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은 되고, 수원은 안 되고... '무상교복'이 맞나요

[제보취재] 고교 신입생은 지자체마다 기준 제각각... "교복비도 무상교육 일환으로 해야"

등록 2019.01.09 19:42수정 2019.01.0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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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교복을 입은 서울시내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9월 교복을 입은 서울시내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연합뉴스
  
올해부터 중·고등학교 신입생에게 교복을 지원하는 '무상교복' 지방자치단체가 급증했다. 대전광역시에 살고 있는 A씨도 이 소식을 반겼다.

하지만 그는 곧 실망하고 말았다. A씨의 자녀는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했기 때문에 대전시는 물론 수원시에서도 교복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두 지자체 모두 고등학교 신입생 교복지원비 30만 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는데 왜 A씨 같은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일까.

'무상 교복', 기초단체 이어 전국 13개 광역단체로 확대

9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서울, 광주, 충북을 제외한 13개 시·도에서 중·고교 신입생 교복 지원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인천, 대전 등 10곳은 당장 올해부터 지원할 계획이다.

이미 시·군·구 단위에서 중·고교 신입생 교복을 지원하는 기초자치단체도 전국 수십 곳에 이른다. 경기도의 경우 수원시를 비롯해 성남·용인·광명·안성·과천·오산 등 16개 시·군에서 신입생 교복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일부 지자체의 '교복지원비'다. 대부분 '학교주관 구매제도'로 신입생에게 직접 교복을 지급하는 중학교와 달리 고등학교는 현금으로 지급하는 곳도 있고 그 기준도 지자체마다 다르다. 

인천과 대전 등 올해부터 중·고교 교복을 지원하는 광역자치단체들은 학생이나 부모의 주민등록상 거주지와 상관없이 관내 학교에 입학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교복을 현물 또는 현금으로 지원한다. 다만 인천은 중·고등학교 모두 현물로, 대전은 중학교는 현물, 고등학교는 30만 원(동복, 하복 합산) 현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반면 수원시를 비롯한 기초단체들은 주민등록상 거주지 기준으로 30만 원 안팎의 교복지원비를 현금으로 주고 있다. A씨의 경우 거주지인 대전은 '학교 기준'이지만, 자녀가 입학할 학교 소재지인 수원시는 '거주자 기준'이라 어디에서도 무상교복 혜택을 못 받게 된 것이다.
 
 시도 교육청별 신입생 교복 지원 사업 검토 현황(자료 출처: 교육부, 2019년 1월 9일 현재). 서울, 광주, 충북을 제외한 13개 시도 가운데 10곳은 올해부터, 나머지 3곳은 내년 이후 신입생 교복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지원을 추진하는 10곳 가운데 5곳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신입생을 모두 지원한다.
시도 교육청별 신입생 교복 지원 사업 검토 현황(자료 출처: 교육부, 2019년 1월 9일 현재). 서울, 광주, 충북을 제외한 13개 시도 가운데 10곳은 올해부터, 나머지 3곳은 내년 이후 신입생 교복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지원을 추진하는 10곳 가운데 5곳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신입생을 모두 지원한다. 교육부
 
교복 지원 기준이나 방식이 제각각인 까닭은 결국 돈이다. 광역단체의 경우 각 시도와 교육청, 시군구 기초단체가 예산을 분담하지만, 기초단체들은 대부분 교육청이나 광역단체 도움 없이 자체 예산만으로 교복 지원 예산을 충당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초단체에선 관내 거주 학생이 다른 지역 고등학교에 입학해도 교복비를 지원하지만, 거꾸로 다른 지역에서 관내 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은 지원하지 않는다.

경기도청 교육협력과 관계자는 "중학교는 교육청 조례에 따라 '학교주관 구매제도'를 적용해 각 학교에 교복을 현물로 지원하고 있지만, 고등학교의 경우 각 시·군 조례에 따라 신입생의 주민등록상 주거지 기준을 현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각 시·군에서 주민세 등으로 마련된 시비를 가지고 예산 집행을 하기 때문에 타 지역에서 오는 고등학생까지 지원할 근거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현재 도교육청에서 진행하는 중학교 교복 지원 사업을 고등학교까지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주윤주 수원시청 주무관도 "중학교와 달리 고등학교는 시비 100% 지원 사업이어서 시 거주민 대상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다"면서 "앞으로 고등학교도 경기도와 교육청 예산이 반영돼 학생 거주지와 상관없이 학교별로 지원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인선 대전시교육청 학생생활교육과장은 "올해부터 중학교 신입생은 현물 지원하고 대전 지역 고등학교 신입생은 주민등록지와 상관없이 현금 30만 원을 모두 지원하기로 했다"면서 "대전에 거주하면서 다른 시도 특목고에 다니는 경우는 지원할 수 없지만, 거꾸로 타 시도에 주민등록지를 두고 대전 지역 특목고에 다니는 학생도 지원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교복비 '중복 지원' 가능성도... "고교 무상 교육이 해법"
  
 지난 2017년 고교 무상교복 확대를 요구하는 성남시민들
지난 2017년 고교 무상교복 확대를 요구하는 성남시민들박정훈
 
A씨와 정반대 상황도 가능하다. 만약 수원처럼 '거주자 기준'으로 교복비를 지급하는 시군구에 살면서 대전이나 인천처럼 '학교 기준'으로 교복을 지원하는 타 지역 학교에 입학하면 '중복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주윤주 주무관은 "교복 구입비를 청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소지를 기준으로 교복지원비를 지급하기 때문에, 다른 시도 학교에 입학할 경우 이중으로 혜택을 볼 수도 있다"면서 "앞으로 타 시·도의 교복 지원 방식을 확인해 (이중 혜택을 막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혼란을 줄이려면 광역단체 단위 지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중앙정부 차원에서 전국 중고등학생 교복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배경희 참교육학부모회 사무처장은 "정부에서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확대해 교복비도 교육비의 일환으로 모든 학생에게 지원하는 게 맞다"면서 "지금은 지자체별로 예산을 편성해 먼저 시행하는 과도기여서 형평성 얘기가 나오는데 자칫 지역 이기주의로 흐를 수 있어 고교 무상 교육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배 사무처장은 "일부 지자체에서 교복을 현물이 아닌 현금으로 지원하는 방식은 위험하다"면서 "교복비 지원은 결국 교육비를 경감하려는 건데, 현금으로 지원하면 교복업체에서 교복비를 올려 현금 지원을 무색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무상교복 #교복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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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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