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24시간살아보기
도널드라이언
'이집트에서 24시간 살아보기'는 우리가 모르는 이집트인들의 일상생활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은 실제로 이집트 고고학을 연구하는 고고학자인 도널드 P. 라이언 교수가 직접 썼다. 이집트인들의 삶을 24개의 시간, 24개의 직업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한 시간에 한 직업을 가진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이집트인들의 인생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이 책의 장 중 하나인 '밤의 열두 번째 시간'(오전 5시부터 6시에 해당)에는 다른 사람의 소를 빌려서 농사를 짓는 농부의 이야기가 나온다. 낮의 세 번째 시간(오전 8시부터 9시에 해당)에는 파피루스 줄기로 낚싯배를 만드는 어부의 이야기가, 낮의 다섯 번째 시간에는 상형문자를 배우는 소년의 이야기가 나오는 식이다.
책에 따르면, 이집트인들은 주로 빵과 맥주를 마셨다고 한다. 이집트에 위치한 거대한 나일 강의 풍요 때문에, 이집트는 엄청난 농업 생산량을 자랑했다. 다른 국가의 농민들이 힘들여 지을 농사도 이집트인에게는 가뿐했다. 인근의 리비아, 가나안의 부족들이 기근을 피해 이집트로 찾아올 정도였다고 한다.
그리스인 헤로도토스는 이집트의 간단한 농사법에 주목해서 자신의 책에 기록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이집트인들은 힘들여서 땅을 경작하지 않고 씨를 뿌린 뒤 돼지를 끌고 가서 밟게 하는 식으로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집트인들이 모두 즐거운 식사를 한 것은 아니다. 이집트에는 천혜의 산물인 나일강도 있었지만, 모래로 가득 찬 사막도 있었다. 사막은 이집트인들을 다른 민족의 침략으로부터 보호하는 방어선 역할도 했지만, 식생활에는 악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빵을 만드는 과정에 모래가 섞여 들어가는 경우가 있었던 것이다. 이런 밀로 만든 빵을 씹으니 치아가 성할 수가 없었다.
논밭의 곡물을 밀가루로 전환하여 빵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집트 빵에는 늘 모래가 일정량 함유돼 있었다. 사막에서 불어오는 바람 역시 모래를 보탰다. 이로 인해 이집트인들의 치아는 성하기 어려웠다. 실제로 발굴된 해골과 미라의 상당수에서 치아 마모 현상이 관찰되었다. -본문에서
나일강은 이집트인에게 농사짓기 좋은 토지를 제공했지만, 그 자체로도 귀중한 식량 공급처였다고 한다. 이집트인들을 나일강의 메기, 퍼치와 같은 생선을 잡아 날로 먹기도 하고, 염장을 해서 먹기도 했다.
이집트인들은 파피루스 줄기로 단순하게 만든 배를 타고 강에서 어업 활동도 했다. 파피루스는 나일강을 따라 끝도 없이 늘어져 있었기에 흔한 재료였다. 그러나 강에 나온 이집트인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하마였다.
하마는 초식동물이고 인간을 먹지 않는다. 하지만 워낙 성격이 흉포하여 배를 습격하고 인간을 곤경에 빠뜨렸다고 한다. 이집트인들의 낚싯배는 하마의 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어부라면 누구나 한 번씩은 이 돼지같은 거대 수중 동물 때문에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게 된다. 지난 수년간 마누의 친구 몇몇도 사고에 연루돼 죽었다. 하마는 장시간 물속에 자수해 있다가 기습적으로 낚싯배 밑을 난폭하게 공격한다. -본문에서
한편, 오늘날의 한국인들이 자녀 교육에 신경쓰듯이, 이집트인들도 자식을 글을 아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필경사가 되기 위해서는 상형문자를 외우는 힘든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힘들고 고된 육체노동을 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신비로운 이집트 문명의 일상적인 모습을 실감나게 설명한다. 한 권을 24개의 장으로 나누어 건축가와 도굴꾼, 울음꾼과 세공사같이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를 넣었기에 책을 읽는 것이 편하고 지루하지 않다. 매 장에 등장하는 이집트인은 자신의 직업 활동을 하는 동시에 나름의 생각의 나래도 펼친다.
이집트의 역사는 장대하기 때문에, 역사의 사건을 기록한 도표만을 읽으면서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애환과 불평, 기대가 섞인 일상을 엮어서 고대세계로 직조했다.
이집트에서 24시간 살아보기 - 3000년 전 사람들의 일상으로 보는 진짜 이집트 문명 이야기
도널드 P. 라이언 (지은이), 이정민 (옮긴이),
매일경제신문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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