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의 공적개발원조사업(ODA)과 초국적기업의 인권침해에 문제를 제기하다> 기자 간담회(2018.12.18)에서 이은주 활동가가 발언 중이다.
주혜빈
지난 18일 '한국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사업과 초국적 기업의 인권침해에 문제를 제기하다' 기자간담회에 발표자로 나선 이은주 활동가(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는 김용균씨 사건과 마틴링게 프로젝트 피해 노동자들의 현실을 되짚어보며 "결국 변하는 것은 없다"는 말을 꺼내놓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용균씨와 구의역 김군은 '젊은 하청업체 직원'이라는 속성으로 사회적 문제의식이라도 환기할 수 있었지만 삼성중공업 피해 노동자들은 세상의 관심은커녕 여전히 홀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동료가 죽은 그 크레인에 의지해 지상으로 내려오는 자신은 인간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삼성중공업 하청업체 직원의 자조는 결국 인간으로 살기 위해 감행한 일련의 결정이 결국 인간성을 부정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파국으로 개인을 내몰고 있다는 경고이자 절규에 다름없다.
그뿐이겠는가. 모순적이게도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두고 죽음의 외주화를 이야기하는 이 시기에도 탄력근로제 문제는 여전히 유효한 논의이다. 인간성을 말살하고, 인간을 노동력으로 치환하려 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결코 다르지 않은 문제임에도 탄력근무제 논의는 "확실히 일하고 여유롭게 쉰다"와 같은 알량한 허울을 뒤집어 쓰고 선진 근무형태인 양 우리의 귓전을 간질인다. 그러나 지난 11월 23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CBS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지적했듯이 "기계는 몰아 쓰다가 한동안 안 쓸 수 있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일하는 자의 인격이 말살되는 단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이 사회를 바라보며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사회가 인정하고, 기억하고, 대우하는 인간은 누구냐고. 인간됨을 포기해야 하는 노동하는 삶은 지금도 쉼 없이 지옥의 문턱을 향해 간다.
위험의 외주화를 그만두라는 외침이 무색하게 지금 이 시각 누군가는 텅 빈 컨베이어벨트 작업장으로 걸음을 떼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운 좋게 살아남았음에 안도하고, 먼저 간 이들의 피에 죄책감과 부채감을 느끼며 "이 순간 나는 인간이 아니구나" 읊조려야 하는가.
인간을 인간으로 대우하라는 비명이 2018년 끝자락을 적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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