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희 공영홈쇼핑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에게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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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우리말 높임표현에는 상대와 나의 관계 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특성이 반영된다. 상대가 어려보이거나 사회적 지위가 낮아 보일 경우, 아니면 기선제압하기 위해서(주로 교통사고 후 '너 몇 살이야?' '아니 이 아줌마가' 할 때) 하대 표현이 사용된다.
아르바이트 하는 청소년들을 상대로 힘든 점을 물었더니, 일이 고되거나 나이가 어려서 임금을 적게 받거나 월급을 떼일 때보다 어리다는 이유로 반말하고 하대하는 손님과 사장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았다는 기사를 봤다. 돈은 상대의 존엄을 훼손하지 못하지만 반말로 인한 하대는 상대의 존엄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19일 공영홈쇼핑 부정채용의혹에 대한 국정감사 과정에서 최창희 대표가 류호정 의원에게 '어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류호정 의원은 '어이?'라고 반문했다. 이후 오후 추가 질의에서 류 의원은 "제가 사장님 친구도 아닌데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며 "국정감사를 해보니까, 서로 말을 끊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근데 누구도 '어이' 하면서 말을 끊지는 않는다. 무례한 태도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는 국민의 대표로 이 자리에 와 있고 국민께 답하는 태도를 취해 달라"고 말했다.
최창희 대표는 최연소 국회의원 류호정 의원보다 분명 나이가 많다. 그렇지만 국정감사는 공식적인 자리고 이런 곳에서는 서로 존대를 하는 게 우리말 높임 표현의 바른 사용이다. 최 대표가 '허위'를 '어이'라고 잘못 말했다고 해명했지만, 당시 영상을 보면 '어이'에 사용된 어조는 분명, 상대를 낮추어 부르는 말 '어이'였다.
최 대표는 국감장에서 류 의원을 기선제압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나이가 어리니까 혹은 우리 어머님처럼 여자니까 그래도 된다고 생각한 걸까? 그는 '어이' 말 한마디로 류호정 의원의 존엄과 국감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의 존엄을 훼손했다.
나이 지긋한 최 대표님이 아직 우리말 높임 표현을 잘 모르는 것 같아 상황에 맞는 적절한 언어 표현과 예절을 배울 수 있는 그림책 한 권을 권하고자 한다. 판다 시리즈 중 하나인 <판다 씨, 제발요!>(아람출판사)라는 책을 추천하는 바이다.
예의를 갖춰 말하면 생기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