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는 27일 서울 강남역 인근 식당가가 한산하다.
연합뉴스
여당에서 운을 띄운 '이익공유제'는 코로나로 더 많은 수익을 기록한 기업들의 이익을 사회적으로 공유하자는 취지의 제도다. 이는 사회주의 제도라기보다, 자본주의 제도에 가깝다.
국가의 테두리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일정 범위가 세금으로 환수되어져 국가와 국민의 안정과 삶을 위해 투자되는 게 자본주의의 운영 원리다. 이익의 일부분을 공유하겠다는 묵시적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자본주의 국가는 성립할 수 없다. 그래서 세금과 복지 논쟁에서 이념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진부하다.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복지제도가 잘된 나라일수록 이익 공유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원만한 편이다.
이익공유제라는 개념이 이번에 새로 나온 것도 아니다. 2011년, 대기업과 하청업체간 임금격차와 불평등이 심화되자 당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대기업의 이익 중 일정 부분을 떼어서 협력업체와 나누자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협력이익공유제를 방안으로 제시했다.
2015년에는 한·중 FTA 발효로 창출되는 무역 이득을 농어업 등 상대적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업종에 지원하자는 무역이득공유제가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주장되기도 했다. 2011년 협력이익공유제나 2015년 무역이득공유제, 이번에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주장하는 이익공유제까지, 이익의 일부를 나누자는 취지는 모두 같다.
41조 원. 지난해 국내 8개 금융 지주사들이 벌어들인 이자 수익 추정치입니다. 이들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51조 원, 돈을 빌려주고 받은 이자로만 전체 이익의 80%를 넘게 번 겁니다. 역대 최저 금리에도 이자 수익이 커진 건 코로나19 위기로 대출이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실직자와 자영업자, 중소기업의 생계형 대출에 '영끌'과 '빚투'까지 더해지면서 지난해 은행 대출 규모는 1년 전에 비해 180조 원이 늘었습니다. - MBC 뉴스테스크 2021.1.25
2020년 은행들은 그야말로 '떼돈'을 벌었다. 매출 51조 중 41조가 이자 수익이다. 정부의 방역 지침에, 반강제로 문을 닫은 가게를 지키며 임대료와 공공요금 등을 은행 빚내서 갚아야 했던 자영업자들. 본인들의 생계비보다 은행 이자부터 먼저 챙겨야 했던 코로나19의 참극이 은행의 막대한 수익으로 쌓인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보증을 자처하고 은행 문턱을 낮춘 덕에, 은행들은 번호표로 줄을 세워가며 고객을 맞았다. 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등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코로나19는 생계의 위협이었지만, 은행에게는 예상치 못한 대박을 안긴 셈이 됐다.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더라도 문 열고 버텨야" 하는 상인들
이런 곳은 또 있다. 가정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비대면 문화가 오랜기간 지속되다보니 골목 상권의 소비가 온라인 유통으로 옮겨갔다. 산업통상부 발표 자료만 보더라도 온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18.4%가 늘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는 물론 동네 상권의 매출 하락은 지마켓 등 온라인 시장의 흑자로 연결되었다. 소비 진작을 위해 마련된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에는 '11번가'가 하루 거래액 2018억 원을 기록하는 등 온라인 쇼핑몰마다 역대급 흥행을 기록했다.
온라인 유통의 흥행은 택배사로 이어졌다. 한진택배만 하더라도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24% 영업이익이 92% 늘어났다. 정부조차 명절에 고향 방문보다는 선물 보내기를 독려한 코로나 시국. 택배사는 폭주하는 물량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고, 이를 받아서 처리하는 택배 종사원들은 하루 200~300개의 물량을 처리하며 과노동을 해야만 했다.
재벌 택배사들이 늘어난 영업 이익의 일부분이라도 인력 충원과 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투자했더라면 그 많은 택배기사의 안타까운 죽음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