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당대표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남소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시위를 비난하고 강경 대응을 주장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같은 당 이종성 의원(비례대표, 중앙장애인위원장)에게 다른 장애인 단체와 소통을 강화하는 동시에 전반적인 장애인 복지 정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장연과 다른 장애인 단체를 갈라치기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28일 오전 10시쯤 국민의힘 중앙장애인위원장인 이종성 의원은 전장연 이동권 시위를 연일 비판하고 있는 이준석 대표를 만나 사태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이 의원에게 '이동권 보장 시위는 명백한 불법'이라는 소신을 강조하며 전장연을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 의원에게 발달장애인 복지 서비스 확충 등 전반적인 장애인 정책 관련 법안 마련을 주문하는 한편, 전장연이 아닌 다른 장애인 단체들과 관계를 다지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 정치 관련자들을 충분히 만들라'는 언급도 나왔다.
이종성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이 대표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주장하는 걸 절대 인정해줄 생각은 없었다"라며 "(전장연 이동권 시위 비난이) 다른 의도가 아니었다는 부분들을 나타내기 위한 노력들을 하자고 저한테 주문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전장연이 아닌 다른) 장애인 단체들하고 소통하면서 정치 관련자들을 충분히 만들어서 우리 당의 입장이 결코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적인 시각을 가지지 않았다는 걸 부각시키라는 (요구를 이 대표가 했다)"라며 "장애인 단체들과의 소통 창구를 공식적으로 운영하고 활성화시키라는 것이 당 대표의 주문"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장 그 양반들(전장연) 만나서 '우리가 이렇게, 이렇게 할 테니까 이걸 멈춰주십시오' 그러는 것보다는, 이동권 보장과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장애인 복지 전반적으로 미진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법안이라든가 정책을 새 정부 출범 이전에 가시화시킬 수 있게 만들어 달라고 (이 대표가) 요청했다"라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에서 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시위에 대해 "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다"라며 '탑승 제한' 등 강력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 밖의 비판 뿐 아니라 같은 당 김예지 의원(비례대표)이 28일 오전 시각장애인으로서 전장연 이동권 보장 시위에 참여해 이 대표를 대신에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등 당 내에서도 우려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맞서 이 대표는 전장연에 사과하거나 소통을 모색하기보다 다른 장애인단체와 관계를 강화하고 전장연을 고립시키는 방식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