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과 함께 할 수 있는 물놀이, 난생 처음 개헤엄을 치는 반려견의 실제모습을 보았다. 물 속에서 빠르게 앞발을 움직여 물길을 가르며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는 초코의 모습
김주희
이러한 초코의 행동 양상을 보면서 나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는 평소 예상되는 문제를 사전에 생각하여 미리 걱정을 하며 대안을 찾는 편이다. 좋게 말하면 꼼꼼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너무 예민한 사람이다. 이런 성향은 아이들을 키울 때 육아에서도 나타나지만 초코에게도 고스란히 나타났던 것 같다.
내 기준에서 초코가 어떤 강아지인가 판단을 내리고 내가 가진 그 생각의 테두리 안에서 그 아이를 바라보고 대해온 것 같다. 즉, 나의 관점에서만 초코를 바라본 것이다. 초코가 낯선 사람에게도 짖지 않고 무조건 순한 개였으면 하는 나의 개인적인 바람은 결국 나의 관점에서만 옳은 것이다.
초코가 낯선 사람에게 경계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행동이고 본래 미니핀이 그런 성향을 많이 가진 견종이라고 들었다. 따라서 그것은 '공격성'이 아니라, 자신과 우리 가족을 지키기 위한 방편이자 정상적인 행동일 수 있다. 따라서 이 녀석은 공격적이기보단 오히려 상당히 겁이 많은 방어적인 아이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자세히 관찰해보니, 초코는 목줄이 없는 자유로운 상태에서도 옆집 사람들 그리고 함께 온 강아지를 보고 유난히 많이 짖었다. 하지만 결코 공격하거나 쉽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자유로운 상태에서 팬션의 문이 열려 있어도 결코 울타리 밖으로 쉽게 나가지 않았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초코는 더 영리한 듯 보였고, 막무가내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을 계기로 초코에 대한 나의 쓸데없는 걱정과 과잉반응을 조금 내려놓아도 될 것 같다는 마음이 들면서 나도 조금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편안하고 행복한 꿈 같은 일상
평소와 달리 목줄 없이 산책을 하고 다른 반려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하는 이 편안함과 여유가 참 이색적이고도 행복하게 느껴졌다. 평소에도 이렇게 살아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파트에 살다보니 강아지와 산책을 한번 나가려면 나름대로 준비가 필요하거늘, 이곳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강아지와 함께 물놀이를 하고 목줄 없이 산책을 하며 휴가를 즐기는 이 일상이 참 행복하고 꿈을 꾸는 듯했다.
초코와 함께한 휴가 덕분에 이 녀석에 대해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게 되고 나 스스로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도 초코와 함께여서 더 즐거웠고, 여러 종류의 반려견들이 있는 것을 신기해하면서도 함께 놀아주는 등 더없이 행복해 보였다.
우리 가족은 이번 여행을 꽤 만족스럽다고 평가한다. 과연 초코는 어땠을까? 이제는 나의 관점이 아닌 초코의 관점에서 사뭇 궁금해진다. 무엇보다도 이제 우리 가족과 초코는 집에서도 늘 함께하지만 같이 여행을 갈 수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
코로나19로 가족 여행이 예년보다 쉽진 않았지만 이렇게라도 여름 휴가를 잘 다녀와서 참 다행스럽고도 감사하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생각보다 더 행복했던 휴가를 다녀온 우리 가족은 또다시 초코와의 추억 만들기를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