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요한 작가
이정환
문 작가는 "문제는 습관"이라고 했다. 사람의 습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문 작가가 말한 대로 "보통 3세부터 이뤄지는 배변 훈련"이나 "쉬는 시간에 돌아다니면 안 된다거나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있으면 안 된다"는 것 또한 학교에 들어가면서 익히게 되는 습관이다. 그는 "문명 자체가 몸에 대한 억압으로부터 건설됐다"고 했다. 인간에게는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이란 설명이었다.
그러니 억압의 정도가 문제다. 변의를 자꾸 참아 그게 습관이 되면 "내항문 괄약근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기력해지고, 결국 대변이 직장 벽을 자극해도 배변 반사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의 머리로 만든 근육', 외항문 괄약근만 발달한 결과가 만성 변비다.
그의 눈에 비치는 '사회적 변비'는 이뿐만이 아니다. 문 작가는 "과잉 경쟁 사회에서는 남들 눈에 비춰지는 몸에 맞추다 보니 몸에 대한 착취가 계속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가 책에 적은 대로 "우리 사회는 한편에서는 눈만 뜨면 음식을 권하는 자극이 넘쳐나고, 다른 한편에서는 한 달에 10kg 빼기와 같은 다이어트 정보가 넘쳐난다".
"이 시대의 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자본이자 권력이며, 자기 관리의 증표입니다. 형식적으로는 계급과 신분이 사라진 이 시대에 자동차, 아파트, 혹은 출신 대학 등이 자신을 드러내는 새로운 신분재(身分財) 역할을 하고 있다면, 그 중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바로 '몸'입니다. 몸은 언제 어디서나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소고기에 등급이 매겨지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는 몸에 암묵적인 등급이 매겨집니다. '예쁘고 젊고 건강하게 보이는 몸'만이 가치 있는 이 사회에서 '추하고 늙고 병든 몸'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사회적 지위를 뜻하는 '신분(身分)'이라는 한자처럼 정말 '몸이 나뉘는' 사회가 된 것입니다." (<이제 몸을 챙깁니다> 중에)
그의 문제 의식으로는 "죽어라 살을 빼는 것"이나 "끊임없이 운동하는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는" 행위 등도 그 예가 될 수 있다. '바디(Body)'에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 작가는 "신체 심리학에서는 몸을 두 가지로 구분한다"면서 "남들에게 비춰지는 몸을 의식하는 것이 바디다. 관념 속의 몸"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머리 안에 있는 몸'이다. 그 반대로 '머리 밖에 있는 몸'을 '소마(Soma)'라고 한다. "얼마나 목이 마른지, 얼마나 배가 고픈지 또는 부른지, 내 몸이 원하는 것에 감각적으로 깨어있는 상태의 몸"을 말한다.
이런 신체 감각이 "전부 올라오는 곳이 섬엽"이다. 섬엽의 영어 명칭은 '인슐라(Insula)', 라틴어로 섬을 의미한다고 한다. 문 작가는 책에서 "뇌의 많은 영역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섬이라기보다는 국제공항 같은 허브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관제탑이 제 기능을 못하면 비행기가 들어오지도 못하고 나가지도 못하기 마련이다. 휑한 공항, 그의 표현으로는 "섬엽의 비활성화"다. 문 작가는 "신체 감각 정보를 통합해서 이성과 감정을 연결하는 역할을 섬엽이 한다"면서 "감정적으로 조절이 잘 안 된다거나 주의력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것도 섬엽 비활성화와 관련 있다, 현대인들의 섬엽을 검사해 보면 활성도가 떨어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상황이 심각해지면 어떻게 되는지 문 작가 스스로 경험했던 셈이다. 고산병의 위험성을 아는데도 천천히 걷지 못했던 자신, 그는 "머리에서 신호를 보내도 몸이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로 단절됐던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그의 책 제목 '몸을 챙깁니다'는 다시 말해 뇌의 섬엽을 활성화시키자는 얘기다. 그럴 수 있는 방법들 또한 일상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화장실에 간다'거나 '앞 맛, 본 맛, 뒷 맛을 느끼며 먹는다' 혹은 '잠이 올 때 잠을 잔다'거나... 그의 말대로 "문제는 습관"에 있어서다.
심리학 열풍... 행복지수 올라갈까? 책만 읽어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