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 오후 5시경 찍은 경주 암곡 벚꽃 터널, 40% 이상 개화가 진행된 모습
한정환
다른 곳은 벌써 활짝 개화하여 화사한 벚꽃의 자태를 드러내고 있지만, 여기는 이제 겨우 40% 개화율(4월 5일 오후 5시 기준)을 보이고 있다. 이번 주말이 지나고 4월 10일부터 활짝 개화가 예상된다.
같은 경주 권역이지만, 여기는 왜 이리 늦게 벚꽃이 개화하는지 궁금하여 주민 한 분을 만나 물어보았다. 암곡 와동마을에 20여 년 거주하면서 동네 반장을 맡고 계시는 이정미씨는 '여기는 한여름에도 해만 지면 기온이 급강하하여, 긴 옷을 입고 다녀야 할 정도로 음지이고 추운 곳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기는 젊은 연인들과 7080세대들이 동대봉산 무장봉 드라이브를 목적으로 많이 찾는다. 벚꽃 철이 아니더라도 맛있기로 소문난 와동마을 구판장에서 판매하는 잔치국수와 인근 야생화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있어 일 년 내내 많지는 않지만, 조용하고 공기 좋은 한적한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이곳을 자주 찾아온다'라고 말했다.
무장봉은 드라마 선덕여왕 촬영지로 널리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암곡 벚꽃 터널을 구경하고 해발 624m인 무장봉을 오르다 보면 무장사 터가 나온다. 무장사 터는 경주시에서 상당히 먼 거리에 있는 깊은 산골에 위치해 있다. 신라 문무왕이 삼국을 통일한 후 병기와 투구를 매장한 곳이라는 뜻으로 '무장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병기가 필요 없는 평화스러운 시대를 열겠다는 문무왕의 결연한 의지가 이 절을 창건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골짜기가 깊다. 암곡마을도 햇빛이 들지 않는 어두운 곳이라 하여 어두울 암(暗) 자에, 골짜기 곡(谷) 자를 사용하여 암곡(暗谷)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