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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두 차례 특별채용 된 나도 고발하라!

1988년, 1994년 때 특별채용... 특별채용을 공개채용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 모순

등록 2021.05.06 15:09수정 2021.05.06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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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9년 5월 28일 연세대에서 역사적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결성식이 열려 비합법 노조가 출범하였다.
1989년 5월 28일 연세대에서 역사적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결성식이 열려 비합법 노조가 출범하였다. 전교조
  
나는 1986년 5월 10일, 전국의 500여 명이 이름을 올린 교육민주화 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해임'되었다. 교육민주화를 염원하는 것이 죄가 되는 시대였다. 소위 '양심의 자유'가 공무원법이라는 실정법에 의해 징벌을 당한 것이다. 어느 시대나 양심의 자유는 크든 작든 어떤 방식으로든지 짓밟힐 가능성이 존재한다. 오늘날 역시 그 가능성이 작아졌을 뿐 여전하다는 생각이다.  

다행히 그리 머지않은 시간인 1988년 4월 '특별채용'되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조성된 반독재 민주화 열풍 속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1989년 5월 28일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다시 '해임'되었다. 노동자의 권리와 양심의 자유가 다시 짓밟히는 순간이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난 1994년 3월 '특별채용'되었다. 1993년 출범한 소위 문민정부가 문민정부의 명분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치적 행위였다.

둘 다 이번에 감사원에 의해 고발당한 서울시교육청의 '특별채용'과 똑같은 절차를 거쳐 특별채용되었다. 아니, 내가 특별채용될 때는 두 번 다 공개채용이 아니라, 그야말로 '양심의 자유'를 행사한 것이 죄가 되어 교단을 박탈당한 사람들을 특별히 '콕 집어서' 특별채용했다. 

그러던 특별채용을 2016년 박근혜 정권이 문제 삼았다. 그리고 '특별채용도 공개채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신설조항을 만들었다. 특별채용을 차라리 없앨 것이지, 오랜 법 제도 관행인 특별채용을 없애는 것이 쉽지 않으니, 공개채용 하여 특별채용을 좀 더 어렵게 하려는 속셈이었던 것이다.

내가 특별채용된 1988년, 1994년 당시의 대통령은 각각 노태우, 김영삼이다. 이때는 특별채용을 공개채용 방식으로 요구하지도 않았고, 특정 대상을 콕 집어서 특별채용하는 것에 대해 아무도 불법 운운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특별채용은 법이 허용한, 실제로 합법적인 일이었다. 

'양심의 자유'를 재평가한 결과
  
내가 1986년 5월 10일 교육민주화선언에 참여할 당시,  공무원법 '집단행위 금지' 조항에 의해 해임 징계를 받았으며, 법원은 징계가 부당하다는 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결은 지금까지 유효하다. 징계가 부당하다는 내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면, 나는 특별채용 될 필요가 없다. 당당하게 징계 무효 판결을 앞세워 원직복직 하면 될 뿐이다. 그러나 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따라서 나는 죄인이다.

그런데 1988년 4월 노태우 대통령이 그런 죄인인 나를 '특별채용'했다. 나에 대한 징계 해임이 정당하다고 법원이 판결하였는데도, 나를 특별채용한 것이다. 해임이 정당함에도 특별채용하는 일은 논리적으로 모순된 일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양심의 자유'에 따른 행위로 징계 해임된 자에 대한 통치권자, 임용권자로서의 양심의 자유에 대한 재평가를 할 수 있도록, 법이 특별채용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조희연 교육감이 4월 29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조희연 교육감이 4월 29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감사원이 고발한 서울시교육청의 특별채용의 근거는 '교육공무원법'과 대통령령인 '교육공무원임용령'의 특별채용 조항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나에 대한, 그리고 서울시교육청의 특별채용은 합법적인 것이다. 공무원법이나 교육공무원법이나 공개경쟁채용 외에 특별채용 조항을 두고 있으며, 이에 근거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1989년 전교조 가입은 당시 공무원법의 '노동운동 금지' 조항 위반이었으며, 대법원까지 상고하였으나 징계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 역시 지금까지 유효하다. 그럼에도 나는 1994년 3월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특별채용되었다. 같은 법, 같은 대통령령에 의해 합법적으로 특별채용된 것이다.

2019년 1월 서울시교육청이 5명의 해직교사를 특별채용한 것 역시 같은 법, 같은 대통령령에 의해 시행한 것으로 역시 '합법적'이다. 5명의 해직교사는 선거법과 공무원법의 '정치활동 금지' 조항이 적용되어 해고되었다. 이들에 대한 판결 역시 지금까지 유효하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특별채용 역시 같은 법인 교육공무원법과 대통령령인 교육공무원임용령에 의한 것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


특별채용은 '권력기관의 폭력' 또는 '악법'을 전제로 한다. 교사의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봉쇄하는 악법을 무기로, 교육민주화를 요구하는 교사들의 목소리인 교육민주화선언을 탄압한 결과가 나의 첫 번째 해임이며, 교사의 노동기본권을 부정하는 악법으로 전교조에 가입한 것을 탄압한 결과가 나의 두 번째 해임이다. 마찬가지로,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부정하는 악법으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정당한 의사 표현을 한 교사들을 탄압한 결과가 서울시교육청에 의해 특별채용된 교사들의 해고이다.

특별채용은 권력기관의 폭력, 악법에 대한 권력기관의 일정한 반성과 양보, 그리고 양심의 자유에 대한 재평가를 전제로 이루어진 행위이다. 따라서 공개경쟁채용이 아니라는 점에서 특별채용이 불공정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사실은 공개경쟁채용에 의해 이미 채용되었다가 '부당한 권력'에 의해 해고된 사람들을 원래의 자리에 되돌려 놓는 것은, '비정상'의 상황을 '정상'의 상태로 회복시킨 것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러한 특별채용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법은 공개경쟁채용이 아닌 방식으로 특별채용할 수 있도록 통치권자, 임용권자에게 특별채용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바로 국가공무원법, 교육공무원법의 관련 조항들이다. 따라서 특별채용은, 법에 근거하지 않고 권력기관이 자의적으로 행하는 행정행위가 아니라, 국가공무원법, 교육공무원법 등에 그 근거를 두고 있는 합법적인 행정행위이다.

감사원은 부당한 공격을 중단하라
 
 
관련 법 조항을 찬찬히 살펴보자. 교육공무원법 12조는 '임용 예정직에 상응하는 연구 실적 또는 근무 실적이 3년 이상'인 사람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특별채용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다시 대통령령인 '교육공무원임용령'은 3년 이상의 연구실적 또는 근무실적이 있는 사람을 특별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교육공무원법>
제11조(교사의 신규채용 등) ① 교사의 신규채용은 공개전형으로 한다. 이 경우 임용권자는 별표 2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제1차 시험성적 만점의 100분의 10 이내의 범위에서 가산점을 줄 수 있다.
제12조(특별채용)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특별채용을 할 수 있다.
2. 임용 예정직에 상응하는 연구 실적 또는 근무 실적이 3년 이상인 사람을 임용하는 경우
 
<교육공무원임용령>
제9조의2(특별채용의 요건 등) ① 법 제12조 제1항에 따라 특별채용을 할 때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2. 법 제12조제 1항 제2호에 따라 임용할 경우에는 다음 각 목의 요건을 모두 갖춘 사람
나. 임용 예정직과 관련성이 있는 직무 분야에서 3년 이상의 연구 또는 근무 실적(가목에 따른 자격 기준 해당 전의 경력도 포함하되, 임용 예정직과 관련성이 있는 직무 분야에서 퇴직한 상태인 경우에는 마지막으로 퇴직한 날이 임용될 날부터 3년 이내여야 한다)이 있을 것.
② 다음 각호의 특별채용은 경쟁시험을 통한 공개 전형으로 한다. (2016년 1월 신설)
1. 법 제12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특별채용
2. 법 제12조 제1항 제5호에 따른 특별채용 중 교육전문직원 특별채용
 
교육공무원이 아닌 일반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일반 공무원도 역시 이러한 특별채용은 가능하며, 따라서 국가공무원법에 비추어 보더라도 서울시교육청의 특별채용은 불공평한 혜택 또는 권한 남용이라 할 수 없다. 일반 공무원 역시,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임용령에 따라 '다수인을 대상으로 하지 아니한 시험으로 공무원을 채용'(경력경쟁채용 또는 특별채용)하도록 하고 있다.

오히려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임용령의 경력경쟁채용(특별채용)의 특별채용 자격은 '같은 직급 2년' 또는 '해당 직급 3년'의 경력으로 교육공무원법의 특별채용이 정하고 있는 '같은 직급 3년' 이상보다 완화된 조건을 부여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
제28조(신규채용) ① 공무원은 공개경쟁 채용시험으로 채용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중 다수인을 대상으로 시험을 실시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여 대통령령 등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다수인을 대상으로 하지 아니한 시험으로 공무원을 채용할 수 있다.
3. 임용예정 직급·직위와 같은 직급·직위에서의 근무경력 또는 임용예정 직급·직위에 상응하는 근무기간이나 연구 경력이 대통령령 등으로 정하는 기간 이상인 사람을 임용하는 경우
 
<공무원임용령>
제16조(경력경쟁채용등의 요건)
3. 법 제28조 제2항 제3호에 따라 경력경쟁채용등을 하려는 경우에는 임용예정 직급과 같은 직급에서 2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거나 임용 예정직과 관련 있는 직무 분야에서 해당 직급에 해당하는 근무경력 또는 연구경력이 3년 이상인 사람으로서 '공무원임용시험령'에서 정하는 임용예정 계급 상당 경력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4월 26일 오전 진보적인 교육단체들이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4월 26일 오전 진보적인 교육단체들이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윤근혁
 
특별채용은 특별채용일 뿐이다. 위에서도 이미 설명한 것처럼, 특별채용은 특정인을 콕 집어서 임용할 수 있는 통치권자, 임용권자의 권한이다. 따라서 특별채용을 공개채용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 모순이다. 2016년 1월 박근혜 정부가 이 같은 특별채용을 방해하기 위해 특별채용의 방식을 공개채용으로 하는 '모순된' 조항을 대통령령인 교육공무원임용령에 신설하였다. 당연히, 이 조항은 원래대로 되돌려 놓아야 할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 당연한 일을 놓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서울시교육청은 '공개채용' 방식에 의한 '특별채용' 규정을 지키기 위해, 공개채용 방식을 도입하여 특별채용을 진행하는 등 법률적, 행정적, 도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도록 하였다. 특정인을 콕 집어서 특별채용하는 대신, 특별채용의 취지와 조건을 공개하고 공개채용 방식으로 특별채용을 진행하였기 때문이다.

감사원의 '서울시교육청 특별채용 위법' 주장은 법률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양심적으로나 수긍할 수 없는 허무맹랑한 것이다. 감사원의 허황된 주장의 배경이 궁금해진다. 진실은 감사원만이 알 것이다. 감사원의 조사자와 책임자들이 법에 대해 무지하였을 수도 있겠다.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을 가진 집단의 '민주당 정권의 부도덕성' 주장에 알게 모르게 포섭되어, '특별채용'의 역사적 배경을 놓쳤을 수도 있겠다.

서울시교육청의 해직교사 특별채용은 거듭 말하지만, '양심의 자유'에 따른 행위로 부당하게 자리를 잃은 교사들에게 뒤늦게나마 '양심의 자유'를 재평가하고, 원래의 자리를 회복시킨 것에 불과하다. 그러니 감사원은 잘못을 이제라도 바로잡으라! 아니라면, 나도 고발하라!
#특별채용 #서울시교육청 #해직교사 #양심의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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