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 맞는 손길을 주는 것. 그게 사랑의 시작일지도.
달그림
그런 일은 아주 많지. 청소년기에는 성적 혹은 진로에 대한 갈등이 대표적이겠지만 이성친구 문제나, 가족 문제, 학원 문제 등등 따지려고 하면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일 거야. 그런데 말이야. '인정한다'는 것은 곧 '알게 된다'는 말과 같대. 그건 인정하지 못하면 알지 못한다는 말이기도 하지.
디폴의 부모님이 자신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디폴이 무슨 음악을 하는지 어떤 음악을 하는지 부모가 알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거야. 왜냐하면 '안다'는 건 이런 거니까.
안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야.
매일매일 눈을 마주쳐 잎의 생김새를 가만히 둘러보는 거야.
구부정했다가 활짝 펴지는 모습을.
바짝 세워졌다가 느긋하게 늘어지는 모습을.
안다는 것은 서두르지 않는 것이기도 해.
앞서 판단하지 않고 기다려 주는 것.
조급해하지 않고 스스로 떨구는 잎을 거두어 주는 것.
한 발자국 물러서 보면
돌봐야 할 때와 내버려 둬야 할 때를
조금은 알게 될 거야.
어때?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어? '한 발자국 물러서 본다'는 건,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거야. 엄마는 이 문장들을 여러 번 읽었어. 소리 내어 읽어도 봤지. 저 바라봄의 대상이 '화분'이 아니라 '아이들'이라면 어떨까, 생각도 해봤지.
그러다 이런 마음이 들었어. 아, 내가 너를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런 것이겠구나. 가만히 너를 둘러보는 것. 천천히 너를 기다려주는 것. 내 손길이 필요한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알게 되는 것. 이것들은 너와 내가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을 때 가능하다는 것도 비로소 알게 되었어.
물론 살다 보면 그 적당한 거리 조절에 실패할 때도 있을 거야. 조급하게 먼저 판단하고, 너와 제대로 눈 마주치지 못할 때도 생기겠지. 그렇다고 해도 엄마는 지금처럼 너를 응원할 거야.
디폴의 부모님도, 어쩌면 눈에 띄지 않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아들을 응원하고 있을 거라고 내가 믿는 이유야. 그러니 부디 기억해주렴. 넌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걸. 혼자일 수가 없다는 걸. 끝으로 이 책의 첫 문장을 들려줄게. 왜냐고? 엄마가 꼭 듣고 싶은 말이라서 그래.
"네 화분들(아이들은)은 어쩜 그리 싱그러워?"
그러면 작가가 썼듯 꼭 이렇게 말해 줄거야. '적당해서 그래. 뭐든 적당한 건 어렵지만 말이야'라고.
적당한 거리
전소영 지음,
달그림, 2019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