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휴게실 실태 현장노동자 증언대회'가 진행됐다.
김종훈
이날 증언대회에는 학교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를 포함해 코레일 자회사 노동자, 병원 미화 노동자, 가전 설치 및 방문점검 노동자, 면세점 판매 노동자, 대학교 청소노동자 등이 함께 했다.
이 중에는 10년째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 노동자로 일하는 문영심씨도 포함됐다. 그는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여름에는 땀이 너무 많이 나서 하루에 두 번은 옷을 갈아입어야 하지만 현실은 수도꼭지 하나만 있는 화장실이 전부"라면서 "휴게실이라고 이름 붙은 공간도 조리원들이 들어가 앉으면 모두 앉을 수도 없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회견에 동석한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서울시 1364개 학교 급식실 중 1인 평균 1㎡이하인 곳은 8곳 중 1곳꼴인 167개였다. 서울 송파구 J고등학교의 경우 9명의 조리원이 일하지만 휴게실은 3.6㎡(1.1평)에 불과했다. 서울 영등포구 소재 J고등학교도 9명이 동시에 일을 하지만 휴게공간은 4㎡(1.21평)에 불과했다. 휴게 공간이 있더라도 에어컨이 없거나 20명 이상이 근무하는데도 옷장이 1개뿐인 곳도 수십 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의 환경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증언대회에 참석한 A씨는 "내가 일하는 병원은 지하 5층에서부터 지상 20층에 가깝지만 탈의실은 지하 가장 구석에 냉난방기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곳에 있다"면서 "휴식시간이 돼도 너무 좁고 열악해 내려가 쉴 수 없는 구조다. 그러니 다들 구석에서 박스를 깔고 쉬거나 계단 밑, 창고에서 쭈그려 앉아 쉴 수밖에 없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시행령 세부규칙을 제정 중인 정부에 "휴게실 설치는 예외 없이 전체 사업장으로 규정해야 한다"면서 "휴게시설의 최소면적은 9㎡, 1인당 면적 기준도 반드시 시행령에 포함돼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휴게실은 여름은 20~28도, 겨울은 18~22도가 유지되며, 근골격계 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직군과 야간 경비 등 수면시간이 있는 직군에 대해서는 누워서 쉴 수 있는 정도의 휴게실 면적이 보장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산안법 개정으로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사업주에게는 최대 1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휴게시설을 마련했더라도 시행령·시행규칙 등으로 정해진 기준에 미달할 경우에는 최대 1000만 원의 과태료가 매겨질 수 있다. 다만 사업장의 종류·종업원 숫자 등에 따라 과태료 액수는 시행령으로 위임해 차등을 두기로 했다.
앞서 6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절대로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라면서 '청소노동자들이 화장실에서 식사하지 않도록 휴게공간을 보장할 것을 의무화해달라'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이 공개된 후 한 달간 23만 2595명이 동의했고, 지난 8월 청와대는 "독일이나 일본 등 외국 사례와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 노사단체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휴게시설 설치 및 관리 기준을 신속히 마련하겠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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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고교 급식실, 9명 일하지만 휴게실은 1.1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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