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사 이모티콘에 웃는 갈매기를 보고 깨달은 그림이 '스마일'이란 작품이다.
이목을
교보문고에 매일 출근해 글씨가 잘 보이지 않으니 한두 살짜리 아가들이 공부하는 그림책 교과서를 펼쳐, 도형을 보니 그 정도는 눈에 투영이 됐다. 그리고 매일 서점으로 출근해 여러 도형들을 즐겁게 그렸다. 그리고 휴대폰을 사 이모티콘에 웃는 갈매기를 보고 깨달은 그림이 '스마일'이란 작품이다. 스마일 그림은 남들에게는 웃기게 보일지 모르지만, 당시 나에게는 정말 대단한 작업이었다.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그렸기 때문이다."
그가 눈이 나빠 그림을 그리지 않겠다고 선언한 지 1년 만(2011년)에 스마일 작품을 선보였다. 당시 기자회견을 했을 때 그는 '내가 다시 운이 닿아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되면 봉이 김선달이 돼 나오겠다'고 했었다는 것이다.
"눈썹 두 개와 입이 하나인 세 줄을 그으니 스마일 작품이 나왔다. 진짜 봉이 김선달이 돼 나왔다. 그래서 스마일 작품으로 전시를 했다. '화가 이목을이 쇼했다', '이것도 그림이냐', '발가락에 끼어서도 이런 그림 그린다', '저것도 그림이라고, 누가 사겠나' 등 모든 사람들이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그런 말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내 자신하고의 문제였으니까. 기적이 일어났다. 모든 스마일 작품이 비싸게 다 팔렸다. 이후 스마일이라는 의제로 강연도 다니고, 방송도 출연을 하고 퍼포먼스도 하고 많은 사람들과 스마일(미소) 운동도 전개했다."
경기도 양평에 있는 그의 작업실 벽에는 '고통은 하나의 나의 보약이다'라는 글 밑에 한 줄을 더 새겼다. '웃음은 하늘이 나에게 준 선물이다'이라고. 그의 작업실은 얼마 전까지도 '이목을이가 그림으로 공부하는 곳'이라고 써 놓았다. 왜냐하면 아직도 화가가 꿈일 뿐이라는 이유에서이다. 남들은 자신을 화가라고 부르지만 자신이 느끼는 진정한 화가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매일매일 그림이 다르고 매일매일 생각이 다른 자유로운 그림이 탄생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화가의 상, 그 꿈을 이루었다. 그래서 최근 작업실에 '화자성지(畵自成地)'라고 크게 써 놓았다. '내 스스로 화가가 됐고, 화가가 된 터'라는 의미이다.
"부모에게 태어나 한 푼도 받지 않고 살아왔다. 지금까지도 누구의 도움을 받는 적이 없다. 그냥 혼자 인생을 살아왔다. 세상 도움을 받아보겠다고 생각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 소셜미디어(SNS)에 올려 세상과 소통을 했다. 매일 그려 글과 함께 하루 한 점씩 올린다는 게 힘든 작업이지만 너무너무 행복했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내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어갔다.
작품이 올라오는 것을 기다리는 사람들 때문에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일기를 쓰듯이 계속하게 됐다. 역설적이지만 기다리는 사람들, 즉 남(세상)의 도움을 받는 사람이 됐다. 그래서 요즘 너무 행복하다. 내 자신에게 선물을 주고 있는 느낌이라는 생각에서이다. 드디어 화가가 됐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꿈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행복한가. 태어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드디어 꿈을 이루었는데 얼마나 행복하겠나."
그런데 이상한 일이 또 일어났다는 것이다. 여기저기 사람들한테 연락이 오고, 책을 내자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이런 현상 또한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