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청년-아동 워크캠프와 발달장애 학생의 소감. 일본 민요의 도코이쇼라는 가사를 ‘토크쇼’라고 들은대로 쓰며 여운을 전했다.
지석연
일본 청년들은 그 때 일본의 유명한 민요 소란부시를 부르고 춤을 가르쳐주었다. 소란부시는 소란소란~과 도코이쇼 도코이쇼라는 가사를 반복하는 뱃노래같은 노동요다. 아이는 그 가사를 제대로는 아니지만 "소란 소란 소란 소란~ 토크쇼 토크쇼 토크쇼" 흥겹게 부르고 일기에도 썼다. 그 아이에 대한 우리 치료사들의 생각이 깨졌다. 우리가 모르는 것이 더 많고 선입견으로 제한했으며, 생활과 교류는 더 확장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일본 청년들도 캠프로 예상치 못한 변화를 경험했다. 스탭으로 온 일본청년은 자기가 정신병원에 입원하기 직전에 부모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일본의 NGO에서 하는 청년 활동과 워크캠프 단체에 참여를 하게 했고, 그 때부터 다른 사람과 같이 땀흘리며 일하고 배우는 가치를 알게 해 준 NGO 활동을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며, 캠프에서 만난 몇몇 청소년들에게서 자기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자기 속도로, 자기가 잘 하는 것을 발견하고 격려받으며 살 수 있게 믿어주는 어른이 있어서 지금처럼 다른 청년들의 활동을 돕는 일을 하게 된 자기 이야기를 일부러 해 주었다. 그 말은 캠프를 하는 우리에게 어른이 되어 달라는 말로 들려서 묵직했다.
또 한 일본청년은 원래 유치원 교사였는데 어떤 사건으로 인해서 힘들게 교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이후 다른 직업을 갖다가 장애아동과 함께 하는 워크캠프라고 해서 아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으로 참가하게 되었다고 했다. 캠프 후 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배우면서 다시 유치원 교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생겼고, 그 마음을 가지고 일본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렇게 다양한 만남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다. 그 만남은 언어로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만남을 이어준 것은 놀이였고, 일이었고, 배움이었고, 여가였고, 휴식이었고, 공연이었고, 일과였고, 활동이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으로 나는 어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후 한일 워크캠프를 지속할 수 있는 어른으로는 아직 역부족인 상태에 머물러 있다.
4. 이음: 사람과 사람을 잇는 사람과 공간을 삼달에 기대하다
이 글을 쓰며 고민을 했다. 혹시 너무 전문적인 언어가 될까,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가 될까. 그래도 잠시 재활분야에서 일하는 작업치료사로서 글을 정리하고자 한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다 보면, 늘 지어지는 결론은 '협력하는 건강 전문가'들이 많아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협력하지 않아 고립되고 시설화 되는 현장을 학교, 복지관, 병원, 보호센터, 요양기관에서 목도한다. 때로는 장애를 치료해서 낫게 되는 병으로 여기며 그 장애를 없애기 위해 평생의 시간을 보내는 경우를 직간접적으로 보기도 하고, 실제로 그런 구도로 의료의 제도가 방향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회복하기 위해' 병원에서 치료를 한다고 법률이 말하고 있다. 악순환이다.
목격하는 문제는 너무나 많다. 문제를 중심으로 보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손상 유형별로 서로 반목하기도 하고, 보호자나 부모 중에는 유리함만을 찾아 상대적으로 장애가 중한 사람을 배제하기도 하며, 장애 속에서 장애는 이중으로 고립되는 경우도 있다. 장애는 개인의 손상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사회적 배제나 분리, 무리와 과로로 이차 삼차적인 신체, 정신장애 또는 질병이 생기며 더 큰 문제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이상엽 삼달지기를 가만히 지켜보니, 그런 장애와 문제가 악순환과 이삼차 문제화를 거꾸로 돌리고 살고 있다. 본인의 사고로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공감을 하게 되고, 난치병을 만난 뒤에 그러니 더욱 '하고자 하는 일'을 하고자 삼달다방을 짓고, 휠체어 리프트 자동차를 모금하고자 뜻을 모으고 장애가 있건 없건 여행하고 휴식하며 선순환을 하려 한다.
거기에 더해 장애인 자립센터 이음 이규식 센터장이 전재산 탁 털어 부탁한 '장애인 한달살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달라'는 말에 삼달다방에 또다시 '이음동'을 짓고 있다. 이 이음동이 만들어진다면, 또 얼마나 좋은 선순환이 많아질까.
서로 고립되고 만남이 없고 반목하면 서로에게 곤란한 행동을 하며 서로에게 나쁜 존재가 된다. 경험해 보니 한국인으로 일본의 노인, 청년을 만나서 나는 더 성숙한 인간이 되었다. 장애가 있는 사람과 가족들을 만나 더 배우는 기회를 얻었다.
삼달공간에서도 삼달지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존재가 되고, 사람들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더 좋은 존재가 되게 한다. 웰빙이다. '협력하는 건강한 웰빙'이 될 조건이 풍부하다. 이 공간에서 다양한 전문가들은 더 건강해지고, 더 협력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삼달지기를 통해 삼달이라는 공간과 그 공간에서 서로 만나고 교류하며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해 질 수 있는 다양한 존재들을 상상해 보게 되었다.
그만큼 삼달지기에게는 무심한듯 예민하고, 평등하고자 다양한 차이를 고민하고, 평범한 듯 비범한 면이 있다. 그런 면이 삼달 공간에 반영되어 있다. 이 터전은 다양한 사람들이 놀이, 예술, 일과, 쉼, 여가를 보내면서 서로를 존중하고 적절하게 교류하는 느슨하고 관대한 약속을 만들면서 다른 사회와 연결하는 에너지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기회는 장애인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나는, 좋은 만남과 쉼과 여유는 교사나 치료사, 복지사 등의 직업인들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좋은 쉼과 여유는 삶을 더 좋은 활동으로 채우며, 좋은 활동은 더 건강한 삶으로 연결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그런 터로써 삼달을 활용하고 교류할 수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서로를 웰빙하게 하는 좋은 공간과 지킴이로 삼달과 삼달지기를 활용할 수 있다.
그래서, 좋은 동료들에게 앞으로 이 삼달을 활용하기 위해, 지금 삼달의 '이음동'을 짓는 일에 함께 동참해 주기를 제안하고 부탁한다. 이음동을 함께 짓자고. 그런 뒤, 만남과 휴식과 워크숍과 공연 등을 위해 잘 사용하자고.
개인적으로는, 이 삼달 공간에 발달장애 아동청소년과 한일청년들이 안전하면서도 고생스러운 생활캠프, 워크캠프를 하고싶다. 한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그러기에 이 공간과 공간 주인이 참 좋은 조건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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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머물 수 있는 삼달다방 '이음'동 건축기금 모금
삼달다방은 좋은 사람을 만나는 사람 여행의 공간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람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공간을 지향하며 삼달다방은 공간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세상의 건강함과 사람과 문화를 중심으로 살아가려 노력하며 인연이 된 수많은 사람, 또 앞으로 새로이 인연이 될 사람을 만나는 사람 여행 공간을 꿈꾸며 삼달다방지기, 저 이상엽은 제주 서귀포의 성산읍 삼달리에 삼달다방을 만들었습니다.
방 4개, 부엌 하나짜리의 아늑한 삼달다방이 만들어지고 얼마 후인 작년 가을, 제주를 좋아하는 친구 이규식이 삼달다방을 찾았습니다. 장애가 있는 그는 탈 시설한 사람이었고, 장애인의 권리와 인권향상에 몸을 던져 살아온 이였습니다. 저는 늘 진정성 있는 이규식의 삶을 좋아했습니다. 그가 대뜸 계좌번호를 불러 달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며칠 후 집 마련을 위해 귀하게 모은 청약통장을 해지했다며, 삼달다방 계좌로 송금해주었습니다. 이유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제주에서 좀 길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도 귀한 돈이란 생각과 함께, 이규식의 진한 소망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도 이규식을 비롯해 장애를 가진 또 다른 이들의 비슷한 요청이 이어졌습니다.
사실, 잠시 고민했습니다. 삼달다방은 직장생활 퇴직금과 살던 집을 팔아 이제 막 지은 공간이었습니다. 곧바로 다시 새로운 공간을 준비하기에는 경제적으로 버거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머리를 털고 결정했습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공익활동가들이 편안히 한 달여 장기 휴식할 공간이 제주에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 장애인과 비장애인 공익활동가들이 긴 시간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을 다시 만들어 보자.' 일단 대출의 힘을 빌려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인건비를 줄여보고자 직접 노동을 하고, 자재를 실어 나르고, 같은 마을 친구들, 철수와 목수, 용기, 병선의 도움을 받고, 매일 밥을 직접 지어 따뜻한 점심을 나누며 지금까지 왔습니다.
여러분! 삼달다방에 장애인과 공익적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한 달살이 집을 짓고 싶습니다. 사람의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제주에서 긴 시간 자연을 느끼고, 문화적으로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을 여러분의 참여로 만들고 싶습니다. 삼달다방의 노랑차(장애인도 이용하는 리프트 카)를 살 때 여러분께 도움을 요청한 지가 얼마 지나지 않은 것이 마음을 계속 불편합니다. 공사를 처음 시작할 지난가을, 손을 내밀고 싶었지만 주저되는 마음에 선뜻 말을 꺼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다시 용기를 내어 삼달다방의 <이음동> 건축기금 모금을 청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사람답게 머물고 쉴 수 있는 공간인 <이음>을 만드는 데 여러분의 마음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이음'은 처음 이 고민을 시작하게 한 친구 이규식이 직접 새로이 만들어질 집에 지어준 이름입니다.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잇는다는 탈시설 운동의 좌우명이기도 합니다. '이음'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사람답게 머물고 쉴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음'을 함께 만들어주실 것을 한 분 한 분께 부탁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잇는 여행자 문화공간, 제주와 육지를 잇는 소통공간, 제주의 자연과 사람이 이어지는
삼달다방이고 싶습니다. 사람을 향한 작은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협력을 요청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잘 모여서, 좋은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살이 공간을 함께 만들면 좋겠습니다. 삼달다방이 사람을 만나는 사람 여행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 길에 길동무가 되어주시길 청합니다.
제주의 가장 아름다운 꽃이 피는 봄날 삼달리에서
삼달다방지기 이상엽 올림
※ 주소와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작은 마음의 선물 전하겠습니다. 모금참여자 링크 잠시 시간내어주세요 ☞ https://forms.gle/DdEQjHBxh6L43HCM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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