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내편이냐 아니냐 : "우리 검찰에서는 인터넷 언론 아예 출입 못하게 하거든"
7시간51분 전화 녹취록 전체를 관통하는 김건희씨의 언론관에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내편이냐 아니냐. 김씨의 언론사에 대한 평가는 언론사의 성향보다는 자신에게 유리한 기사를 쓰느냐 아니냐에 따라 급격히 갈렸다. 단적인 예가 통화 상대방인 이명수 기자가 소속된 <서울의소리>에 대한 평가다.
2019년 7월 <뉴스파타>가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였던 윤석열 후보에게 불리한 보도를 하자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가 <뉴스타파> 사무실을 찾아가 항의하는 소위 '응징방송'을 한 적이 있다. 약 2년 뒤인 2021년 7월 20일 통화에서 김씨는 당시 상황을 소환했다.
"그럼요. 내가 진짜 후원했다니까 진짜. 안 믿나 봐. 나 너무 고마웠다니까. 내가 진짜 이 양반 내가 안아줘야지. 어떻게 이렇게 고마운 사람이 있나. 내가 진짜 눈물 흘렸다니까 그때. 막 가가지고 할 때 나는 그때 유튜브를 잘 모르다가 우연히 보게 됐는데, 윤석열 그거 뉴스타파에서 그랬다고 막 그걸 몽둥이 가지고 들어가는데, 와 무슨 나 그런 분을 처음 알았어요.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다가 그래서 내가 얼마나 감동을 했는지, 야 내가 진짜 내가 나중에 우리 남편 공직 떠나면, 이분 진짜 만나가지고 내가 진짜 큰 은혜 갚아야겠다. 내가 그 다짐을 했다니까. 근데 내 이름이 나타나면 안 되잖아. 그래서 내가 내 친구 이름으로 후원계좌 있더라고, 후원금도 보내고 했다니까."
하지만 그 이후 '네 편'이 된 <서울의소리>에 대한 평가는 급변했다. 그해 11월 15일 통화 내용이다.
김 : "하여튼 서울의소리가 뭔 거기가 원흉이야 다 지금. 모든 내 소문의. 내가 정권 잡으면 거긴 완전히, 하하하 완전히"
이 : "어?"
김 : "무사하지 못 할 거야 아마."
이 : "아 열린공감, 하하하. 열린공감은?"
김 : "거기는, 거기는 이제 권력이라는 게, 잡으면 우리가 안 시켜도 알아서 경찰들이 알아서 입건해요. 그게 무서운 거지."
김씨는 이 기자와도 네 편 내 편 구분을 확실하게 요구했다. 12월 11일 통화 내용이다.
이 : "누나 언제 나올 거야?"
김 : "난 좀 이따가 나가야지. 왜냐하면 내가 나가면 너무 이슈가 돼서 이따 나가려고. 명수는 내 편이야 누구 편이야 확실히 해 너도."
이 : "누나 편이지 뭐."
김 : "나는 의리 없는 사람은 절대 용서 안 하니까, 차라리 의리를 했으면 의리를 지켜야하는 거야."
김씨에게 '정론지'는 자신에 대한 소위 '쥴리 의혹'을 보도하지 않는 곳이다. 남편이 검찰 최고 지위까지 올랐을 뿐 자신은 한번도 검사 생활을 해본 적 없는 김씨는 "우리 검찰"이라는 용어를 쓰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검찰이나 이런 데서는 인터넷 언론은 아예 출입을 못하게 하거든. 정론지에서는 검증이 안 된 건 안 쓰잖아요 어찌됐든. 그런 걸 얘기를 한 거지. 인터넷 언론 만 명, 만 개인데, 걔네들 막 말도 안되는 걸 쓰는데, 내가 그러면 쥴리가 맞다는 얘기야? 말이 안 되지. 쥴리란 얘기를 정론지가 어떻게 써."
이 발언이 나온 9월 8일은 윤석열 후보가 신생 인터넷 매체인 <뉴스버스>의 고발사주 의혹 보도를 부인하면서 "국민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서,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신뢰 가는 사람을 통해서 문제를 제기했으면 좋겠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던 날이다.
돈 : "이재명한테 돈 좀 많이 달라고 해요"
두번째 특징은 '돈'이다. 김건희씨는 언론에 대해 발언하며 종종 돈을 강조했다. 대표적인 예가 11월 4일 통화에서 나온 아래 발언이다.
"이재명한테 돈 좀 많이 달라고 해요. 거기는 돈 많으니까 지금. 용돈을 좀 줘야지. 그냥 어떻게 맨날 따라다녀."
이 발언은 김건희씨가 권력과 언론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지난해 10월 후보로 선출된 후 15일이 지나 경기도지사직을 사퇴했는데, 김씨는 이를 두고 "지사직을 늦게 포기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그 이유를 경기도 홍보 예산을 진보 성향의 언론사에 최대한 몰아주기 위해서라고 봤다. 위 발언은 그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면서 "다 원래 그렇게 해, 그렇게. 어쨌든 저기 집권당이니까"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서울의소리>가 정대택씨를 자주 출연시켜 자신과 윤석열 후보에게 비판적인 방송을 하는 것도 돈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더 '돈이 되는' 아이템을 소개한다.
"생각을 잘 하셔야 돼요. 윤석열 팔이가 돈이 좀 되니까 정 회장님(정대택씨를 지칭 - 기자 주) 모시고 하는 건 이해하는데, 진짜 근거 없는 얘기 하면 안돼요. 만만하지 않아요. 저희를 보호하는 세력이 생겼잖아요. 어쨌든 현재 지지율이 1등이잖아요, 1등. 잘못 건드리면 큰일 납니다." (7월 21일 전화통화)
"안 봐. 이제 그만해 지겨워. 딴 사람으로 갈아타, 그래야 돈도 오르고 ○○○(잘 안들림 - 기자 주) 싸고 그러지. 너무 많이 우려먹었어. 재미없대 좌파 애들도. 너무 지겹대. (중략) 우리 좀 갈아타자고 해봐봐. 홍준표 까는 게 슈퍼챗은 더 많이 나올 거야. 신선하잖아." (9월 15일 전화통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