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찬님이 활동하는 고생물학 동아리 '라거슈타트'의 활동이 담긴 책자
김명신
배운 것을 나누고 싶은 21살 대학생 이승찬님을 만났다. 지적 우월함이 아닌 서로의 지식과 배경을 존중하며 서로 배우는 것을 지향하는 청년이다. 창작 활동에도 관심이 많아서 동아리 활동을 정돈한 책을 내기도 하고, 소설을 쓰기도 한다.
고생물학에 관심이 많아 고등학생 때부터 전국 동아리를 만들고 운영해왔다. 단체를 만들고 운영하며 함께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좀 더 신중하게 헤아려야 함을 깨달았다.
"대학에 오면 공부를 열심히 할 줄 알았더니 그것도 아니네요. (웃음) 경기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제가 대학때문에 부산까지 올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고생물학 공부를 위해 원하는 학과를 찾아 경기도에서 부산까지 내려온 이승찬님은 한국사회와 한국 정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 청년으로서 한국사회를 한마디로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한국은 정글이에요.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요. 현대사회가 급변하는 사회라고 하잖아요. 미디어의 중심이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으로 옮겨가고, 대면활동이 온라인 비대면 활동으로 전환되고 있어요. 강의도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급변하는 정글 안에서 어떤 방향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살아남기 위해 나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모두 고민해야 해요. 사소한 것부터 경제, 사회, 정치 등의 많은 부분이 빨리 바뀌니까요."
- '정글 같은 한국사회'를 구체적으로 경험했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우리 사회에서 제가 가장 가혹하다고 느끼는 건 수능이에요. 많은 학생이 자기 행복을 희생해가며 공부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 사회도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학생들을 몰아붙이잖아요. 대학은 공부하는 곳이고, 학생들이 공부하기 위해 대학을 가는 게 정상인데...
지금 사회는 대학을 일종의 자격이나 명예로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학생이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가 아니라, 학생이 공부를 얼마나 잘 하는지를 먼저 물어보는 문화가 자리잡혀 있다고 봐요. 수능 때문에 우리는 관심이 없어도 고전시가를, 과하게 어려운 과학 개념을 억지로 배워야 해요. 단순히 좋은 대학을 가려고 청춘과 시간을 수년씩 바치는 사회가, 우리가 바라는 사회의 모습일까요? 공부가 부, 명예와 결탁한 기이한 사회를 깨부수고, 공부하고 싶은 학생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는, 그렇지 않은 학생은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생명과학2 문제오류를 둘러싼 논의를 보면서 느낀 것도 있어요. 평가원의 역할은 잘 길들여진 학생을 골라내는 게 아니라, 학생들의 수학능력을 변별하고 평가하는 거잖아요.
그래도 법원이 이번에 굉장히 빠른 판결을 내렸고 평가원은 이 판결을 수용했어요. 수능 문제오류 재판과정은 기본 몇 달이 걸리기도 하고 1년이 걸린 사건도 있는데. 재판을 1년 동안 하면 수험생이 그 재판에서 이기더라도 이후 입시는 수험생이 알아서 해야만 해요. 이번엔 한 달 만에 판결을 낸 게 큰 의미가 있다고 봐요. 좋은 사례로 남을 거 같아요. 사회적으로 봤을 때 법원이 '수능이 평가하고자 하는 건 학생들이 획일적인 답만을 외우는 게 아니다'라고 말해준 거라고 봐요."
-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회적으로 보장되었으면 하는 것이 있나요?
"우리가 살면서 필요한 것들을 쉽게 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거요. 다양한 사회보장제도가 있는데 필요한 사람들은 어떤 게 있고, 어떤 경로로 보장을 받을 수 있는지 잘 몰라요. 사회에서 강한 사람들에게 쥐어지는 게 결국에는 지식이라고 생각해요. 지식을 얻는 데 드는 비용들 때문에 받을 수 있는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자기의 것을 빼앗기는 사람이 많지 않나 싶어요.
특히 저는 공익근무제도에 대한 교육자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도적인 측면에서 보면 공익근무도 대체복무라던가, 연구직으로 3년을 보내면 군복무로 인정해주는 등등 많은 경우의 수가 있는데요. 이 경우의 수를 다 직접 찾아봐야 해요. 일반 병역은 주변에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도 많고 얻을 수 있는 자료의 폭이 넓은데, 공익근무를 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소수라서 정보가 잘 정리되어 있지 않고 접근성이 떨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