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남규가 6일 베이징 옌칭의 국립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남자 루지 싱글 3차 레이스에서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은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오늘 아침 조간 뉴스 가운데 눈 뛴 기사 제목이 있었다. '34명 중 33위? 루지 임남규에게 올림픽은 기적이었다'(CBS 노컷뉴스)이다. 루지는 스포츠 종목으로서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하고,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국내 선수층 또한 극히 얇다 보니 임남규는 은퇴 후 다시 복귀했다. 어렵게 올림픽에 출전해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한 국가대표 선수에게 성적과 관계없이 박수와 찬사를 보내는 우리 국민들, 결과인 성적만으로 울고 웃는 엘리트지향 스포츠가 점차 퇴색되어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돌아보면 필자가 춥고 배고프던 어린 시절, 약소국의 설움을 떨쳐준 것이 스포츠 분야이다. 1970년대 프로스포츠라 하면 복싱과 레슬링 정도가 전부이면서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복싱의 김기수, 레슬링의 김일 선수가 미국과 일본 등의 세계적인 선수와 싸워 승리하면서 세계챔피언이 됐을 때 온 국민들이 열광했다. 특히 김일 선수가 일본의 거구 선수를 박치기 한방으로 제압할 때 가슴 깊은 곳에서 통쾌함이 올라왔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그때 그 시절로부터 최근까지 일부 우수한 선수들 양성 위주의 엘리트 체육정책이 성과를 내어온 것은 사실이다.
스포츠 분야처럼 사회 각 분야의 엘리트주의 즉, 엘리티즘(Elitism)을 시사경제용어 사전에서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엘리트들이 사회의 높은 계층으로서 권력을 독점하고 지배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 소수의 엘리트들이 사회나 국가를 지배하고 이끌어야 한다고 믿어 대중의 의견은 묵살한 채 엘리트 위주의 정책을 펼치는 것을 가리킨다'
<프레시안>의 2월 6일 치 기사(TV토론회 최대 수확 '알이백'과 '택소노미', 그리고 윤석열의 '그린 워싱', 박세열 기자)를 잠깐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지난 3일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나온 대화를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알이백(RE100·Renewable Energy 100%,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과 EU택소노미(EU Taxonomy, EU 녹색분류체계) 이야기다.
이재명 : EU 택소노미가 중요한 의제인데 원자력 관련 논란이 있다. 원전 전문가에 가깝게 원전을 주장하시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갈 건가?
윤석열 : EU 뭐란 걸 저는 들어본 적이 없으니 좀 가르쳐달라.
이재명 : 지금 그럼 RE100은 어떻게 대응하실 생각이십니까?
윤석열 : RE100이 뭐죠?
토론회에서 벌어진 사안을 두고 민주당은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느냐"고 비난하고, 국민의힘은 "모를 수도 있다"고 반박한다. 하나는 원전 문제고, 다른 하나는 재생에너지 문제라 두 가지가 다르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혹자는 일반에게도 생소한 단어와 개념을 불쑥 던진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두고 '엘리티즘'이라고 비난한다.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질문하는 방식이 적절치 못했다고 할지언정, '알이백'이라는 단어 사용을 문제삼는다면, 기후위기 용어는 곧바로 '엘리티즘 프레임'에 갖힌다.
인류가 맞닥뜨린 기후위기 관련 용어가 '엘리티즘 프레임'에 갖히고, "대통령 될 사람이 RE100 이런거 모를 수도 있는거 아닌가(윤석열 후보)"라고 하는 태도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토론회를 퀴즈쇼 처럼 활용하면 안된다는 지적도 맞지만, 모르는 걸 당당해하는 것은 더 문제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