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름의 인파인생사진을 찍기 좋은 곳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최근 관광객이 많이 몰리고 있다.
황의봉
유명 오름 잇단 탐방 금지 조치
이미 제주도의 유명 오름에 잇달아 탐방 금지조치가 내려지고 있다. 용눈이오름, 백약이오름 정상부, 송악산 정상부, 물찻오름, 도너리오름, 문석이오름이 자연휴식년제를 실시 중이다. 들불축제로 유명한 새별오름도 휴식년제 여부가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제주도에 살면서 오름에 오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없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오름이야말로 특히 중·노년층에게는 조물주가 선사한 최고의 선물이다. 적당히 운동이 되면서 크게 힘들지 않게 정상에 오를 수 있고, 오름 꼭대기에서 탁 트인 조망을 즐기는 기분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이다.
아직은 탐방이 금지된 오름이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하나같이 뛰어난 풍광을 보여주는 곳들이니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오름도 마치 사람처럼 잘난 스타급 오름이 있게 마련이다. 용눈이오름과 백약이오름 같은 인기 있는 오름을 언제 다시 가볼 수 있을까. 만약 금오름과 새별오름, 군산오름마저 갈 수 없게 된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얼마 전 물장오리 오름에 갈 계획을 세웠다가 람사르협약에 가입돼 습지보호 차원에서 일반인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맥이 풀린 적이 있다. 이 물장오리에도 산정 화구호가 있는데, 백록담이나 금악담이 가물면 바닥을 드러내기 일쑤인 데 비해 여기는 언제나 검푸른 물이 가득 차 있다고 한다.
그래서 물장오리는 물영아리 오름과 함께 물이 가득 찬 신령스러운 산정호수로 유명하다. 수심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깊어 제주 신화에 나오는 거인 설문대할망이 빠져 죽었다는 전설이 깃든 호수다. 물장오리며, 용눈이며, 도너리며, 이름도 정겨운 이 멋진 오름들을 하루빨리 가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멋진 곳에 사람이 몰리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는 하다. 내가 보기 좋은 곳은 남들도 마찬가지다. 찾아오는 사람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 대비도 없이 방치해서도 안 될 일이고, 무조건 막는 것도 현명한 방책은 아닐 듯하다. 적정규모의 인원이 오름을 탐방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훼손을 방지할 시설을 확충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그동안 금오름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 두세 차례밖에는 가보지 않았다. 언제든 갈 수 있으니 일단 제쳐 놓고 먼 곳에 있는 유명한 오름부터 찾아다녔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언제 금단의 구역이 될지 모르니 갈 수 있을 때 자주 가봐야겠다. (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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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봄 제주로 이주했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 그리고 제주현대사의 아픔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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