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즈가 설치된 도어클로저와 일반 방화문 도어클로저왼쪽 사진은 퓨즈가 설치된 도어클로저이고 오른쪽 사진은 퓨즈가 없는 정상적인 방화문 도어클로저이다. 고온에서 녹아서 고정장치가 풀리는 퓨즈를 설치할 경우, 화재 초기에는 방화문이 열려있게 되고 연기와 유독가스가 건물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정재성
하지만, 퓨즈 설치는 화재 시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퓨즈가 설치되어 방화문이 열려있을 경우, 70도의 고열이 전달되기 전에는 방화문이 닫히지 않기 때문에, 계단실은 순식간에 연기와 유독가스의 이동통로가 될 수밖에 없다.
퓨즈 설치의 위험성은 실제로 증명된바 있다. 2017년 12월, 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당시에도 방화문 도어클로저가 퓨즈가 설치된 상태로 열려 있었고, 퓨즈가 녹을 정도의 열이 전달되기 전에 연기가 건물 곳곳으로 번졌으며,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방화문 퓨즈 설치는 2010년에 법 개정을 통해 금지되었다. 하지만, 소화기 등으로 방화문을 열어두는 학교 건물들은 대부분 2000년대 이전에 지어진 노후 학교 건물 들이며, 법률 불소급의 법칙에 따라 퓨즈 설치 금지 조항을 소급 적용할 수는 없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학생 안전 방치한 학교 관계자들과 교육당국
학교에서 학생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행하는 것에 대한 학교 관계자들의 입장은 어떨까? 과연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학교 관계자들에게 물은 결과 이러한 행위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행정실 직원에게 해당 사안에 대해 물었다. "방화문을 닫고 사용하기에는 학교 내 유동인구가 너무 많다"라는 편의를 안전보다 우선시하는 답변이 돌아왔다.
해당 학교의 소방 점검을 담당하는 업체 관계자는 "불법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방화문을 닫는 것을 불가능하다"라는 답변을 내 놓았다. 위험성과 불법임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편의성 때문에 학생들의 안전을 간과하는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전국 학교들의 안전 실태를 관리 감독하고 책임져야 할 교육부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방화문 개방 고정 불법 행위에 대하여 교육부의 한 관계자에게 유선상으로 물어보았다. 해당 관계자는 "방화문을 열어두는 행위는 하지 않도록 요청을 해도 시설을 사용하는 사람이 열어서 고정해 놓는 것은 어쩔 수 없다"라며 학교 안전에 대한 교육당국의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답변을 내 놓았다.
학교 방화문 불법 행위 해결책은?
기존 노후 방화문의 도어클로저(상시 닫힘 장치)를, 평소에는 문이 열려 있다가 화재 시에만 자동으로 닫아주는 '소방 연동 자동폐쇄장치'로 교체하여, 신축 학교 건물처럼 통행 편의성과 안전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개선 작업을 진행하는 학교들도 있다. 장기적,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시설 개선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