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교육을 의무로 하자

아동학대, 저출산 문제 해결할 대책

등록 2019.06.04 15:59수정 2019.06.0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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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생후 7개월 된 아기가 상자 속에서 숨진채 발견되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데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기사를 보았다 (2019년 6월 2일). 아동 학대로 숨졌을 가능성이 단골메뉴가 되어 버린 현실이다. 해결책 중 하나로 부모교육의무화 논의가 필요하다.

부모교육의무화는 2012년 아동학대 건수가 1만 건을 넘어서며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최근까지 아동학대가 지속될 때마다 매년 부모(양육)교육을 의무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신문기사가 한 꼭지를 장식했다. 그러나 분노의 목소리는 높아지다 잠잠해진다. 매해 분노를 반복하며 여러 대책을 시행중이지만 줄지 않고 있다. 

2014년 "소풍을 가고 싶다"고 말한 8세 서현이가 계모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갈비뼈가 부러져 숨졌다. 이에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시행되었다.

2015년 12월 '인천 맨발 탈출 소녀(원영이)'사건이 세간을 놀라게 했다. 깡마른 체구의 4세 여아가 가스배관을 타고 탈출해 슈퍼마켓에 들어와 과자를 허겁지겁 먹는 CCTV영상을 많은 국민이 보았고 충격에 휩싸였다. 이 일로 2015년 12월 말 전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장기결석 및 미취학 아동 전수조사를 하게 되었다. 아동학대 신고를 의무로 하고 학교를 비롯한 관련기관 종사자는 아동학대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고 있으며, 경찰 및 유관기관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아동학대가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에는 부모의 체벌도 아동학대로 보는 논의까지 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동학대 문제를 다룬 영화 <어린 의뢰인>의 배우 유선이서 아동학대예방과 신고의 중요성에 대한 응원 영상에 출연했다. - 보건복지부-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아동학대예방 '아이해 캠페인' 영상  중 일부
아동학대 문제를 다룬 영화 <어린 의뢰인>의 배우 유선이서 아동학대예방과 신고의 중요성에 대한 응원 영상에 출연했다. - 보건복지부-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아동학대예방 '아이해 캠페인' 영상 중 일부보건복지부-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중앙아동전문기관에서 발행한 '2014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의하면 아동학대 중 친부모에 의한 학대가 전체의 77.2%(7,742건)로 나타났다.  이 자료를 근거로 더불어 민주당 남인순 의원(송파구 병)은 양육수당, 보육료 지원 받기 전 부모교육 의무화 등을 주내용으로 하는 '영유아보육법'개정 추진안을 내놓았다(국민일보 2016.6.14.).

신수영 판사는 결혼 전 부모의무화 교육 운동을 주장하며 "아동학대 대물림돼... 아이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해요"(중앙일보. 2016.04.02)라고 기사를 쓴 바 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2018년 제15호 이슈페이퍼 <영유아기 부모교육 실태 및 부모교육 의무화에 대한 정책제언>을 발간했다. 영유아 학부모, 유치원과 어린이집 원장, 육아종합지원센터·건강가정지원센터·유아교육진흥원에서 부모교육을 담당하는 실무자들에게 영유아기 부모교육 의무화가 타당한지 알아본 결과 3개 집단 모두 '타당하다'(학부모 64.6%, 원장 71.0%, 실무자 70.2%)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다. 그 외 여러 심도깊은 연구내용이 있어 정부 당국자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제 정부는 아동학대예방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낼 시점이다. 흔히 특단의 대책을 강구한다고 정부 관계자는 말하지만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허울좋은 껍데기 정책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뉴스에서 심심찮게 나오는 어린이집 아동학대보다 가정에서의 아동학대가 훨씬 많다. 공익광고와 같은 간접적 방법이나 현행법으로는 아동학대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근본 해결책은 부모교육에 달려있다. 자녀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부모의 의식개선이 따라야 한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부모교육을 의무로 시행하는 나라가 많지 않다. 부모교육의무화에 대한 근본적 이견도 있다.  실시 시기, 방법, 내용, 재정(아동수당 등) 문제가 뒤따른다.  뜻을 모으더라도 각론에서는 많은 의견 차이가 있다. 

시작점이 공론화다. 부모교육의무화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 부모교육 의무화는 아동학대가 주이지만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도 필요하다. 이른 나이에 결혼한 부모에게서 이혼률이 높고 아이를 학대하거나 버려지는 경우도 많다. 부모 소양이 부족하거나 준비가 덜 된 채 결혼을 했기 때문에 양육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모교육의무화가 아동학대, 저출산 대책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만능키는 아니더라도 변곡점은 될 수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언회 첫화면. 남녀가 함께 하는 육아 홍보 동영상
저출산고령사회위언회 첫화면. 남녀가 함께 하는 육아 홍보 동영상추준우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저출산고령사회위윈회에서 이 문제를 심도있게 연구하고 공론화하자. 아니면 여성가족부, 법무부, 시민단체 등으로 이루어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논의해보자. 더 이상 아이들이 부모에게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지 않는 날을 꿈꾸며 어른들이 지혜를 모으자.  

꽃은커녕 잎새도 내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향하는 아이들이 없는 세상을 만들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 이 땅에 자녀를 둔 부모들, 결혼을 예비한 청춘들이여. 자녀를 소유물이 아닌 인격체로 보자.
#아동학대 #저출산 #여성가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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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주로 입시지도를 하다 중학교로 왔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나누며 지식뿐만 아니라 문학적 감수성을 쑥쑥 자라게 물을 뿌려 주고 싶습니다. 세상을 비판적으로 또는 따뜻하게 볼 수 있는 학생으로 성장하는데 오늘도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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