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 사기 56 사마천 사기 56 표지
소준섭, 현대지성
그가 <열전>을 '백이숙제편'으로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는 평생 올바른 정의만을 위하여 살았던 인의(仁義)의 대표자, 백이와 숙제는 결국 수양산에서 굶어죽어야 했던 반면 매일 같이 도적질을 하고 살인을 일삼았던 도척(盜跖)이란 악한은 끝까지 호의호식하고 마음껏 삶을 향유하는 인간의 운명을 탄식한다.
그러면서 사마천은 과연 하늘의 뜻, 즉, 천도(天道)란 존재하고 있는가, 과연 하늘은 선(善)을 상주고 악(惡)을 벌하느냐의 여부에 대하여 깊은 회의를 던지고 있다.
사마천, 평민을 역사의 주체로 끌어올리다
사마천은 비범한 역사가이자 사상가였다. 그가 살던 무렵 역사란 오로지 왕을 비롯한 고관대작 귀족들의 몫이었다. 평민들이야 단지 그 왕후장상들에게 의지하면서 평생을 아무 생각도 없이 순종하며 살아가는 무지렁이에 지나지 않을 뿐이었다. 심지어 오늘날까지도 이러한 시각은 여전히 지배적이다. 하지만 사마천은 이미 2000년 전에 평민들을 역사의 주체로 인식하고 그들을 일약 역사의 전면에 끌어올렸다. 그는 평민의 몸으로 진나라에 반기를 들어올렸던 진승(陳勝)의 입을 빌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가?"라는 과감한 질문을 던진다.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할 때까지 역사라는 장(場)이란 사실 왕후장상과 귀족들에 의하여 독점된 잔치였다. 평민들이 나설 기회는 거의 마련되지 않았다. 그러나 진나라 말기에 접어들면서 커다란 변화가 발생하였다. 일개 평민에 불과했던 진승과 오광이 반란의 불꽃을 들어 올리자 강력했던 진나라는 일순간에 혼란에 빠졌다. 이어서 역시 평민 출신인 유방이 뜻밖에도 명문귀족 가문인 항우를 끝내 물리치고 천하의 패권을 손에 넣었다. 이 '조그맣게 보이지만 사실은 엄청나고 심대한' 변화를 사마천은 날카롭게 잡아냈다.
여기에서 사마천은 과감하게 평민들을 역사의 전면에 세우면서 이들을 위한 열전을 기술한다.
"정의롭게 행동하고 비범하여 풍운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업(功業)을 천하에 세워 백세에 이름을 날리니 이에 70열전(列傳)을 짓는다."
예를 들어, '유협열전'은 <사기>의 명편(名篇) 중 하나로서 사마천은 다양한 여러 유형의 협객을 사실적으로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그들의 "말에 신의가 있고 행동에 성과가 있으며 약속은 반드시 지키고 몸을 아끼지 않는" 고귀한 품격을 높이 찬양하였다.
총 56편으로 한 권의 <사기> 책을 저술하다
필자의 <사기(史記)> 책은 1990년대에 처음 출간되었었지만, 여러 곡절을 겪으며 몇 차례 개정판을 내다가 끝내 절판되었다. 그래서 유학을 마치고 국내에 돌아와 본격적으로 다시 <사기> 저술에 착수하였다.
<사기>를 구성하는 본기(本紀), 세가(世家), 열전(列傳), 서(書) 등에서 총 56편의 명편(名篇)을 뽑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2016년, 마침내 거의 천 쪽(페이지)에 가까운 두꺼운 책으로 출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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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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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여년 전, '평민'을 역사 주체로 세운 사마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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