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미니멀리스트의 고백, 조그맣게 살 거야

[북리뷰] 진민영 '조그맣게 살 거야'

등록 2019.03.08 14:52수정 2019.03.0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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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삶을 세세하게 직면하여 독자에게 드러내는 용기가 망설임 없고 단호하기까지 한 글은 오만하지 않은 자신감으로 야무지다. 조그맣게 살기 때문에 자신을 이루는 모든 것들의 본질을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결핍이 말하는 부유함.

실재적 가치를 담담하게 읊는 글 전체는 통제적이지만 충분히 여유롭다. 최소한의 물질을 소유하면서 행복해지기 위한 본질을 집요하게 뚫고 나가는 삶을 기록한 문장들 중에는 걷어낼 것 하나 없다. 머릿속 뇌의 움직임은 복잡해도 의식적으로 비우며 단순하게 생활을 꾸리는 일상은 자기답게 스스로를 사랑하려는 노력이다.      
 <조그맣게 살 거야> 진민영 에세이 / 2018년 5월 10일
<조그맣게 살 거야> 진민영 에세이 / 2018년 5월 10일책읽는고양이

돈과 그 밖의 소유물로 사람을 재단하는 사회 주류에 편승하지 않고도 행복한 이의 통찰력은, 군더더기 없는 생활 속에서 얻은 능력이고 변화였다. 자본사회가 양산하는 물질에서 최대한 벗어나 불편할지라도 충분히 행복해지는 것은 곧 자유로움. 최소한을 남겨두고 소유하던 물건을 대부분 처분한 작가가 자유로워지는 것은 물질의 세계에서 그치지 않는다.      


다운사이징과 싱글테스킹의 조화    

내키지 않는 만남은 거절하고 원하는 일을 하며 살게 되었다는 변화는 비움의 미학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다. 물질 이외에도 음식, 언어, 환경, 관계 등 복잡한 양상으로 자신을 짓누르는 것들에게서 적절하게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진민영 작가는 절식, 묵언, 정적과 같은 실천을 통해 극단의 결핍을 경험했을 때에야 자기 내면 깊숙이 파고들 수 있었다고 말한다. 진짜 '원하는' 관계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판단력. 동시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은 그 결핍에서 나왔다고.    

비워낸 이후 가벼워진 삶에도 여러 갈래의 길이 등장할 것이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는 것은 자명하다. 비움 상태의 또렷하고 맑은 의식으로 선택하여 집중하는 조화로운 삶. 원하는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다운사이징과 싱글테스킹이다.    

디지털 결핍
 
"우리는 마치 머리 위 작은 와이파이 모양의 더듬이라도 달린 것 마냥, 눈을 뜨고 감는 순간까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다. 끊임없이 누군가와 연락을 주고받고, 시시때때로 반응해야 할 암묵적 의무감에 시달린다. 벽을 타고 연결된 선으로 끊임없이 정보가 쏟아진다. 종종 이 연결고리가 나를 옭아매는 족쇄 같다고 느낀다." - 진민영 <조그맣게 살 거야> p.38

결핍의 가지는 디지털 세계로도 뻗친다. 편리하고 흡입력 있는 인터넷은 정보를 쏟아내고 흥밋거리들을 배출한다. 집 밖을 나서지 않아도 손쉽게 관계 맺을 수 있는 SNS를 만들어냈고, 그를 통해 언제든 원하는 이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다.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까지 마주하게 되는 관계와 정보의 과잉 시대에서 피곤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장 실천하고 싶은 작가의 디지털 생활 지침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사용 시간을 준수하고, 중독되는 것을 항시 경계하며 소셜미디어 속을 벗어나 타인의 생활을 좇지 않는 것. 의도적으로 전자통신에서 물러나 있기를 자처한다. 

인간답게 미니멀리스트    


모든 소비가 무조건적 사치라고 하진 않는다. '사야 해서 필요를 만드는' 소비가 아니라 '필요해서 사는' 소비 습관이 중요하다는 것. 사회 보편적 휩쓸림에 무언가를 사야만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여기는 오류를 스스로 깨야 한다고 말이다.
   
"나의 집에는 더 이상 물건이 쌓이지 않는다. 물건을 살 때는 여전히 계속해서 묻고 또 묻는다. 필요한가? 그렇다면, 그 필요는 진짜 '필요'가 맞는가? 그리고 내가 주장한 그 필요를 몇 번씩 심문하고 또 검열한다. 필요라고 느끼는 나의 허황된 착각은 아닌지, 가지고 싶다는 충동적인 욕망은 아닌지, 남들이 다 가졌다는 이유가 필요를 만든 건 아닌지." - 진민영 <조그맣게 살 거야> p.54

시간이 흘러 낡았다는 이유만으로 새 물건에게 자리를 뺏기고 버려지는 물건의 끝도 애처롭지만, 그 모든 물건들의 태생을 날카롭게 직시하는 미니멀 라이프. 무분별하게 소비하지 않음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분명하게 지켜내는 삶은 본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값싸고 보기에도 그럴싸한 이 모든 물건들은 어디서 왔고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바로 자원의 착출과 인간다움의 상실이다." - 진민영 <조그맣게 살 거야> p.30-31

비움을 통해 자기 내면의 진정한 평화뿐만 아니라 '소비하지 않아야 할' 사회 근본적 이유를 제시하는 미니멀리스트의 곁에서 오래도록 머물렀다. 생활에 불편함 없을 정도의 수준으로 갖고 있음에도 더 소유할 수 없어 불행했던 날들을 곱씹으면서.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rnjstnswl3 중복게재

조그맣게 살 거야 - 군더더기를 빼고 본질에 집중하는 삶

진민영 지음,
책읽는고양이, 2018


#진민영 #책읽는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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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문화, 다양한 사회현상에 관해 공부하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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