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해진 내 지갑현금이 하나도 없는 현실 지갑
정지현
덕분에 우리 집에는 이제 더 이상 현금 부자가 없다. 다만 통장에 쌓이는 돈을 즐기는 딸아이만 있을 뿐. 딸아이는 오늘도 스마트폰의 앱을 통해 자신의 온라인 통장에 찍힌 숫자를 보며 즐거워한다.
아내와 난 아이들을 키우며 경제적인 자립심을 어릴 때부터 많이 가르쳤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의 세뱃돈이나 용돈은 아이들 이름으로 따로 통장을 만들어 관리하는 건 기본이었고, 꼭 필요해서 구매하는 것 이외에는 아이들이 자신의 용돈이나 저축해 놓은 돈에서 구매하는 걸 원칙으로 했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많이 마른 체형인 딸아이의 성장을 위한 한약과 수험생이라 많이 피곤해하는 아들의 한약도 아이들이 저축해 놓은 통장에서 절반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아내가 분담하는 식이었다. 물론 일방적으로 진행한 게 아니라, 아이들과 논의해서 결정한 일이었다.
아이들 나름 불만이야 있겠지만 우리 집은 꾸준히 이런 방식을 고수했고, 아이들도 그런 우리의 의견을 잘 따르고 지켜주는 편이다. 물론 맘에 드는 옷이나 신발도 아내나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생활비에서 지출하지만,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지출은 필요한 구성원들 주머니에서 나가는 게 원칙이다. 그래서 아이들도 쓸데없는 소비는 하지 않는 편이다.
예전엔 딸아이가 자신의 용돈으로 가끔은 가족들 밥도 사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경제적 개념이 잘못 인식되었는지, 아니면 쓰는 재미보다 모으는 재미를 알게 된 건지 모르지만 좀처럼 모아놓은 돈을 쓰지 않는다.
너무 잘 가르쳤는지 헷갈리기도 하지만 통장에 차곡차곡 돈을 쌓아놓고 돈이 없다고 하는 딸아이를 보며 요즘은 어떻게 돈을 잘 쓰는 법을 어떻게 알려줄까 고민한다. 이런 고민이 차라리 낫다는 생각도 든다.
아껴 쓰라는 말보다는 돈 좀 쓰라는 말이 얘길 꺼내는 나로서도 마음이 편하다. 그래도 용돈 주는 날 딸아이에게 용돈을 보낼 때면 가끔 내 통장에 돈보다 더 많은 돈이 쌓여있는 딸아이의 통장이 부럽긴 하다.
'이보시오 따님. 그래도 스마트한 소비도 필요하니 적당히 쓰고 사시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에 연어 초밥 한 번 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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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현금 부자인 딸에게, 사건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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