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밀집한 서울 논현동 먹자골목 일대.
연합뉴스
'친 기업' 정책 기조의 박근혜 정부는 2014년 '규제 철폐를 통환 기업 활동 촉진'이란 명분의 일환으로 가맹사업자의 최소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각종 규제를 철폐하였고 그 여파로 편의점주 5명이 죽음을 선택하는 비극적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그 분쟁은 편의점을 넘어 피자, 김밥, 치킨 등 다른 가맹사업 분야로 들불처럼 번져 갔고 2016년을 이어 2017년 언론에 오르내린 프랜차이즈 업계의 각종 '갑질' 분쟁 사건은 '매우 심각한'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돈, 시간, 인력 등 모든 조건에서 본사에 비해 절대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가맹사업자들에게 '공정거래위원회'의 존재는 마지막 희망이며 보루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정위 신고를 해도 2~3년에 대법원까지 끌고 가는 본사의 시간 끌기에 가맹사업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가맹점주의 권익 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가맹사업법의 '가맹점주단체 구성권과 단체 협상권'은 구체적인 세부절차나 위반 시 처벌 조항이 없어 유명무실 했다. 결국 공정위를 찾아가 이를 항변했던 가맹점주들은 박근혜 정권 당시 공정위로부터 '개인사업자들에게 단체 협상권을?' 이건 '떼법'이라는 핀잔과 가맹사업 담당자 8명으로 3000개에 달하는 브랜드를 상대하려니 우리도 힘들다'라는 하소연(?)까지 들어야 했다.
광역지자체에서 시작되는 공정거래행정
이런 시기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임 이후 2013년, 당시 정부기관 최초로 서울시에서 불공정피해상담센터를 개소하고 이례적으로 분쟁 중이던 마사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과의 간담회를 시작으로 피자 등 외식업계 가맹점주들과도 간담회를 추진하고 실태조사를 통해 가맹사업계에 관행적으로 자행되었던 불공정거래행위를 이슈화하였다. 또한 실태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공정위 조사 의뢰와 검찰 수사 의뢰를 통해 해당 가맹본부는 정보공개서 등록취소, 공정위 시정조치, 벌금형을 부과받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서울시의 상징적인 노력과 2017년 국회의원회관에서 수천 명의 가맹점주들이 모여 벌인 '가맹사업법 개정 촉구대회'등 전국의 수많은 가맹사업자들의 간절한 요청에 2018년 2월 28일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의거 '가맹사업거래분쟁조정협의회'가 각 시·도에도 설치 가능 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올 2월 국회에서 김상조 공정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참석하여 가맹·대리점 분쟁조정협의회 출범식을 통해 광역지자체에서 본격적으로 공정거래행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현재 가맹점주들을 비롯한 '을'들은 공정거래행정의 지방화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유는 서울시에서 최근에 편의점주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통해 편의점주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심야영업의 문제점을 알렸으며, 편의점 과당경쟁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공정위가 발표한 편의점 근접출점에 대한 자율규약보다 서울시의 담배소매인 간 영업거리 확대(기존 50미터에서 100미터) 정책이 현장에서는 더욱 실효성 있는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공정위에 집중된 과도한 관련 업무를 지자체로 분산함으로서 이전보다 빠르면서도 꼼꼼한 업무 처리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기대만큼 가맹본사의 불공정 행위를 직접 공정위에 제소를 하고 해당 절차를 수년간에 걸쳐 직접 경험해 봤던 필자의 입장에서는 우려스러운 부분도 많다.
현 개정안의 '가맹사업거래분쟁조정협의회'의 심판 역할을 하는 '공익 위원' 선정과 관련된 세부 내용에 '대리점법' 법조문에는 공익위원 중 한명을 '그 밖에 대리점거래 및 분쟁조정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도 임명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지만 이번에 개정된 '가맹사업법'에는 이 부분이 없다.
이는 법조문의 해석에 따라 누구보다도 전문지식과 현장 경험 많은 '가맹사업자'나 '가맹거래사' 등이 공익위원 선정에 배제될 가능성이 있어 너무도 아쉬운 부분이다.
또 한 가지는 바로 '조사권'과 '처분권'이 없는 상태에서 과연 '조정권'만 가지고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점이다.
'조사권'이 없는 상태에서 양쪽의 주장만 가지고 사실 확인도 없이 중재가 쉬울 리 없다. 더욱이 지자체에 '처분권'이 없기에 가맹 본사는 조정위의 조정안을 쉽게 거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맹점을 가맹본사는 충분히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 즉 최악의 경우 사건은 지자체와 공정위 사이를 오고가며 가맹본사 시간 끌기에 이용될 수도 있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비록 분쟁조정권과 정보공개서 등록·취소 권한만이 지자체에 위임 내지 이양 되었지만 과거 전속고발권 등 공정위의 권한독점을 깨뜨려 경제 시장에서 상대적 약자인 가맹사업자, 대리점사업자들과 같은 '을'이 도움 받을 수 있는 기관이 다원화 되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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