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공동합의문 서명 마친 트럼프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2018년 6월 12일 오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공동 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뒤 보여주고 있다.
케빈 림/스트레이츠 타임스 제공
트럼프 행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는 3월 6일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을 때에는 "매우 이른 보도"라며 성급한 판단을 경계하면서도, 복원이 확인된다면 "김정은 위원장에게 매우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날에도 같은 질문을 받자 '사실이라면'이라는 전제를 달지 않고 "조금 실망스럽다"고 답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창리 시설의 복구 쪽으로 분석의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이는 트럼프로서도 당황스러운 움직임이다. 그는 지난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핵실험은 물론이고 미사일 시험발사도 중단하고 동창리 엔진시험장을 폐쇄키로 한 것을 최대 성과로 강조해 왔다. 또한 하노이 정상회담 직후에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도 "김 위원장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계속 중단키로 약속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동창리 시설이 실제로 복구되고 미사일 관련 활동이 일어난다면 트럼프로서도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이를 우려한 탓인지, 미국 국무부의 한 고위 관료는 3월 7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동창리 시설은 "북한 핵인프라의 핵심적 부분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동창리 시설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핵심 부품인 신형 엔진 시험장이 있고, 미국이 오랫동안 ICBM으로 간주한 우주발사체 발사대가 있다. 이는 북한이 대출력 엔진 시험이나 위성 발사를 재개할 경우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해준다.
통 큰 양보가 거부되자
그렇다면 동창리 복구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 북한의 의도는 무엇일까?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두 가지 가능성이 동시에 거론되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신속한 폐기 행사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일 수도 있고, '실패'할 경우 복구도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이 모두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이 평양으로 돌아간 직후부터 복구 공사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는 폐기 행사보다는 복구를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 리용호 외무상이 심야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핵 시험과 장거리 로케트 시험 발사를 영구적으로 중지한다는 확약도 문서 형태로 줄 용의를 표명했다"고 했는데, 여기서 '장거리 미사일'이 아니라 "장거리 로케트"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로켓은 대표적인 이중용도 기술이다. 쉽게 말해 탄두를 달면 미사일이 되고 위성을 달면 우주발사체가 되는 것이다.
단어 하나하나 까다롭게 고르기로 유명한 북한이 "장거리 로켓"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위성 발사용 우주발사체도 포기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할 수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북한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을 통째로 폐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이는 과거 협상의 장애물이 되었던 평화적 핵 이용 문제 및 여러 차례 파국의 원인이 되었던 위성 발사 문제도 통 크게 양보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그만큼 북한은 이를 지렛대로 삼아 미국의 통 큰 제재 완화를 받아내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며 북한의 제안을 거부했다. 북한의 최근 동창리 복구 움직임은 이와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협상장에서 무시한 북한의 '회심의 카드'를 계속 무시해도 좋은 것인지 한번 보라며 대놓고 복구에 나선 것으로 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은 영변 우라늄 농축 시설도 계속 가동 중이라고 한다. 이 시설 역시 북한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폐기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미국은 더 내놓으라며 수용하지 않은 것이었다.
'딜 메이커'와 '딜 브레이커'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