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농어촌특별위원회에 바란다

진짜 농사꾼의 농업·농촌이야기 18

등록 2019.05.13 14:51수정 2019.05.1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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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새정부 3년차인 지난 4월 25일 출범했습니다. 출범하자마자 몇몇 농민단체와 이익집단에서 위원장과 민간위원 인선에 대해 반발하는 등 농특위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의 농특위답게 농업부문의 적폐를 척결하고 농업문제의 근본적 개혁을 실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3가지 과제의 해결을 당부합니다.

1. 영세 임차농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밭작물 품종설명서
밭작물 품종설명서정화려
 
위 그림은 올해 농촌진흥청 산하기관인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 정부 보급종 종자와 함께 배포한 품종설명서 중 농가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고 있는 남풍찰 수수의 표준재배 설명서입니다. 정상적으로 재배할 시 300평당 228kg의 수확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수수를 전국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고 있는 단양의 경우 농가에서 농협이나 중간상들에게 판매한 수수의 kg당 가격은 2016년 1,500원, 2017년 4,000원, 2018년 4,400원이었습니다. 3,000평의 수수농사를 지으면 2016년에는 342만 원, 2017년에는 912만 원, 2018년에는 1,003만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3천평의 수수밭
3천평의 수수밭정화려
 
위 사진 속 멀리 보이는 조그만 밭까지 모두 포함하면 3,000평입니다. 제가 2003년부터 임차해 수수 농사를 짓는 밭입니다. 임차료와 해마다 당하는 멧돼지의 횡포를 생각하면 3,000평 농사로는 천만 원 소득을 올리기도 힘든 실정입니다.
 
 농가소득 동향
농가소득 동향통계청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보조를 받는 6차 산업이나 스마트팜의 그늘에서 생존의 위기에 몰린 농업소득 외에 별다른 소득이 없는 영세 임차농들에 대해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의 대책을 세워줄 것을 촉구합니다.

20년 이상 전국 농가 평균 경작 면적인 3,000평 이상의 농지를 경작한 농민에게 기초생활수급자 수준의 농민연금을 지급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농가의 실질 소득은 무시한 채 3,000평 이상의 농지를 임차해 농사를 짓는 순수 임차농마저도 저소득 농가에서 배제한 농협의 농어가 목돈마련저축 가입 기준을 바로 잡아 줄 것을 요구합니다.

2. 현행 농업직접지불제를 전면 개혁하라!
  
 지속가능한 농정 패러다임 연구-스위스를 중심으로 18쪽
지속가능한 농정 패러다임 연구-스위스를 중심으로 18쪽농촌경제연구원 김수석
 
작년 2월 농촌경제원이 발간한 "지속가능한 농정 패러다임 연구-스위스를 중심으로" 리포트에 따르면 2016년 스위스의 농림부예산 중 직불금은 77%에 달합니다.

우리의 농림부예산 77%를 직불금으로 쓰면 농가당 1년에 1,200만원 이 돌아갈 수 있습니다.


현실은 어떨까요? 위 사진 속 3,000평 수수밭에 밭직불금 45만 원이 나올 뿐입니다.
전북 익산에서 10만 평 벼농사를 짓는 농가라면 고정직불금과 변동 직불금을 포함해 6,000여만 원의 쌀직불금을 수령하게 됩니다. (농림사업정보시스템 직불금미리계산해보기)

농가의 실질 소득은 무시한 채 농지 면적과 작목을 기준으로 한 현행 직불제는 농민 내부의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킬 뿐입니다.


이미 박진도 농특위 위원장은 지난해 농정개혁TF위원장 시절에 발표한 '문재인 정부의 농정개혁 방향과 실천전략'을 통해 상위 10%가 전체 직불금의 46%를 수령하는 등 불합리한 현행 직불제의 한계를 인식하고 직불제 개혁과 "농업기여지불제"의 도입을 밝힌 바 있습니다.

농업의 다원적, 공익적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하고 그 가치를 논과 밭에서 땀흘려 일하는 농민들에게 지급하는 일은 더는 늦출 수 없는 과제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일 것은 새삼스레 농업의 다원적, 공익적 가치에 대해 공론(空論)을 벌일 것이 아니라 이미 지난 1, 2기 민주정부 시절에 축적해 놓은 성과를 활용하라는 것입니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농업의 가치를 계량화 해 국제무역협상에서 농업을 보호하고,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의지를 보이기 위해 농촌진흥청 산하의 농업과학기술원에 9명의 박사들로 구성된 농업다원기능평가팀을 설치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기간 내내 연구를 진행했던 그들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5월 28일 "농업의 다원적 기능 평가 – 연구성과 및 적용"이란 결과물을 내놓았습니다.

210쪽에 달하는 보고서의 결론은 138쪽에 실린 아래의 표입니다.  
 농업의 다원적 가치 평가
농업의 다원적 가치 평가농업과학기술원
 
표 하단의 농업생산액은 해당 연도의 농업생산액을 찾아 적어놓은 것인데 축산분야의 11조 8천억 원을 제외하면 2006년에 23조 원 정도의 농산물이 논밭에서 생산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농업생산액의 3배 가까운 67조 원이 논밭에서 생산되는 셈입니다. 아니 대기 정화 기능 평가 항목에 탄소배출권의 시장 거래액이 제외되었으므로 농업의 다원적 가치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3. 농업경영체 등록자 전수조사를 하고 부재지주와 가짜 농사꾼을 처벌하라!
  
 임차농 비율
임차농 비율통계청
 
12년 전인 2007년 7월 26일 감사원은 쌀직불금 부당수령이 의심되는 가짜 농사꾼 28만 명의 명단을 확보하고서도 "사회혼란방지와 국익 도모를 위해 합리적 정책대안을 마련할 때까지" 라는 어이없는 핑계를 대며, 농지법과 공무원법, 농업소득보전법 등을 어긴 범법자이자 가짜농사꾼들을 감춰주는 과오를 범했습니다. (쌀소득 직불제 운용 실태 감사 관련 기관보고서 11쪽 감사결과 비공개경위 참고)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6년 농가수는 105만 가구였습니다. 2016년 말 기준 농업경영체 등록자는 163만 명이었습니다.

12년 전의 28만 명이 이제는 58만 명으로 늘어나 여전히 농지처분명령이나 양도세를 회피하기 위해 농업경영체 등록을 한 채 농사꾼으로 행세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짜 농사꾼들 중 가장 먼저 처벌해야 할 대상은 농업경영체 등록을 한 공무원들입니다. 그들은 공무원법의 영리업무 및 겸직 금지조항을 어긴 범법자들이기 때문입니다(구체적인 법령은 "진짜 농사꾼의 농업·농촌이야기" 15. 아로니아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 참조).

- 농업경영체 등록을 한 공무원들은 연 농업소득 천만 원에 불과한 농민들과 똑같이 20kg 퇴비 1포에 지원되는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 2,700원을 받습니다.
- 농업경영체 등록을 한 공무원들은 수천만 원짜리 저온저장고 지원 사업을 받고 농업용 전기를 사용합니다.
- 농업경영체 등록을 한 공무원들은 농기계와 화물차에 제공되는 면세유를 쓰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12년 전과 같이 300평 이상 농사짓는 공무원을 처벌하지 않는다면 어처구니없게도 정부 스스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어기는 셈이 됩니다.
   
 충북 제천시 농업인단체연합회 행사 방명록
충북 제천시 농업인단체연합회 행사 방명록 황해문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의장
 
#농정개혁 #가짜농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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