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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장연 공격 이준석 '다른 장애인 단체와 소통 강화하라'

국민의힘 중앙장애인위원장 이종성 의원에 주문... '전장연 고립' 의도

등록 2022.03.28 17:52수정 2022.03.2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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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당대표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당대표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남소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시위를 비난하고 강경 대응을 주장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같은 당 이종성 의원(비례대표, 중앙장애인위원장)에게 다른 장애인 단체와 소통을 강화하는 동시에 전반적인 장애인 복지 정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장연과 다른 장애인 단체를 갈라치기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28일 오전 10시쯤 국민의힘 중앙장애인위원장인 이종성 의원은 전장연 이동권 시위를 연일 비판하고 있는 이준석 대표를 만나 사태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이 의원에게 '이동권 보장 시위는 명백한 불법'이라는 소신을 강조하며 전장연을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 의원에게 발달장애인 복지 서비스 확충 등 전반적인 장애인 정책 관련 법안 마련을 주문하는 한편, 전장연이 아닌 다른 장애인 단체들과 관계를 다지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 정치 관련자들을 충분히 만들라'는 언급도 나왔다.

이종성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이 대표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주장하는 걸 절대 인정해줄 생각은 없었다"라며 "(전장연 이동권 시위 비난이) 다른 의도가 아니었다는 부분들을 나타내기 위한 노력들을 하자고 저한테 주문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전장연이 아닌 다른) 장애인 단체들하고 소통하면서 정치 관련자들을 충분히 만들어서 우리 당의 입장이 결코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적인 시각을 가지지 않았다는 걸 부각시키라는 (요구를 이 대표가 했다)"라며 "장애인 단체들과의 소통 창구를 공식적으로 운영하고 활성화시키라는 것이 당 대표의 주문"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장 그 양반들(전장연) 만나서 '우리가 이렇게, 이렇게 할 테니까 이걸 멈춰주십시오' 그러는 것보다는, 이동권 보장과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장애인 복지 전반적으로 미진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법안이라든가 정책을 새 정부 출범 이전에 가시화시킬 수 있게 만들어 달라고 (이 대표가) 요청했다"라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에서 전장연의 이동권 보장 시위에 대해 "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다"라며 '탑승 제한' 등 강력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 밖의 비판 뿐 아니라 같은 당 김예지 의원(비례대표)이 28일 오전 시각장애인으로서 전장연 이동권 보장 시위에 참여해 이 대표를 대신에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등 당 내에서도 우려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맞서 이 대표는 전장연에 사과하거나 소통을 모색하기보다 다른 장애인단체와 관계를 강화하고 전장연을 고립시키는 방식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대표는 한 달 전에 게재된 악의적 유튜브 영상을 가져와 장애인 지하철 시위를 비난했다.
이준석 대표는 한 달 전에 게재된 악의적 유튜브 영상을 가져와 장애인 지하철 시위를 비난했다.이준석 대표 페이스북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혐오 조장 세력과 싸울 수밖에"

하지만 이런 시도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장총)은 28일 성명서를 내고 "개탄스럽다. 한 나라 정당 대표의 장애인식이 잘못돼도 너무 잘못됐다"라며 "이준석 대표의 페이스북 댓글에는 장애인에 대한 혐오 발언과 장애인-비장애인의 갈라치기가 무수히 재생산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연맹은 전장연의 시위 방식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문제 인식엔 적극 공감한다. 이 땅에 장애인이 '살기 좋은'이 아니라 '살 수 있는' 나라라도 되려면 장애인의 불평등과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과 싸울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장총은 "시외버스에는 저상버스가 전혀 없고, 특별교통수단도 지역 간 칸막이로 시외 이동이 불가능하다. 학창 시절에, 취업 과정에서, 병원 이용, 식당 이용 등등 수많은 과정에서 몸소 체감해왔기 때문에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상황이 평생의 삶 속에 내재돼 있다"라고 강조했다.


대선에서 20대 남성 중심의 반여성 공약을 내세웠듯 지방 선거에도 '혐오 정치'를 동원하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제시된다. 이에 대해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준석 대표가 표 계산을 해서 정치 공학적으로 접근했다고 생각하기에는 조금 어려워 보인다"라면서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권력자와 소수자의 대결로 가는 건 좋지 않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그런 작전이 먹힐 수도 있다"라고 가능성을 부인하진 않았다.   
#이준석 #이종성 #전장연 #갈라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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