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곁에 있습니다.임종진 사진치유 에세이
소동
<당신 곁에 있습니다(소동)>는 임종진 사진작가의 사진치유 에세이다. 단순히 사건이나 시대를 사진으로 기록한 것이 아
니라 '사람과 삶'을 기록해 온 작가의 '천천히, 깊게, 느리게'라는 철학이 글과 사진에 담겨 있다.
그는 월간 <말>, <한겨레신문>에서 사진 기자로 활동하며 이라크, 캄보디아 등에서도 활동했다. 언론사 사진기자 시절 어려운 이웃들을 취재하면서 사진의 쓸모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면한 모든 실체를 존재 자체의 가치로 바라보고 인정한다. 그런 그의 존재와 방향을 일깨운 것은 언제나 사람과의 만남이었다. 아픈 자리마다 '사람의 삶'을 기록하는 그가 있었다.
사진하는 사람으로 살아온 지 어느새 25년이 훌쩍 넘어섰다. 선배들의 농 섞인 꾸지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만하면 한번쯤은 '세월'이라 불러보고 싶기도 하다. 언제나 주변에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 시간을 모두 관통하는 나의 일관된 주제의식은 '사람과 삶'이다. -53쪽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여섯 차례 방북을 통해서는 신혼부부, 발랄한 대학생,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아이들 등 우리 일상과 다르지 않은 북한 주민들의 일상을 담아냈다.
캄보디아 국제구호기관에서 NGO 활동가로 활동하며 '사람이 우선'이라는 자신만의 사진에 관한 철학을 세우고, 지금까지 사진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감과 치유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4.3 피해자, 5. 18 피해자, 간첩 조작 시건 피해자, 전쟁과 분쟁 지역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 안에 들어가 상처를 보듬고 치유하는 '대면'의 도구로 사진을 활용하고 치유를 이끌어낸다. 그는 상담심리학 등을 통해 상담치유자로서의 이론적 지식도 갖췄다. 그가 자신을 사진치유자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을 찍는 작가의 입장이 아니라 피사체가 주체가 되는 사진, 특별히 사람이 우선인 그에게 사진 작업은 사랑이며 존재의 확인이자 관계다. 만나는 모든 존재와 공감하고 소통하며 존재 자체가 스스로 빛나도록 하는 기록이기에 마치 셀카로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작업과 유사해 보인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은 긍정적인 욕망을 지니고 있으며, 사진은 이를 표현하고 싶은 의지를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가능케 하는 도구다. 자신의 얼굴이 담긴 사진 한 컷은 단지 종이 한 장에 담긴 이미지만은 아니다.이미 사회적 주류 문화가 된 셀카 열풍은 결국 내가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행위다. -52쪽
자기 자신의 존재와 대면해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깊이 숨겨져 자신을 할퀴고 억누르던 상처를 밖으로 드러낼 때 비로소 치유의 첫걸음이 시작된다. 그가 만난 사람들이 천천히 깊은 호흡으로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오길 조용히 기다리는 이유다.
그는 그가 만난 수많은 인연과의 첫 만남이 사진 작업일 경우, 가급적 '천천히' 바라보고 '깊게' 공감하면서 '느리게' 셔터를 눌렀다고 한다. 그에게 사진은 천천히 깊게, 느리게 관계맺기를 하며 상대와 자신을 알아가는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작업이었던 것이다. 그의 시선은 늘 존재 자체에 닿아 있고 따뜻하다.
작가는 자신이 깨우친 사진의 미덕을 모두에게 전하고 싶어한다.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시대다. 이제부터 만나는 모든 대상을 '천천히, 깊게, 느리게' 바라보면서 말 없이 서로를 인정하고 위로하고 위로받는 관계 회복의 첫걸음을 사진으로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빠른 것이 미덕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이제 자신의 내면에 드리운 대상과 직접적이고 가까운 '대면'의 시간을 '천천히, 깊게, 느리게' 가져보면 어떨까. 오히려 이런 과정을 통하면 사진이 보편적이지 않으면서도 자기만의 깊이 있는 창조성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호흡을 조금은 더디게 내쉴 이유는 너무도 충분하다. 사진을 누구에게 배우기보다는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자기표현의 언어로 받아들여 보자. '사진한다'는 것은, 단지 예술의 범주 안에만 놓기에는 너무도 아깝기 때문이다.-62쪽
당신 곁에 있습니다 - 임종진의 사진치유 에세이
임종진 (지은이),
소동,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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