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이시돌복지의원제주도 최초의 호스피스 전문병원으로 성이시돌목장을 개척한 아일랜드 출신의 맥그린치 신부가 세웠다.
황의봉
화요일, 성이시돌복지의원에서 호스피스 봉사를 하는 날이다. 8월의 더위도 수그러져 가을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뜻밖에도 슬픈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주말을 보내는 사이에 무려 6명의 암환자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이곳으로 호스피스 봉사를 나온 지 7개월 만에 처음 접한 충격적 소식이다. 말기암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호스피스 병동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주말 사이에 6명이나 저세상으로 떠나다니, 잠시 할 말을 잊었다. 13명의 입원환자가 순식간에 7명으로 줄어들었다.
나를 더욱 슬프게 한 것은 김○○ 사도 요한, 이제 막 세례를 받고 하느님 나라에 가기를 소망했던 한 가여운 남자, 그마저 이 죽음의 파도에 함께 떠내려갔다니!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난주 만났을 때도 밝은 모습으로 맞아주었고 성경에 대해 알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던 그였다. 좀 더 많은 시간을 그와 함께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터였다.
정확히 보름 전의 일이다. 아침 일찍 성이시돌복지의원 원장 수녀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전혀 생각도 못 한 부탁을 하셨다. 김○○ 환자가 오늘 오전 세례를 받기로 했는데, 대부가 되어달라는 것이었다. 내가 누군가의 대부가 될 자격이 있나?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승낙하고 말았다. 수녀님이 갑작스럽게 이런 부탁을 해온 걸 보면 당장 대부를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고, 따라서 내가 뒤로 뺄 수 없는 일이라고 직감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김○○의 상황을 약간은 알고 있었다. 성이시돌복지의원에 입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두세 번 병실에서 본 정도였다. 몸을 가누기 힘들고 말을 할 수 없는 말기암 환자였다. 다행히도 청각은 살아 있어서 말을 알아들을 수 있고, 글씨도 알아볼 수 있었다. 무언가 말을 해주면 눈빛으로 긍정의 의사 표시를 하곤 했다.
수녀님이 전해준 바에 의하면, 김○○는 전에 성경을 접한 적이 있고 신앙생활의 경험도 있다고 한다. 이곳에 입원해서 수녀님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천주교 세례받기를 원했다는 것이다.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세례식은 병실에서 베풀어졌다. 이곳 이시돌목장 지역에 자리 잡은 금악성당 주임신부이자 성이시돌복지의원에서 매달 사별 가족을 위한 미사를 집전하는 이어돈 미카엘 신부님이 오셨다. 간단한 세례 의식이 시작됐다.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김○○는 병상에 누운 채 나와 함께 촛불을 들고 의식을 치렀다.
봉사라기보다는 인생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