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70여개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담당약국’이 조제하는 화이자사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손가영
하루에 걸려오는 전화는 100통을 훌쩍 넘긴다. 대부분 보건소, 병원, 확진자와 보호자다.
"제 약 나왔어요?"
"제가 확진자인데 약을 어떻게 받아요?"
"양성 나왔는데 어떻게 치료 받아요?"
확진자나 보호자들의 비슷한 질문이 줄을 잇는다.
가장 자주 듣는 말이 "보건소가 전화를 안 받아요"다. 정부는 최근 재택치료 행정안내센터 등을 설립하며 보건소 외 핫라인을 늘리고 비대면 진료 병원도 늘려가고 있지만, 어떤 곳과도 연결이 되지 않아 답답해 하는 확진자들이 많다. 이런 이들이 약국으로 연락해 상황을 호소하고 대안을 물어봤다. '연락이 되는 가까운 의료기관이 약국밖에 없었다'고들 했다.
빗발치는 전화에 더해 업무도 늘었다. 코로나 환자 약 제조는 일반 환자와 다르게 보건소, 병원, 확진자 등과 일일이 유선으로 소통하고, 환자에 직접 설명을 못하니 복용법도 따로 출력하고 최종 약 전달까지 확인해야 했다. 수령할 대리인도 확인하고, 대리인이 없으면 보건소, 병원 등과도 방법을 논의했다. 코로나 관련 처방은 많으면 하루 60여건까지 접수된다.
처방이 늦어도 조제는 신속해야 한다. 보건소와 병원의 업무 과부하로 단순한 기침약 처방전마저 진료 후 열 시간이 지나 전달되곤 했다. 자가 격리 기간이 끝나기 전날 처방약을 받은 확진자도 있다.
정 약사는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는 특히 급하다. 증상 발현 후 5일 이내에 복용 완료해야 하는데 이미 양성 판정을 받는 데까지 1~2일은 소요됐으니 처방이 나오는 즉시 조제와 배송이 이뤄져야 한다. 유아·어린이도 마찬가지"라며 "그러나 수령할 대리인이 없으면 어떻게 하는지, 24시간 돌아가는 병원과 다르게 약국은 그렇지 않은데 밤에 처방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는지, 약 조제·전달에 수반되는 각종 문제를 미리 고려는 해봤는지, '의사 진료 이후' 체계에 대해 정부는 하나도 계획해놓지 않았다. '알아서 하라'였다"고 했다.
정 약사가 사비로 '퀵'을 보낸 건 지금까지 10건 정도가 된다. "이미 약 처방은 늦는데 환자는 발을 동동 굴리며 약을 기다리고, 가족이 다 확진돼 수령할 대리인은 없고, 급한 대로 퀵서비스를 불러" 전달부터 마칠 수밖에 없었
다. 지난 2월 1일 설날 밤 9시, 인근 재택치료 전담병원 간호부장의 팍스로비드 조제 연락을 받고 곧장 약국을 나가 확진자 집에 직접 배달한 적도 있다.
약 전달 지원 체계의 공백은 품앗이로 메꿨다. 모든 약국이 재택치료에 참여한
2월 16일 전까진 재택치료 담당 약국이 따로 지정돼 있어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확진자는 A동에 사는데 멀리 B동의 약국으로 처방전이 간 경우도 있었고, 소아약처럼 소아과 인근 약국만 가지고 있어서 조제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였다. 정 약사는 "지역 약사들이 카카오톡 등으로 모종의 플랫폼을 만들어 약을 서로 빌리고 빌려주고, 확진자에게 가까운 약국으로 처방전을 서로 보내주면서 혼란을 헤쳐나갔다"고 말했다.
인구 수가 적은 기초 지자체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먹는 치료제 담당 약국 경우, 큰 도시엔 같은 관할 지역 안에도 여러 개가 있어 야간 근무를 나눠 맡을 수 있지만, 1개밖에 없는 지역은 매일 밤을 대기 상태로 지내야 한다. 인구 19만여명이 있는 지역에서 먹는 치료제 담당 약국의 A 약사는 "3·1일절 휴일에 지인들과 식사를 하러 나가다 팍스로비드 처방 연락을 받고 그대로 차를 돌려 약국을 갔다"며 "그렇지 않으면 대리인이 인근 다른 시의 지정 약국까지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음 팬데믹 땐 같은 실수 반복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