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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어진 당의 존재감을 홀로 메우는 '철의 여인' 심상정

[오마이뉴스 대선주자 리뷰 ⑭] 정의당 대선 후보 심상정 의원

등록 2021.10.13 07:28수정 2021.10.13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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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9일, 대한민국 20대 대통령 선거일입니다. 맛집도 리뷰를 보고 찾는 시대, 21세기에 태어나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에서 투표하는 이들을 위해 '오마이뉴스 대선주자 리뷰' 약칭 '오대리'가 출동합니다. 슬기로운 투표권 행사에 도움이 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말]
 정의당 대선 후보 심상정 의원. 바탕은 정의당 전용 색상이다.
정의당 대선 후보 심상정 의원. 바탕은 정의당 전용 색상이다.오마이뉴스
 
1959년생.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 78학번으로, 미니스커트와 하이힐, 여행과 연애라는 대학의 낭만을 누리며 역사 교사를 꿈꾸던 여대생이었다. 대학 2학년 때 읽은 <전태일 평전>은 평범한 여대생 심상정을 구로공단 미싱사 '김혜란'으로 바꾸어 놓았다('부캐'의 원조가 여기에).

소외된 자들을 위한다는 운동권에 참여하게 되었지만 거기도 남자들의 터였다. 여성이 조직의 지도부에 들어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어서, 이에 반발한 심상정은 여성들을 모아 서클을 만들기도 했고 1980년에는 서울대학교에 총여학생회를 창설하고 초대 총여학생회장이 되었다.

구로공단에 미싱사 '김혜란'으로 위장 취업하고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구로동맹파업'을 이끌었고 1986년에는 서울노동운동연합 지도의원, 1990년에는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조직국장을 역임하며 운동계에 이름을 알렸다. 구로동맹파업으로 수배된 시절 도망을 얼마나 잘 다녔던지 심상정 체포에 공을 세운 사람에게는 당시 금액 500만 원과 경찰 1계급 특진이라는 포상이 걸려 있을 정도였다(무려 9시 뉴스에 자신의 얼굴이 딱!).

전국금속노동조합에서 사무차장을 맡아 2003년 한국에서 최초로 노동조건 개선 및 임금 삭감 없는 주5일 근무제 합의를 이끌어 내며 소위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풍부한 노동운동 경험을 토대로 이듬해인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이후 진보정당의 첫 4선 의원으로 자리매김했다.

[-] 존재감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지난 8월 29일 온라인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지난 8월 29일 온라인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심상정TV
 
정의당과 심상정을 가장 잘 아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말을 빌리면, 심상정에게 가장 곤혹스러운 질문은 이것이다. '노동 중심의 정치'를 계속 주장했는데 왜 정작 노동자들은 심상정을 지지하지 않을까? 지난 대선 <썰전>에서 정의당 대선후보 심상정에게 던진 이 돌직구는 이번 대선에서 더욱 묵직해졌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실시해 지난 4일 공개한 정당 지지율에 따르면 정의당은 고작 3% 지지율을 달성하는데 그쳤다. 21대 국회 의석수도 6석으로 지역구 국회의원은 심상정이 유일한 형편이다. 심상정을 보면 고 노회찬 의원 이후 더욱 옅어져 가는 당의 존재감을 홀로 메우는 소녀 가장이 떠오르는 듯.

가뜩이나 '소수정당'의 꼬리표도 서러운데 심상정이 속한 정의당의 색채도 바래가고 있다. 캐릭터가 다소 겹치며 민주당 2중대 소리를 들을지언정 민주당 지지자들의 애정 어린 비례표를 받기도 했고 '데스노트'(정의당이 사퇴를 요구한 장관 후보자들이 대부분 낙마한 현상)도 맹위를 떨쳤다. 하지만 지난 총선 비례대표 1번의 류호정 영입 논란과 조국 장관 임명 반대에 적극적이지 않았음을 공개 사과하면서 리더십에 손상을 입었다.


결과적으로는 당내 지지층의 이탈과 민주당 지지층의 싸늘한 시선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잃어버린 셈. 여기에 2030 여성층에 통했던 젠더 감수성은 이제 오히려 젊은 층 남성들에게 기피 또는 외면의 대상이 되어버린 것도 악재 중 하나다.

[+] 토론 실력
 
 2017년 4월 28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주최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합동토론회에 참석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2017년 4월 28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주최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합동토론회에 참석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노동현장에서의 경험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니만큼 실제 노동자들의 민심을 정치에 잘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4년부터 지난 대선까지 그녀가 발의한 법안은 총 106건으로 심상정은 19대 대선 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법안을 대표 발의한 후보였다.


심상정의 법안은 대부분 군인권기본법안, 최고임금법안, 고용, 소득 등 민생에 눈높이를 맞춘 것이었다. 이번 대선 출사표에서도 '금배지 노동자'의 정체성이 이어졌다. 2003년에 '주5일 근무제'를 관철시켰다면 심상정의 이번 대선 1호 공약은 '주4일제 근무'이다.

깡다구 있는 소신 발언으로 토론에도 능하다. 한국일보와 한국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9대 대선 후보 토론 당시 심상정은 TV토론을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후보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27.2%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토론 평가에서 진보층과 중도층을 모두 아우르는 호평을 토대로 5%를 넘지 않던 지지율이 토론 이후 8%로 껑충 뛰어올랐다.

코로나로 인해 내년 20대 대선이 유권자를 찾아가는 대면 선거운동보다 TV토론에 치중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심상정의 강점이 크게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관전 포인트]

▲ 심상정은 노동자를 선택했지만 노동자들도 그녀를 선택할 것인가?
▲ 옅어져 가는 정의당의 존재감을 다시 되살릴 수 있을 것인가?
#오대리 #오마이뉴스_대선주자_리뷰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_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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