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장 업무 중요한데, 노동자 처우는 그렇지 못하죠"

[코로나+] 곽경준 화성시 소각장 환경기술인

등록 2022.03.25 10:00수정 2022.03.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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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달라진 노동환경에 대해 짚어보는 코로나 플러스 기획이다. <화성시민신문>이 3번째 만난 노동자는 화성시 소각장 그린환경센터에서 일하는 곽경준씨(46, 향남읍)다.

화성시 소각장에서 일한 지 12년째인 그는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경기지역지부 화성소각장분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2일 화성시와 오산시에서 나오는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는 소각장 화성 그린환경센터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화성시민신문
 
- 본인 소개 부탁한다. 
"대학에서 환경 공학을 전공했다. 2010년 8월 화성시 소각장 시운전 마무리 단계부터 들어와 12년째 일하고 있다. 운전팀 교대노동자로 투입해서 일하다가 중앙제어실에서 운전조장으로 근무하다가 환경기술인으로 전보됐다. 현재 주간근무만 하고 시설 전반에 대한 관리인으로 일한다." 

- 소각장 업무를 소개해 달라. 
"화성시 소각장 그린환경센터는 화성시와 오산시의 쓰레기를 소각한다. 일 최대 300톤을 처리할 수 있으며, 초과되는 쓰레기는 수도권 매립지로 보낸다.

현장 소각장 전체 정원은 59명이다. 5~6명 정도 결원이 있는 상태다. 주로 결원이 교대조가 있는 운전팀이다. 운전조 1개조는 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장 1명(총괄), 중앙 제어실 2명, 크레인실 1명, 현장 로컬 업무 4명이다.

종량제봉투는 그대로 소각할 수 없고, 화성시 소각장 경우 쓰레기를 파쇄하는 전처리 작업 후 소각한다. 소각되면 재가 나오고 연소 가스는 처리를 해서 내보낸다. 열이 높다보니 열회수 처리를 한다. 1200도가 넘는 연소가스를 배출 가스로 배출하려면 온도 떨구고 약품처리하고 굴뚝으로 배출가스를 내보낸다.

열회수 된 후 수집된 증기는 소각장에서 사용하거나, 주민편익시설 온수 공급, 증기터빈에서 생산되는 전력에서 사용하고 남은 양은 전력거래소에 판매한다. 또 증기로 남은 열수는 지역난방으로 보내서 판매한다. 쓰레기 태우고 많은 에너지가 나와 소각장을 다른 말로 자원회수시설이라고 하는 이유다."

- 소각장에서 일하면서 아픈 적이 있었는가. 
"사실 나도 그 부분이 제일 걱정된다. 딱히 직업병이라고 하는 사례는 없었다. 있다 한들 규명하기도 어렵다. 일단 힘을 쓰는 작업도 있고 하니, 근골격계 질환 들이 좀 있다. 최근 MBC에서 소각장 노동자들에게 다이옥신이나 발암물질 벤조피렌 등의 체내 함유량이 높게 나왔다는 뉴스보도가 나와서 걱정되긴 한다. 


작년에는 타 지자체 소각장 노동자가 혈액암이 발병된 일도 있었다. 그분의 산재 신청을 준비하는 노무사가 내게 면담요청을 하기도 했다. 화성시 소각장에서 난 가장 큰 사고는 2020년 7월 경 운전조장 분이 화상을 크게 입은 일이다. 아직도 그분은 치료 중에 있다." 
 
 소각로 가스화로 내부 잔재물 막힘을 해소하는 작업 사진  ⓒ곽경준 
소각로 가스화로 내부 잔재물 막힘을 해소하는 작업 사진  ⓒ곽경준 화성시민신문
  - 소각장이 가동된 2010년 화성시 인구는 50만 이었다. 현재 2022년 화성시 인구는 88만이다. 쓰레기양도 똑같이 늘었다. 일하는 동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는가. 
"처우가 지금보다 훨씬 안 좋았다. 예로 들면 연차가 근로기준법 상 1년에 15개 발생해야 하는데 화성시 소각장은 노조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연차가 아예 없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그것이 잘못된 건지, 뭐가 문제인지도 몰랐다. 

24시간 연속 운영하는 시설인데, 멈출 때는 정기보수 할 때다. 정기보수 기간에는 2주정도 시설을 정지하는데 시설 내부점검을 한다. 1년에 2회 정도하는데 정기보수 기간에 4-5일 쉬는 것으로 연차를 대체했다. 노조 생기고 나서 요구해서 연차도 생기게 됐다." 


- 2012년 10월에 노동조합 가입하고 공공운수노조 가입했다. 노동조합을 운영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 같다. 
"2013년 최초 임금협상, 단체협상을 했다. 그때 갈등이 많았다. 새로 만드는 거니까. 노동조합에 대해 사측은 다 똑같이 말한다. 앵무새처럼.

'왜 굳이 노동조합까지 만들어야 해?', '원하는 게 뭐야? 그거 해결해 주면 돼?'

시에서 예산을 줄 때 고정비(비정산비)와 변동비(정산비)가 있다. 비정산비는 말 그대로 주고 그대로 끝이다. 위탁업체가 알아서 어떻게 사용하든 원청은 노터치다. 노동자 임금, 직간접 들어가는 기업 이윤은 고정비다. 그러면 민간위탁을 할 때 운영주체에서 고정비는 정산하지 않아도 되는데, 회사는 이윤을 어디서 남기려 할까? 인건비에서 남길 수 있는 거다. 

임금협상 1년에 1번, 단체협상은 2년에 한번. 한 번도 쉽게 된 적 없다. 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까지 가고 겨우 되고 그랬다."

- 곽경준씨는 현재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경기지역지부 화성소각장분회장이다. 명함 뒤편에는 교섭 위원장이라고도 적혀있다. 개인시간까지 빼서 노조활동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너무 힘들어서 노조를 만들게 됐다. 2012년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10년이 됐다. 처음 노조 만들어졌을 때, 회사가 회유해서 많이 조합원을 빼가기도 했다. 그만두게도 하기도 하고. 

그러던 중에 2013년 가을 분회장 초대 분회장님이 그만둔 후, 점점 줄어서 조합원 6명만 남았다. 조합을 다시 재정비해야겠다 싶어서 2015년부터 분회장을 맡았고, 2017년에는 경기지역 지부장까지 하게 됐다. 

내게 '왜 노조활동을 하는가'를 많이 묻는다. 거창한 건 없다. 우리가 힘들고, 들어주는 사람은 없고 결국은 '스스로 뭉쳐서, 스스로 도울 수밖에 없구나'라고 생각했다. '소외받는 노동자들 다 같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
 
 폐기물 정량공급기 내부에 적체된 폐기물을 해소하는 작업 ⓒ곽경준 
폐기물 정량공급기 내부에 적체된 폐기물을 해소하는 작업 ⓒ곽경준 화성시민신문

- 10년이 지난 지금 노동 환경이 나아졌는가? 
"나는 히스토리를 잘 알고 있으니까. 작은 발자국이라도 나아감이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근속이 얼마 안 된 분들은, 뭐가 좋아진거냐고 묻는다.(웃음)그 자리 있는 사람 아니면 잘 모르니, 노조 사무실에 게시판을 통해 정보를 항상 공유하려고 노력한다."

-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 것 같다. 
"나는 간접고용 민간위탁사업장에 일하는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이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노동문제가 노조가 없으면 더 많이 발생 했을 거다. 임금협상이나, 단협 외에 이렇게 일을 하면서도  크고 작은 노동문제가 발생한다. 노조가 있어서 그때그때 대화하면 바로 불을 잡을 수 있다. 노조가 없으면 크게 불거지거나, 고통 받고 계속 살거나, 고통인지 모르고 살거나 중에 하나일 것이다."

- 노조에서 요구하는 사항은 무엇인가. 
"소각장은 현재 민간위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GS건설이 시공하고 2010년부터 GS건설과 에스텍코리아 컨소시엄으로 운영했다. 나는 에스텍코리아 소속으로 일하다가 지난 2020년 소각장 민간위탁사가 환경에너지솔루션으로 바뀌었다. 실제로 10년이 넘게 일했어도 위탁사가 바뀌면 신규직원처럼 된다. 연차나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자격까지도. 

혐오시설이지만 중요한 시설이기 때문에 민간위탁보다 공영화나 직영운영으로 됐으면 좋겠다. 충원이 힘든 이유를 보면, 힘든 일 기피하고 고용구조가 복잡하거나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 거다.  

소각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게 사실이다. 화성시는 직접고용에 대한 의지가 없다. 시설 운영이 잘되는 것에만 관심 있고 노동자 처우에는 관심이 없다."

- 일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많다.(웃음)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그만 두는 것. 좋은 데로 가게 되면 박수칠 일이지만 여기는 비전이 안 보인다며 그만둘 때 제일 힘들다. 현재 결원이 많은 상태에서 운영하다 보니 아무래도 기존에 있던 직원들에게 부하가 많이 걸리는 상황이다. 사람이 안 구해진다.

사측에서는 '한두 명 정도 없이 운전해도 되잖아'라고 말하는데, 정원 확보가 있는 상태에서 사고 나도 문제인데, 없는 상태에서 사고 나면 책임은 누가질 것인가를 생각하면 안 되는 일이다. 위험성이 더 크다고 본다."
 
 폐기물 저장소. 파쇄한 쓰레기를 크레인으로 집어 소각로에 넣는다.  ⓒ곽경준 
폐기물 저장소. 파쇄한 쓰레기를 크레인으로 집어 소각로에 넣는다.  ⓒ곽경준 화성시민신문

- 일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적이 있는가. 
"노조 쪽으로 보면 노동현장이 좀 나아진 것을 꼽는다. 업무적으로 보면, 중앙제어실에서 일할 때 이토록 큰 설비를 내 손 하나로 전체설비를 보면서 컨트롤 하는 게 근사했다. 

또 생활폐기물에 대해 어떤 소각 말고는 대안이 없지 않나. 수도권매립지도 곧 매립이 끝나는데. 소각을 하면 10%이내로 줄어든다. 소각은 최종적으로 쓰레기를 감량화 하고 안정화까지 하는 게 목적인데 그 목적에 맞출 때 보람을 느낀다."

- 쓰레기 줄이기 운동에 남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무조건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분리배출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배출량 자체가 줄어야 한다. 재활용 분리배출 하면서 '다시 재활용 되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 안되는 게 더 많다. 이물질이나 상표 붙어 있으면 재활용 분류 안 되고 소각 대상 폐기물이 돼버린다."

- 업무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줄 수 있는가. 
"70점이다. 힘들긴 한데 적성에 안 맞으면 이걸 하겠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곳에서 청춘을 보냈으니 애정도 있고, 이곳에서 오래 일하고 싶다."

- 화성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폐기물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노동자가 안정되고 행복해야 시설운영도 최대 효율내고 안정되게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불안하면 운영도 불안하고 사고로 직결된다. 소외받는 노동자에게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화성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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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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