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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으로 천연두 물리친 인류, 코로나19와의 대결은?

천연두부터 코로나19까지... '인류와 바이러스의 전쟁'

등록 2020.10.08 17:21수정 2020.10.0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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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를 집계하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코로나19 리소스 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를 집계하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코로나19 리소스 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 존스홉킨스대학

 
코로나19 사태가 벌써 1년 가까이 전세계를 휩쓸며 확진자와 사망자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곧 바이러스와의 투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스트, 콜레라, 에이즈, 독감 등 수많은 바이러스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가운데 인류가 처음으로 완벽한 승리를 거둔 바이러스가 있다. 바로 천연두다. 

비디오테이프를 틀면 나오는 추억의 공익 영상에서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라는 구절의 '마마'가 천연두다.

천연두는 지금의 코로나19보다 훨씬 더 공포의 대상이었다. 사람의 호흡기를 통해 퍼지는 천연두는 고열, 두통, 인후통 등이 나타나며 사망률이 30%가 넘었다. 18세기 초 유럽에서만 매년 약 40만 명이 천연두에 걸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무역 증가로 사실상 국경이 허물어지자 천연두는 더욱 멀리 펴져나가며 전 세계를 황폐화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걸린 것처럼 스페인 루이스 1세, 프랑스 루이 15세 등 당시의 군주들도 천연두를 피해가지 못했다. 

천연두 종식, 달 착륙에 필적하는 인류 최고의 업적 

당시 사람들이 믿었던 천연두 예방법이나 치료법은 과학과 동떨어져 있었고, 기괴하기까지 했다. 환자를 매우 뜨겁거나 차가운 방에 가뒀고, 빨간 천으로 몸을 감싸기도 했다. 어떤 의사는 환자에게 매일 12병의 맥주를 마시게 했다. 


운 좋게 2주 정도를 버텨 완치되더라도 온몸에 고름이 가득찬 물집이 생겨 끔찍한 흉터를 남겼고, 일부는 실명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흉터를 안고 사느니 차라리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의 전염병 전문가 스티븐 라일리 박사는 최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천연두 종식은 달 착륙에 필적하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업적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BBC는 "(천연두와 달리) 페스트, 콜레라, 독감, 에이즈 등 다른 바이러스는 인류의 위생 수준 개선과 치료법 개발 등으로 통제하고 있는 것이지 완전히 종식된 것은 아니다"라며 "이론적으로는 지금도 사람이 감염되고, 사망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a  천연두 바이러스.

천연두 바이러스. ⓒ PIXNIO

  
천연두를 물리친 것은 1749년 영국의 한 시골마을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에드워드 제너였다. 고향에서 도제식 의과 수업을 받은 그는 런던의 세인트 조지 병원에 들어가 당시 영국 최고의 외과의사였던 존 헌터 박사로부터 본격적으로 외과학과 해부학 등을 배웠다.

고향에 돌아와 병원을 열고 의사로 활동하던 제너는 소의 젖을 짜느라 손에 우두(cowpox)가 걸린 사람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실험에 나섰다. 우두란 바이러스에 의한 소의 전염성 질병으로 주로 소를 다루는 사람들이 감염됐다. 

그는 1796년에 소의 젖을 짜는 일을 하는 한 여성으로부터 우두균을 채취해 제임스 피프스라는 이름의 8세 소년에게 주입했다. 소년은 며칠간 가볍게 우두를 앓다가 나았고, 제너는 이 소년에게 천연두균을 주입했으나 어떤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우두균이 천연두균을 예방한다고 확신한 제너는 23명을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해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뒤 영국왕립학회에 보고했다. 마침내 인류가 천연두와의 긴 싸움에서 승리를 거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제너는 '우두'를 라틴어로 소를 뜻하는 '바카'(vacaa)에서 착안해 '백시니아'(vaccinia)라고 불렀으며, 여기서 '백신'(vaccine)이라는 단어가 생겨난 것이다.

돈이나 특허 아닌, 오로지 생명 위해 백신 개발한 제너   
 
 천연두 백신을 개발한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

천연두 백신을 개발한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 ⓒ Wikipedia

 
백신 개발에 성공한 제너는 최대한 많은 사람이 접종해야 천연두를 종식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동료 의사들에게 백신 샘플을 보내 접종을 독려했고, 자신은 백신의 수정과 보완 연구에 몰두했다. 영국 정부도 제너의 연구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1803년에는 22명의 백신 보균자가 배를 타고 중남미로 향했다. 지금처럼 백신을 대량 생산할 수 없었기에 선택한 방법이었다. '백신 원정대'는 중남미를 거쳐 태평양을 건너 아시아에도 진출하며 불과 20년 만에 수백만 명의 목숨을 구했고, 세계보건기구(WHO)는 1979년 천연두의 완전 종식을 선언했다.

영국 제너 기념관의 오언 고우워 관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제너는 돈이나 특허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백신을 알리고 공유하고 싶어했다"라며 "그의 결단력과 혁신은 세상을 바꾸고 많은 생명을 구했으며, 이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올바른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라며 "당시 제너는 자신이 무엇을 다루고 있는지도 모른 상태에서 백신을 연구했지만, 지금의 인류는 바이러스와 면역 체계에 관해 200년 넘게 지식을 쌓아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코로나19 백신 개발처럼 전 세계적인 프로젝트는 없었다"라며 "곧 모두의 성공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천연두 #에드워드 제너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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