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피리한강에서 부러진 가지를 주워 버들피리를 만들었다
안호덕
부러진 버드나무 가지를 하나 주웠습니다. 옛 추억이 떠올라 가던 길 멈추고 벤치에 걸터앉자 버들피리를 만듭니다. 내가 자란 경상도 산골에서는 버들피리를 호떼기라고 불렀습니다. 물오른 가지의 껍질을 분리해서 속껍질을 잘 다듬으면 완성입니다. 입술에 갖다 대고 불자 "삐∼"하고 경쾌한 소리가 납니다. 어릴 때 봄이 오면 동무들과 너도나도 호떼기를 만들어 '삐∼삐∼' 학교를 갔습니다. 그리운 기억입니다.
호떼기를 입에 물고 다시 자출길에 오릅니다. 앞길 비켜 달라고 자전거 벨처럼 ''삐∼삐∼' 소리를 내며 갑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즐겁습니다. 중랑천을 건너 옥수역 아래를 지납니다. 중랑천과 한강이 만나는 합수 지점이라 강폭이 넓고 겨울이면 온갖 철새들이 장관을 이루는 곳입니다.