "실제 학부모들에게 폐원을 통보한 20여 곳은 당시 교육청에 문의하지 않았던 곳들이고 서울지역 11개 교육지원청에 한두 개씩 고루 분포돼 있어 (특정 지역 중심의) 집단 반발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 도봉구의 경우 4곳이, 송파강동지역에서는 6곳이 한꺼번에 폐원을 추진하고 있어 이 지역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한 과장은 "예년과 달리 폐원 신청을 하려면 학부모 동의를 받아야 해 폐원이 더 어려워진 상황"이라면서 "폐원하더라도 인근 유치원 충원율이 80% 중반 수준이어서 충분히 수용 가능한 상황이지만, 운영이 가능한 곳은 지속해서 운영할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유총 역시 아직 '박용진 3법' 등 정부 정책이 사립 유치원 폐원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단계는 아니지만,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고 주장했다.
윤성혜 한유총 언론홍보이사는 19일 "지금 폐원을 추진하는 사립 유치원들은 최근 원아 수 감소로 수입원이 줄어 운영이 어려워진 곳들이 많고, '비리 유치원' 명단에 포함돼 폐원하는 곳도 일부 있다"면서도 "지금은 '박용진 3법'이 통과되기 전이고 정부에서 폐원시 학부모 동의를 받도록 해 폐원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데, 앞으로 (박용진 3법이 통과되면) 폐원 유치원 숫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설립자나 원장의 건강, 노령 문제로 폐원하려는 유치원들에 대해 윤 이사는 "설립자들 가운데 수십 년 유치원을 운영해온 고령자들이 많은데, 최근 사립유치원이 비리 집단으로 여겨지며 2세에게 사업을 물려주기 어렵다는 심리적인 요인도 폐원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대표는 21일 "교육 당국에선 숫자만 따져 폐원 유치원 수가 평년 수준이라고 하지만, 학부모 제보를 통해 체감하는 건 예년 수준을 훨씬 뛰어 넘는다"라면서 "유치원 경영에 문제가 없는데도 교육청 감사로 자신들의 비리가 드러날까 봐 문을 닫으려는 곳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처음학교로' 등록율이 낮은 지역 가운데, 한유총 강세 지역이 많다"면서 "신입 원아 모집 계획 발표를 미루는 사립 유치원들 가운데 원아 모집을 중단하거나 폐원을 추진하는 곳이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사립유치원 모집 상황은... 전체 60% 참여 |
21일 유치원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를 통한 원아 일반 모집이 시작된 가운데, 19일까지 전국 사립유치원 4101개 가운데 59.69%인 2448개가 참여 등록(교육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 집계)을 마친 상태다.
이 가운데 서울(86.41%), 광주(100%), 충남(94.81%), 충북(87.36%), 전남(86.36%), 제주(100%) 등은 사립유치원 참여율이 80% 이상인 반면, 인천(43.20%), 울산(29.91%), 강원(43.93%), 경남(31.62%), 경북(28.69%), 전북(30.72%) 등은 50%에도 못 미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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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폐원 평년 수준? 학부모는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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