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스트림이 아닌 길을 선택하려는 사람은 '용기' 있다는 소리를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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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MTF(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분이 초청강사로 오셔서 강연을 하신 적이 있어요. 그분은 그러시더라고요.
"자신은 단 한 번도 여자가 되고 싶었던 적이 없다. 자신은 남자가 되려 노력했다. '남자'처럼 입고, '남자'처럼 행동하고, '남자'처럼 말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들이 자신에겐 너무나 불편하고 괴로웠고, 그래서 자신은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끝내 인정하고 성전환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그리고 그렇게 결심하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의 자신은 행복하기 때문에 빨리 결심할 수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약 6년 전에 들은 강연인데도 또렷이 기억에 남아 있어요. 그분이 성전환 수술을 결심하시기까지 왜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요. 트랜스젠더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과, 성전환 수술에 대한 부족한 정보, 수술 이후의 삶에 대한 제도적 장치 미비.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겠지요. 뒤집어 말한다면, 그것들이 미리 마련돼 있었더라면 훨씬 빠르게 결심하시고 빠르게 행복해지실 수 있었을 거예요.
지금의 저도 비슷한 감상을 느껴요. 집을 사고 차를 사고 애를 낳지 않아도 괜찮다. 사람이 꼭 주 5일제 정규직으로 취직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누군가가 해주었다면, 가만히 방 안에 있는 저에게도 닿을 만큼 당연한 사실로 퍼져 있었다면, 제가 괴롭게 고민한 시간들도 줄어들 수 있었을 거예요.
그리고 아직 고민하고 있을 또 다른 누군가의 시간도 줄어들 수 있겠지요. 하지만 현실은 프리랜서나 파트타임이란 고용 통계에도 제대로 잡히지 않는, '일하지 않는 되먹지 못한 사람' 취급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메인스트림이 아닌 길을 선택하려는 사람은 '용기' 있다는 소리를 들어요. 용기 있다는 건 다수의 사람이 고르지 않으려 하는 어려운 행위를 골랐다는 뜻이죠. 자신이 가장 자연스러운, 괴롭지 않은 상태에 있기 위해서 '용기'를 내야 한다니 너무 슬픈 일이에요. 괴롭지 않기 위한 일이 남들이 애써 피하는 길이라니.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은 원하는 대로 살기 위해 '용기'를 내어야 할 필요가 없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이렇게 살아도 번듯하게 잘 살 수 있다고, 굳이 피하려고 애써야 할 길이 아니라고 만천하에 증명해 보이는 수밖에 없어요. 집 안에만 머물러 있는 누군가에게까지 또렷이 닿도록.
제가 하는 고민은 직업을 초월해 이 시대의 청년들이 함께하는 고민일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자신의 기준대로 살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으려 할 때마다 불안해지는 사람들이, 저를 보고 위안을 받을 수 있도록 제가 하나의 아이콘이 되겠어요.
저는 용기 있진 않지만 아주 잘살아 보일 거예요. 그러기 위해 아주 강하고 아주 똑똑해질 것이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거예요. 그게 제가 칼럼을 쓰는 가장 주요한 이유이며, 앞으로도 써나갈 이유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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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면 용기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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