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과 2020년 수능 관련 민원 추이
국민권익위
천식을 앓고 있는 A씨는 지난 9월 경기도교육청을 통해 민원을 제기했다. A씨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6월 평가원 시험을 치렀다가 근육경련과 두통이 와서 중간에 고사장을 나왔다"라며 "이번 수능 지침에 따르면 모든 수험생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데 기저 질환자에 대한 배려는 없는 것이냐"라고 항의했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책상 위 칸막이, 마스크 의무 착용 등 달라지는 수능 시험장 환경으로 수험생과 학부모의 민원이 증가할 것을 예상, 관계기관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민원예보를 발령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 위원장 역시 "수능 전까지 수험생의 불안과 걱정이 가중되지 않도록 세심한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응답했다.
"천식 환자 증명? 황당해"
교육부가 수험생들의 잇따른 우려에 응답한 건 지난 11월 5일이었다. 교육부는 서둘러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 환자를 '시험 편의 제공 대상자'로 포함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기저 질환으로 인해 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할 수 없는 수험생들을 따로 모아 마스크를 벗은 채 시험을 응시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 지침을 두고 수험생들 사이에선 '형평성에 어긋난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수험생이 호흡기 질환으로 별도 고사장을 배정받기 위해서는 증빙 서류를 지참해 해당 교육청에 제출해야 한다. ▲마스크 착용이 곤란한 사유가 적힌 대학병원 소견서 ▲출신 학교장 확인서 ▲수능 전날 발급받은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다.
문제가 된 부분은 '대학 병원 소견서'다. 호흡기 질환자로 인정하는 기준이 병원에 따라 천차만별일 뿐더러, 호흡기 질환자 대다수는 평소엔 별 이상이 없더라도 기온·바람 등 특정 조건 겹쳐지면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평소엔 호흡기 장애를 겪는 수험생도 상황에 따라 진단서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수험생들 사이에선 교육부의 대책이 "황당하다"라는 반응이 나온다.
10년째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다는 안태환(24)씨는 "알레르기성 비염은 환경에 따라 증상이 천차만별인데 어떻게 하루 소견서만으로 질환자임을 판단하느냐"라며 "질병의 특성을 간과하고 수험생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교육부 지침이 주관적이라고 지적한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대학 병원 소견서를 써줄지 말지 결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의사 마음"이라며 "오늘 증상이 없어서 소견서를 안 써줬는데, 수능 날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가 확실한 지침을 마련하지 않고 책임을 병원에 전가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제시한 조건이 까다롭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수험생들이 교육부가 요구하는 서류를 모두 준비하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벗고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수험생들은 시험 전날 코로나19 검진 기관에 방문하여 음성 판정임을 확인받아야 한다. 수능까지 일 분, 일 초가 아쉬운 수험생들에겐 호흡기 질환자임을 입증하는 과정이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수험생 B(19)씨는 "수능 전날 코로나 검사를 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검사 후에 후유증이 생길 수도 있다고 들었다"라며 "혹시나 후유증이 생길 게 두려워 그냥 재채기를 참고 시험을 보려고 한다"라고 답했다.
교육청 "아직 지침 내려온 것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