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가장 안쪽에 자리잡은 책바에 방문한 손님들을 맞이하는 입간판
안솔지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는 세계적인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머물 당시 즐겨 찾던 '바(bar)'가 있다. '작은 플로리다'라는 뜻을 가진 '엘 플로리디타(El Floridita)'다. 그는 이곳에서 한때 다이키리 열세 잔을 연거푸 들이킨 적도 있을 만큼 칵테일을 사랑했다고 전해진다.
그가 즐겨 앉던 자리엔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쿠바 여행자들에겐 동상 옆자리에 앉아 그가 즐겨 마시던 '파파 헤밍웨이 스페셜'을 마시는 것이 필수 코스이자 하나의 의식이 됐다. 헤밍웨이의 발자취를 좇아 그의 행위를 따라해 보는 것이 여행을 풍부하게 해준다.
책을 읽는 것도 비슷하다. 글뿐만 아니라 책에 나온 책 속의 장소를 찾아가 보고, 등장인물들이 먹고 마시고 즐겼던 것들을 따라해 보는 것. 그야말로 책의 내용을 온몸으로 읽어내는 것이 아닐까.
연희동의 어느 좁은 골목 끝자락, 그 끝에서도 한발 더 깊은 곳에 자리한 '책바(chaegbar)'는 바로 그런 곳이다. 책바는 책을 통해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 중에서도 특히, '술 한 잔'을 즐겨보길 권한다.
술과 책을 동시에, 책바
책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다소 어둡다. 대신 책을 읽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자리마다 옅은 주황빛 조명을 배치해 뒀다. 소리도 줄였다. 은은한 재즈 선율과 칵테일 쉐이커 소리, 속삭이는 듯한 주문 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가 전부다. 빛과 소리를 최소화해 손님들이 오롯이 술과 책에 빠져들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