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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소 부실 운영 논란... "투표시간 겹친 게 근본 원인"

선관위·질병청 안이함이 부른 혼란... 선관위 "9일엔 선거 시간 분리한다"

등록 2022.03.07 18:45수정 2022.03.0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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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3월 8일 오전 11시 36분]
   
 제20대 대선 사전투표 둘째 날인 5일 서울 광진구 자양 제3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시민이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제20대 대선 사전투표 둘째 날인 5일 서울 광진구 자양 제3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시민이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5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격리자의 사전투표가 부실하게 운영된 이유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질병관리청의 안이한 대응이 있었다. 확진자 투표 시간을 일반인 투표 시간과 겹치게 해놓고, 관련 인력·설비를 추가 지원하거나 여러 상황 변수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아 현장 혼선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다.

현장에선 외출 허용 시각을 근본 문제로 꼽는다. 확진자들은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지난 5일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투표소에 도착하면 투표를 할 수 있었다. 오후 6시까지였던 일반인 사전투표 시간과 1시간이 겹친 것.

이 경우 일반인과 확진자 동선이 겹치지 않게 두 집단의 투표소와 대기줄을 모두 분리해야 했다. 대기줄은 통상 길어질 수 있으므로 확진자들을 안전하게 대기시킬 별도 공간도 필요했다. 출입구가 다양해 공간 분리가 가능하거나 투표소 공간 자체가 넓어야 했고 투표소가 추가 운영되는 셈이므로 관리 인력 증원도 필요했다.

지난 5일 사전투표 사무를 봤던 서울시 한 지자체 공무원 A씨는 "그래서 일선 사무 현장에선 '확진자들 저녁 6시 넘어 나오게 하라'고 계속 요구했다. 처음부터 '우린 그렇게 못한다'고 밝혔다"라며 "투표함도 바구니든 비닐이든 제대로 표를 봉함할 수 있는 거라도 줘야지, 대책없이 오후 5시부터 투표하라고만 해놓고 모든 수습은 지자체에 넘겼다"고 말했다.

A씨는 일부 주민센터가 확진자용 기표소를 주차장 등 외진 공간에 설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일반인과 동선이 안 겹치게 하려면 공간이 주차장밖에 없었다"며 "인력이 추가 안 되어서 일일이 안내할 사람도 부족했다. 확진된 유권자수를 예상했으면 아예 투표소를 따로 차려 용지발급을 전담케 했어야 했는데 하나도 없이 '그냥 알아서 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투표함과 확진자 분리, 기초 변수도 고려 안한 선관위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5일 부산 해운대구 한 사전투표소 측이 준비한 확진자·격리자용 투표용지 종이박스.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5일 부산 해운대구 한 사전투표소 측이 준비한 확진자·격리자용 투표용지 종이박스.독자제공=연합뉴스
  
특정 후보에 기표된 투표 용지를 받은 사례도 같은 이유로 벌어진 해프닝이다. '선거구별로 동시에 2개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다'(151조2항)는 공직선거법상 표를 넣을 수 있는 투표함은 하나인데, 오후 5~6시엔 동선이 분리돼야 할 두 집단의 투표가 동시 진행됐다. 이에 일반인용 투표함은 그대로 두고 확진자의 기표 용지는 투표 사무원이 대신 운반해서 넣게끔 조치를 취했다. 각종 박스, 비닐봉지 등에 확진자 기표를 모으거나 투표 사무원이 직접 밀봉된 투명 봉지에 모으는 방식이었다.

이 경우 확진자의 기표용지가 노출되지 않도록 '임시기표소 봉투'가 쓰였다. 확진자는 기표한 투표 용지를 봉투에 넣어 임시 박스나 투표사무원이 든 투명 봉지에 넣었다. 투표 사무원은 봉투가 어느 정도 누적되면 각 정당에서 나온 참관인과 함께 일반인용 투표소로 가 봉투 안의 기표지를 꺼내 투표함에 일일이 넣었다. 이 과정에서 투표 사무원이 실수로 용지를 꺼내지 못한 봉투가 있었고, 이 봉투가 투표를 하려고 대기 중이던 확진자에게 배부되면서 특정 후보를 이미 찍은 기표 용지가 전달된 것.


총 3개 투표소에서 같은 사례가 발견됐다. 서울 은평구 신사1동 투표소, 대구 수성구 만촌1동 투표소, 부산 연제구 연산4동 제3투표소다. 대구 수성구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확진자가 예상보다 많이 와 밀리다 보니 정신없이 업무를 보다 예상치 못하게 실수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대구 투표소의 한 표만 제외하고 서울 은평구 투표소의 3개표와 부산 연제구 투표소의 6개표는 유효표로 처리됐다. 중선관위는 이들 표 모두 "정상적 투표지이기 때문에 개표장에서 (유효로)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 사무 현장 "왜 외출 허가 빨리 했나" 불만
 
 5일 오후 5시 대전 서구 갈마1동 코로나19 확진자용 임시기표소에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선거 사전 투표를 하기 위해 길게 늘어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5일 오후 5시 대전 서구 갈마1동 코로나19 확진자용 임시기표소에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선거 사전 투표를 하기 위해 길게 늘어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심규상
  
선관위와 질병청이 확진자 사전투표율을 안이하게 전망했던 문제도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확진자 투표 참여 방식을 발표한 지난 5일 0시 기준 재택격리자만 102만5973명이었다. 신규확진자가 20만명 가량 발생한 지 4일째였다.


7일 선관위와 질병청은 확진된 유권자수 사전투표 참가 예상 규모와 관련해 모두 말을 아꼈다. 김재원 선관위 선거국장은 이날 열린 브리핑에서 "유권자 확진자 중 어느 분이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하며 구체적인 수치 언급을 꺼렸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당일에도 확진자가 계속 보고 된다"며 "그 당시 재택치료 격리자 전체 숫자(102만5973명)로 가름해야 할 것 같고 전체 숫자를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지난 5일 오후 5시 이후 이뤄진 확진자 투표 수치도 당장 파악하기 어렵다는 태도다. 6일 중선관위가 공개한 통계 자료를 보면 오후 5시부터 마감 시각까지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는 총 99만 630명이다. 확진자와 비확진자가 모두 합산된 수치다.

확진자 여부 확인 안 한 투표소도

한편 투표소별로 제각각 상황에 대처하는 등 선관위가 정한 투표 관리 지침대로 하지 않은 주민센터도 있다. 일반인 투표가 끝난 후에 확진자 투표를 시작한 곳이다. 이 경우 투표소와 투표함, 대기 줄 분리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확진자가 직접 투표함에 기표지를 넣으면서, 직접 넣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불신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장시간 대기가 문제가 됐다. 관악구 봉천동 투표소에서 사전투표한 확진자 B씨는 "오후 5시30분 정도 도착했으나 1시간 10여분을 기다렸다"며 "보건소 안내 문자를 보여주는 등의 확진자 확인 절차를 따로 거치지 않았다"고도 했다.

페이스북 등 SNS 상에도 '기침·열 증상에 시달리는 데도 건물 밖에서 2시간 가량 대기해야 했다'거나 '확진자 중에 노약자, 임산부도 있는데 이게 맞느냐' 등 불만을 터뜨리는 경험담이 연이어 게재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출근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7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출근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긴급 전원회의를 열어 이틀 뒤 본투표에서의 확진자·격리자 투표소 운영 방침을 결정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출근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7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출근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긴급 전원회의를 열어 이틀 뒤 본투표에서의 확진자·격리자 투표소 운영 방침을 결정한다.연합뉴스
 
선관위 "9일 당일, 확진자 선거 시간 분리한다"

일부 주민센터가 확진자 확인 절차를 누락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비확진자가 오후 6시 넘어 사전투표에 참가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비확진자 또한 신분증 검사만 하기에 확진자가 외출이 허용되지 않는 시간에 투표소를 들러 투표할 가능성도 있다. 중대본은 이를 감염병 관리법을 어긴 자가격리 이행 위반으로 보고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에 처한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같은 혼선에 7일 긴급회의를 열고 오는 9일 투표 당일엔 비확진자와 확진자의 투표 시간대를 구분해 운영키로 했다. 확진자들의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출 허용 시각도 오후 5시에서 5시50분으로 연기했다. 다만 농·산·어촌 거주 교통약자는 5시30분부터 외출할 수 있다. 확진자는 저녁 6시부터 7시30분 사이에 투표소에 도착해야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김재원 선관위 선거국장은 "본 투표소는 (자택과) 훨씬 근거리에 위치해 이동에 큰 불편이 없을 것"이라며 "사전 투표소는 3500여개였지만 선거 당일 투표소는 1만4464개다. 사전투표율도 높았고, 이런 분산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전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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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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