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첫 장
박초롱
둘, 관광객에겐 일정이 있고, 여행자에겐 과정이 있다
"사람들이 관광객과 여행자의 차이가 무엇인지 물으면 저는 관광객에겐 최고가 중요하고 여행자에겐 최선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관광을 다닌다면 제한된 일정 안에 여행지를 잘 보기 위해 최고의 목적지를 선정하겠죠. 혼자 다니는 제게 그런 목표는 없어요.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며 과정을 즐깁니다."
패키지여행을 자주 가지 않는다. 누군가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도 해서이지만, 모든 것을 미션 달성하듯 해치우는 패키지 관광이 성에 차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가 관광객과 여행자의 차이를 말했을 때, 그래 저런 느낌이지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김영하는 최근 에세이 <여행의 이유>에서 부모님 여행을 보내드렸더니, 아버님께서 여행하면서 보고 들은 것을 노트에 빼곡하게 적어오셨다는 이야기를 풀었다.
여행을 무언가를 배워와야만 하는 미션으로 생각하신 것처럼 보였다. 에펠탑 앞에서 사진을 찍어야 하고, 미슐랭 스타를 받은 그 집에서 이것을 먹어봐야 하며, 고흐가 그렸다는 그 골목을 걸어봐야 한다. 이렇게 여행하면 여행은 '일정'이 되지 '과정'이 되지 않는다. 저자의 저 말이 삶에 대한 은유처럼 느껴지는 것이 결코 착각은 아닐 것 같다.
셋, 물건보다 경험에 돈을 쓰며 산다
저자는 책에서 몇 번이나 자신이 짠돌이라고 호언한다. 쇼핑도 좋아하지 않고, 돈을 내야 하는 일이라면 한 번 더 생각해 본다고. 그러나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엔 책에서 저자가 여행한 나라가 너무 많다. 일본, 태국, 라오스, 필리핀, 뉴욕, 런던, 탄자니아, 아르헨티나. 무조건 돈을 아끼기만 하는 사람이라면 여행도 가지 않을 터인데 어찌 된 일일까?
아마 저자도 요즘 유행한다는 '경험주의자' 혹은 '경험콜렉터'인 것 같다. 쓸데없는 사치는 지양하지만, 새로운 것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지갑을 여는 사람. 나도 경험콜렉터를 자처한다. 진정으로 내 안에 쌓이는 것은 경험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몇 달치 월급을 모아 산 명품백도, 순간속력이 뛰어나 다른 차를 금방 앞지르는 디젤차도 내가 '소유한 것'이지 나 자체는 아니다. 그러나 경험은 내 안에 녹아 나 자신이 된다. 가방을 잃어버려도, 차를 팔게 되어도 내게 남는 진짜 내 것이다.
짠돌이이면서도 경험주의자로서 살기 위해 저자는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에서 여행 꿀팁을 제공한다. 여행을 가면 현지인들이 북적거리는 식당에서 먹을 것,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시키는 메뉴를 시킬 것. 그래야 현지를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싼값에 신선한 재료의 요리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뉴욕에서 뮤지컬 보는 방법으로는 이미 한물간 쇼, 영화에서 본 쇼를 선택하라는 팁도 전한다. 그만큼 보장이 된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투어를 해보고 싶다면 3~4곳을 골라 인터넷 말고 현지에서 흥정을 해보라고도 말한다. 처음부터 너무 싼 가격을 부르는 곳 말고 정직하게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곳에서 투어를 하면 후회가 없단다.
여행이 전국민의 취미 1순위가 된 지 오래이지만, 정말로 여행을 즐기는 자신만의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사람들이 다 가니까, 거기가 유명하대서. 그런 이유라면 여행이 아니어도 즐길 만한 취미는 많을 것이다.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뒤편에는 방송인 김소영씨의 이런 추천사가 담겨있다.
"꾸준한 여행은 그에게 삶을 지탱하는 잔 근육들을 만들어준 모양이다. 그러다가 비로소 삶을 여행처럼 살아가는 법을 알게 된 것이겠지."
김민식 저자는 여행을 한다. 그래서 삶을 여행처럼 사는 방법을 알게 되었나 보다. 이 책을 읽는다고 그의 여행 근육이 내 것이 될리는 만무하다. 백날 요가 동영상을 본다고 해서 내 몸이 요가 선생님처럼 변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는 요가를 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되리라. 그게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다.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김민식 (지은이),
위즈덤하우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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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밥 벌어 먹고 사는 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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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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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경험콜렉터' 김민식 PD의 여행 꿀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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