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소원 제기 1년, 위헌 소지 가득한 국회, 정부 손실보상 대책 규탄 기자회견’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앞에서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민생경제연구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주최로 열렸다.
권우성
윤석열 당선자가 그동안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최우선 처리 공약으로 강조했던 만큼, 소상공인들은 빠른 공약 실행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윤 당선자는 지난 20일 이 기대가 무색하게도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의 당위성 설명을 위해 직접 기자회견문을 작성하고 45분간 브리핑까지 하며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이런 모습에 일부 소상공인들은 상당한 우려와 실망감을 보내고 있다.
"아니, 1000만 원이니 50조니 다 좋은데 구체적인 일정과 세부안도 없고 지금은 그냥 뜬구름 잡기 같아요. 그리고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생색내기용 일회성 지원금보다 지난 2020년 3월부터 시행된 영업 제한과 집합금지로 인한 손실보상을 소급해줘야 한다니까요!
정치인들이나 고위 관료들이 언제부터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에게 관심이 있었나요? 대선 때나 되니 아는 척 한 거지. 당장만 봐도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로 옮기는 것에 모든 이슈가 집중되어 있잖아요. 아! 지방선거가 있으니 주긴 줄려나?"(A씨)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사장 A씨의 의견은 냉소적이었다. '과열경쟁, 불나방'이란 단어로 재단되며 우리 사회에서 천덕꾸러기 취급받던 자영업자의 울분을 대변하는 듯했다.
서울에서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제빵점을 운영하는 B씨의 의견도 비슷했다. 그는 이번 재난 지원의 대표적인 사각지대에 방치된 자영업자 중 한 명이었다.
"아사다시피 연 매출이 높다고 '소상공인'으로 분류되지 않아 그동안 지원금을 못 받았어요. 그런데 우리도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받았거든요. 여하튼 매출 타격에 가게를 줄여서 임대료가 좀 더 저렴한 곳으로 옮겨 신규 사업자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또 신규 사업자라고...
이번 윤 당선자의 1000만 원 지원 좋죠. 그런데 지금 자영업자와 관련된 '온라인 플랫폼 법안'에 대해 '최소 규제'를 논하면서 원점으로 돌린다는 것 같던데, 그동안 주장한 상대적 약자들을 위한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자신의 철학과 배치되는 거잖아요. 지금 집무실 이전으로 에너지 낭비할 때가 아닌데, 공약이 과연 지켜질까 하는 우려가 드네요."(B씨)
희망고문
현재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위험에 빠진 소상공인들의 피해 구제와 관련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당장 집합제한과 영업 제한 업종에 대한 지원금 증액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줄곧 문제가 된 '이전 손실에 대한 소급 보상', 폐점 자영업자라는 이유로 그리고 간접 피해 업종이라는 이유로 지원 정책에서 소외된 소상공인들의 구제 또한 당면 과제다.
작년 말 매출 하락으로 견디다 못해 폐점을 결심한 어느 가맹점주는 섣부르게 폐점을 하면 앞으로 예정된 지원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주변의 이야기에 건물주에게 사정사정하여 사업자 폐업을 얼마간 연기 했다고 한다(그는 지원금을 받으면 밀린 임대료 중 얼마라도 메꾸려 한다고 했다). 문제는 그 점주가 가게 수입으로 생계유지가 어려워 이미 영업을 중단한 상태란 점이다.
이런 사례로 알 수 있는 것은 절박한 상황에 몰린 사람을 위한 지원 정책이 그 이유가 무엇이든 지지부진하게 진행된다면, 그 정책의 당사자들은 자신이 소외될 수 있다는 염려에 안절부절못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나쁜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지연되거나 실행되지 않는 경세제민 정책은 당사자들의 고통만 가중하는 희망고문으로 전락할 뿐이라는 것이다.
국민의 고통을 헤아리는 대통령을 바란다
우크라이나의 젤린스키 대통령은 이전에 부정적 평가가 많은 인물이었지만, 이번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국민과 생사를 함께하겠다는 결연한 모습을 보여 많은 국민에게서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삶에서 포탄과 총알이 오가는 것만이 전쟁이 아니라고 본다. 이번 코로나19라는 재난은 소상공인들에게는 물리적 전쟁만큼이나 고통스러운 생존의 전쟁이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재난에는 국가간 전쟁에는 존재하지 않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바로 누군가는 여전히 풍요와 평온을 누리고 있지만, 누군가는 벼랑 끝에 매달려 고통에 신음해야 한다는 사실, 바로 박탈감과 소외감이다. 여기에 경제적 지위까지 추락하면 모욕감까지 더해진다.
그래서 윤석열 당선자가 집무실 이전 문제보다 이 부분을 먼저 고민하고 해결해줬으면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형 선고와 같은 빈곤층으로의 추락을 목전에 둔 소상공인들의 고통을 헤아리고 서둘러 그들을 지원하는 것에 온 힘을 쏟아주길 바란다. 진정한 지도자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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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세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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