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3일, 대성에너지 본사 앞에서 ‘대구청년유니온’ 주최로 대성에너지의 채용 갑질과 관련한 ‘2015년 희망고문상 시상식’이 진행되고 있다.
대구청년유니온
이러한 대성에너지의 행태에 대해 대구시청 물에너지과 담당자는 도시가스 업무를 여러 명이 하기 때문에 본인은 관련된 내용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기 어렵다고 했다. 도시가스 사업은 조건만 맞으면 허가가 나가는 것이고, 대성에너지가 그 조건에 맞아 허가를 받은 것이라며 대성에너지가 대구지역 도시가스를 독점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담당자는 도시가스 사업이 배관 구축 등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업이기 때문에 다른 회사들이 들어오기 힘든 거 아니겠냐고 했다. 또, 노동조합과 필자가 잘못 알고 있는 내용이 있다고도 했다
용역 회사가 적자 나면 이 사업을 누가 하겠어요?
지난해 11월 노동조합 설립 이후 노조는 사측과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나 회사는 노동조합이 제시한 단체협약안 92개 조 중에 90개 조를 거부하며 시간을 끌었다. 회사는 돈이 없다며 돈이 들어가는 요구는 단 한 개도 들어줄 수 없다고 했다. 연장근로수당도 차량유지비도 안된다고 했다. 돈이 안 들어가는 두 가지만 들어줄 수 있다고 했다. 그것은 공정한 직원 채용과 임산부 노동자에 대한 업무 조정이다. 검침·점검 노동자들의 경우 중년 이상이 거의 대부분인 현실을 고려할 때, 후자는 지금 당장의 실효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대구시 하청의 재하청인 대성에너지서비스센터는 노동조합과의 교섭 내내 적자 상황이 지속되어 자본잠식 상태라 해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얘기만 계속 했어요. 용역업체가 적자가 나는 구조라는 게 말이 됩니까? 공장처럼 원자재가 필요해서 재고를 쌓아두는 것도 아니잖아요. 사무실, 펜, 일하는 사람만 있으면 그 수수료로 먹고사는 게 용역회사에요. 그런 용역 회사가 돈이 없고 적자라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해요. 용역 회사가 적자 나면 이 사업을 누가 하겠어요? 대성에너지는 매년 흑자가 나고 배당도 은행 이상으로 어마어마하게 하고 있거든요." (대성에너지서비스센터지회 최규태 지회장)
보통 대성에너지에서 퇴직한 임원들이 대성에너지서비스센터 센터장으로 오는데(노동자들은 대성에너지 임원들이 마치 파견근무를 나오듯이 대성에너지서비스센터 센터장으로 왔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이 '몇 년 만에 다 건물 사고, 사촌까지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검침·점검 노동자들 사이에는 센터장 자리 한 개 없어지면 노동자들 월급이 10만 원 오른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회사는 늘 적자라고 했다. 수십 년간 대구에서 독점적으로 도시가스 공급을 하여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회사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회사에서 매년 적자가 난다니 이상한 일이다.
최규태 지회장은 매년 대성에너지서비스센터에서 대성에너지의 장기 체납 세대 채권을 사오고 있는데, 그것이 서비스센터 적자의 원인일 수 있다고 했다. 매년 서비스센터로 채무금액을 몰아 장기 적자로 자본잠식 상태를 만들고 대성에너지는 이익률을 올려 배당금 잔치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실질적으로 최저임금도 안 되는 임금을 주며 해마다 업무량을 늘리며 계속 쥐어짰다.
5년째 검침·점검 업무를 하고 있는 마주현씨는 그 어렵다는 점검율 100%를 서너 번 달성해 봤다고 했다. 점검율 100% 달성 비법을 묻자 고객 시간에 무조건 다 맞춰주면 된다고 한다. 고객에게 계속 연락하고 점검을 거부하는 고객은 설득까지 했다는 것이다.
"빨리 갈 때는 새벽 6시 40분부터 밤 9시 반 정도까지 했어요. 99% 하시는 분들은 진짜 많은데, 100%가 힘들거든요. 그러니까 더 열심히 매달리는 거예요. 상금, 포상 저희는 그런 거 없어요. 그 당시에는 뿌듯했죠. 점검을 3번 받지 않으면 계량기를 잠그게 되는데, 그러면 어차피 저희가 다시 그 고객 시간 맞춰서 가야돼요. 그러느니 차라리 처음에 한 번 맞춰주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일을 하는 거죠. 그런 게 일하는 사람들끼리 경쟁처럼 되기도 해요." (마주현, 검침·점검노동자)
이렇게 죽어라 일을 해서 100% 달성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잘 했다"는 칭찬 한 마디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적자라며 더 열심히 하라고 헸다. 주현씨는 요즘 검침을 나가면 코로나 때문에 각 세대마다 사용량이 엄청난데도 회사는 적자 타령을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