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초 독립운동가 권오설 선생이 민족시인 이상화에게 보낸 엽서.
권오설기념사업회 제공
여러 친구들은 모두 평안합니까. 간절히 보고 싶습니다.
6.10만세운동의 기획자였던 독립운동가 권오설이 민족시인 이상화에게 보낸 엽서 내용 중 일부다.
1920년대 초에 보내진 것으로 추정되는 권오설의 엽서에는 "너무 오래 적조했다(서로 연락이 끊겨 소식이 막혔다). 아우는 산골의 무지렁이 노릇으로 밥만 축냈다"면서 "27, 8일경 대구에 구경 나갈 듯하니 그때 많은 사랑 받기만을 원한다(교류를 나누자)"라고 적혔다.
시인 이상화를 향한 독립운동가 권오설의 지극한 마음이 느껴지는 글로, 박찬승 한양대학교 사학과 교수(6.10만세운동기념사업회 부회장)는 지난 4월 권오설선생기념사업회로부터 의뢰를 받아 이 엽서를 해독했다. 그리고 이 결과를 2일 새벽 자신의 SNS에 공개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2일 <오마이뉴스>에 "친구 사이일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던 시인 이상화와 사회운동가 권오설이 매우 가까운 사이였음이 이 엽서 한 통을 통해 확인됐다"면서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이상화가 그의 대표작인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를 발표한 것은 <개벽>의 1926년 6월호였다. 그해 4월 25일 순종이 승하하고, 5월 들어 그의 벗 권오설이 6.10만세 운동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던 바로 그때, 이상화는 이 시를 썼던 거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는 이유다."
박 교수는 "이상화는 1901년생으로 권오설보다 네 살 아래지만, 권오설은 엽서에서 '이상화 형'이라고 칭했다. 두 사람은 아마도 같은 시기 중앙학교 다닐 때 서로 만나 가까운 사이가 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서울 중앙학교에서 맺은 인연, 고향 안동과 대구에서도 이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